자본주의 | EBS자본주의 제작팀
돈이 많고 싶다. 언젠가부터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도 괜찮은 세상이 되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누구나 같은 마음을 품지만 그 누구도 같은 자리에 설 수 없다.
누군가는 벌고, 누군가는 잃는다. 어디선가는 축적이 이루어지고 어디선가는 누수가 발생한다.
우리는 어릴 적 자본주의는 나쁜 거라고 배웠거나 혹은 돈에 관해서는 절약해야 한다 말고는 어떤 것도 배운 적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결국 내가 자본주의라는 큰 물결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튜브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잘 설명된 영상을 봤고 역시 EBS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했다.
아마 그 내용이 책으로 나온 것 같은데 책을 집어 들며 이 책이 벌써 십 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그럼에도 촌스럽거나 낡지 않은 건 그때도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는 왜 이렇게 굴러가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그 안에서 늘 흔들리는가?
책은 거대한 경제 이론을 들이밀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미국의 리먼 사태가 내 지갑 속 돈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 살아간다. 하지만 그 원리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신용이 돈이라는 구조, 물가는 결코 내려가지 않는다는 진실과 그 이유 같은 걸 우리는 학교에서 한 번도 배운 적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숫자로 점철된 다분히 경제학적인 용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고,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어디쯤 서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퍽퍽한 천민자본주의 사회 아래 우리 함께 살자는 낭만을 말하는 게 아니고, 경제적 자유 같은 동기부여도 아니다.
객관적으로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나와 나의 돈의 위치를 이해하는 것. 이 책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책은 자본주의를 우리에게 알려준 뒤 소비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보통 아이는 한 살만 지나도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기억한다고 한다.(2세까지 미디어 노출이 거의 없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렇게 자란 아이가 마트에서 왜 특정 통로에서 방향을 틀고, 왜 쇼핑 카트의 크기가 계속 커지는지.
그리고 왜 시식대 앞에서 갑자기 없어도 되는 물건을 손에 쥐게 되는지에 대해 마케팅의 영역에서 자세 히 설명한다.
놀라운 사실은 나의 선택이라고 믿어왔던 이 행동들이 사실은 설계된 동선과 자극의 결과라는 점이다.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를 안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250년 동안 인류를 가장 빠르게 성장시킨 체제이자 가장 반복적으로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는 체제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제임에 기반한다. 한쪽의 것을 빼앗아 한쪽에 얹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
그 안에서 우리는 가진 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뺏기지 않기 위해,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최선은 노-오력이라는 이름으로 희화화되기도 하고,
갓생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후반부 책은 마르크스, 케인즈 등 이를 해결해려 했던 이들의 이론을 제시하며 나름의 복지자본주의라는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글쎄.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살지만 자본주의를 모르며 살아간다.
그리고 비단 이런 이들이 나뿐은 아닐 것이다.
잘 모르면서 남들이 하니까 주식투자를 하고, 코인을 사고, 부동산을 사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그 행위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이 어떤 구조에 기반해서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우리는 행동할 수 있다.
돈이 많아지는 것보다 돈의 결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공부를 놓치는 말아야겠다.
돈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일단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