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자연유산, 그리고 호르몬 불균형.
임신 4–5주차일 때 자연유산 되었다
얼마전 우연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생리를 6주-8주 사이에 하기 때문에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해보니 두줄이 나왔다.
나는 이미 아들이 둘이나 있기 때문에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생명의 기쁨! 그것이 나의 욕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6월 10일 금요일.
그리고 그 주에, 여행왔던 친구와 LA 여행을 마치고, 배웅하고, 집을 다시 치우고, 빨래를 돌리고, 그 주에 아이가 사시 눈 수술을 하게 되는 등 엄청 바빴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술까지 잘 마친 아이가 참 대견했다. 그날 아침에 남편하고 별것도 아닌 일로 소리지르며 싸운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 아마 아니겠지. 하지만 나는 그 다음 주에 임신한 아이를 자연유산했다.
6월 14일 화요일.
그 날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두 아이들의 아침을 차려주고, 나는 소파에 누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배가 뜯겨 나가는 듯이 아파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끙끙, 식은땀만 흘러내렸다. 아이들은 다행히 그 시간대에 밥을 먹고, 손을 닦고, 알아서 춤을 추고 노는 등 나를 온전히 혼자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오후 2시 경까지 대략 6시간, 하혈을 하면서 계속 배를 움켜쥐고 누워있었다. 웅크리는 것도 너무 힘들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배란혈 이런 게 아니고, 진짜 생리 이틀 째처럼 피가 엉겨붙어 나오고, 쏟아지듯 나왔다.
산부인과에 전화해 예약을 잡으려니까 당장 응급실에 가라는 정도, 그리고 내가 산부인과에 가려면 다시 primary 의사에게 referral 을 받아야 한다는 쓸데없는 의료절차가 필요했다.
미국의 의료정책은 긴급할 때는 정말 일말의 도움도 되질 않는다.
또 6월 17일 금요일.
그래서 primary 의사가 있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금요일에 예약을 잡고. 금요일 아침에 방문해서 소변검사를 했다. 그런데 임신이 아니라고 나온다고 했다. … 아마 유산된 것일거라며 말하고 그냥 쌩 나가버렸다. 하… 그렇구나 별 위로의 말을 하진 않는구나, 정말 너무하네 하면서 나도 집에 왔다.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계속 하혈하는 데, 오후에 전화가 다시 왔다. primary 의사의 수간호사가 말하기를, “아까 소변 검사가 임신이 아니라고 나왔는데, 지금 보니 임신이라고 한다. 내일 가서 피검사를 해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지금 나랑 장난해?
아이들은 너무나 고맙게도, “베이비는 살아있을거야. 엄마를 위해 기도해줄게.” 라며 나를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짐작했다. 임신이라면, 내 몸이 이렇게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6월 18일 토요일 오전 7시.
8시간 단식을 하고 피검사를 해야한대서, 저녁을 일찍 먹고, 10시간 단식을 한 채로 Lab 에 가서 피를 뽑았다. 다행히 줄이 없는 곳이어서 빨리 끝내고 나올 수 있었다. 피 검사 결과는 4일 후에 나온다고 했는데, 하하. 그정도면 이미 다음 생리를 시작할 것 같았다.
6월 23일 목요일 오후 3시
4일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병원에 연락했더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니, 내 이름을 다시 물어보고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
그러더니 “당뇨 전 증상이 있으시네요, 관리하시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네요. 운동 하시고 저 콜레스테롤 식단으로 관리하세요. 6개월 후에 다시 피검사하시구요.” 했다.
지금… 그게 중요해?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hCG 레벨은 어떻죠?” 라고 하니 그분이 당황했다. 의료진이 아닌 프론트 직원이 환자 결과 요약본을 읽어준 것 같았다. “의사와 통화하시겠어요?” 하자, “간호사라도 괜찮으니 다시 연락을 주시죠.” 하고 끊었다. 그곳은 5시면 닫는 곳이니 다음주에나 연락이 오겠거니 하고 아이들 저녁을 준비했다.
그리고 오후 7시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의사가 아니고 간호사였다. 그 남자분은 “hCG 는 7.3 이네요.” 라고 해서 “그러면 알 수 없겠네요.” 하니, 그렇다고 했다. hCG 수치는 5 이상이면 임신이고, 25 이상은 되어야 확실히 ‘임신’. 7 레벨이면 임신 4주차 정도라고 한다.
피검사 자료를 보내줄 수 있냐고 묻니 그렇게 해주겠단다. 그래, 아마 유산된 것 같다. 그리고 혹시 산부인과에 referral 리퍼럴을 보내주겠냐고 하니 그렇게 해주겠단다. 그리고 마지막 생리 날짜를 말해주더니, “7.3 이면 3–4주 수치니까…” 라며 말을 더듬었다. 아마, 그도 눈치 챘을 것 같다.
아이는 유산된 것 같다고.
2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