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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모 Apr 30. 2018

만약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면?

미아 꼬우뚜(Mia Couto)가 말하는 10년 전 아프리카 정치 이야기

브라질에서 살던 시절에는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했다. 빈도 상 가장 많이 했던 것은 서점과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갖춰진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보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고, 좋은 시간 보낼 거리였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이란 옛 영국 격언도 있지만, 뭐든 그 표지가 얼마나 중요한 세상인가!  평생 다시 못 볼 책들이라고 생각하니 호기심이 더 끓어올랐던 것 같기도 하다.


상파울루 시내 중심부에 살았던 나는 파울리스타 대로변에 있는 Martins Fontes 서점에 자주 가곤 했다. 인근 다른 서점과는 달리 책 배열을 종로 대형서점 느낌으로 잘 해 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나의 눈길을 끈 코너가 있었으니, 바로 모잠비크 작가인 미아 꼬우뚜(Mia Couto) 책 세션이었다.


특이한 표지 디자인에 자연스레 손이 갔던 책.

     

미아 꼬우뚜는 모잠비크 태생의 백인 남성 작가이다. 이미 소설가로서 수많은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우리나라 한강 작가맨 부커상 수상 이전 연도인 2015년에 수상 후보로 지명받기도 했다. 소설가이기에 앞서 시인이면서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브라질 쪽에서의 활동도 왕성한지 유명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 (Sebastião Salgado)가 촬영한 <Africa> 사진집의 글을 쓰기도 했고, 브라질 사회 전반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글과 인터뷰를 많이 남기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링크더 가디언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또한 모잠비크 국가(國歌) 제정 시 작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모잠비크 국가 제정 과정의 의미와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의 차이점에 관한 영어 논문 하나를 찾게 되어 공유한다(링크). 또한 그는 시계 제조사 롤렉스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인 멘토-프로테제 프로그램의 멘토였기도 했다!(링크)



브라질에서 아프리카 소설이라니,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했고 온 김에 한 권 살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별히 나 자신을 위해 사는 책들 중 소설책은 정말 거의 없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이리저리 살피던 중 소설책이 아니면서 눈에 띄는 표제를 지닌 책이 한 권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우리 대학 도서관에 구매 신청하게 되었고, 지난주 받아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E Se Obama Fosse Africano?>, 우리말로 '그래서 만약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면?'이다.


그의 본명은 안또니오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미야오'의 미아라는 필명을 지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The Guardian


책은 미아 꼬우뚜의 에세이를 모아 출판한 것이다. 지금 다루고자 하는 글은 책의 마지막 글인데, 모잠비크 주간지인 사바나Savana 에 실린 글이다. 사바나는 모잠비크 독립매체 중 가장 위상이 높으며 논조가 비판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본문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포르투갈어를 이해하는 독자께서는 링크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다. 이하는 중요하다 판단한 내용에 대한 번역이다. 의미 전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부 풀어쓴 부분이 있다.


오바마의 당선은 작가에게 큰 감동이었음에 틀림없다.

... (오바마의 당선은) 우리들 속에서 틀어막혀있었던 희망의 목소리의 되올라감이자 해방이었다. 내게 그럴 권리는 없지만 내 마음만큼은 이미 그에게 투표하고 난 뒤었다 ...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우리 대륙의 여러 구석구석에서 환희로 가득 찬 반응을 모았다 ... 그와 동시에 나는 과장을 조금 보태 연대감에 가득 차 있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메시지도 모았다. 그들 대부분이 오바마를 "우리 형제"로 칭하고 있었다. 그러자 든 생각은: 과연 이 지도자들이 전부 진실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버락 오바마가  과연 그렇게 정치적으로 다양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그렇게 친숙한 존재일까? 나는 이것이 의심스럽다 ...

작가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의 가정을 해 봤다. 10년 전의 글이어서 연도와 등장인물이 지금과 다르거나 낯설 수 있으니 감안하여 보아야 한다.


그래서 만약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고 아프리카 어떤 국가의 대선 후보였다면?

E se Obama fosse africano e candidato a uma presidência africana?


1.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면, 현 집권자가 자신의 임기 연장을 위해 헌법 개정을 시도했을 것이고, 우리 오바마는 그다음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지금 아프리카 국가들 중 한 대통령이 계속 통치하고 있는 국가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 기다림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도 있을 터이다. 가봉 41년, 리비아 39년, 짐바브웨 28년, 적도기니 26년, 앙골라 28년, 이집트 27년, 카메룬 26년째이다.(역주: 이 글은 2008년에 쓰였다) 그 외에도 아프리카에는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대통령이 14명 남짓 된다. 무가베는 대중의 위에서 스스로 정한 임기가 끝나면 90세가 될 것이다.


2.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을 때 가장 있음 직한 일은, 독재 여당의 반대 당 후보가 되지만 캠페인을 벌일 틈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짐바브웨나 카메룬의 경우를 봤을 때, 그는 신체적으로 공격을 당하거나, 끊임없이 투옥되거나, 여권을 회수당했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부시(George Bush)'들은 상대편의 존재를, 민주주의를 허용하지 않는다.


3. 만약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면 그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출마 자격조차 얻지 못했을 것인데, 그 이유는 권력을 쥔 엘리트들이 이민자의 후손, 외국인의 자녀들의 정치 참여의 문을 닫는 법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잠비아의 민족주의자 케네스 카운다(Kenneth Kaunda)가 부모가 말라위 사람인 것 때문에 자기 나라에서 문제 지적을 받고 있다. 잠비아의 독립을 이끌었고 25년 이상을 위정한 남자가 결국 말라위인들의 자식이고 그 모든 통치 기간이 "불법적"인 것임을 적절하게도 "밝혀낸" 것이다. 반대 세력의 의도적 개입에 잡혀, 우리 케네스 카운다 씨는(그의 이름이 마푸투 시내의 가장 훌륭한 거리 중 하나의 이름이 되기도 했다) 정계에서 쫓겨날 것이며 곧 현 정권은 반대 세력이 차지할 것이다.


에티오피아 아티스트 Gelila Mesfin의 합성 사진이다. 아프리카인 오바마는 이런 느낌일까? 출처: Instagram @thick_east_african_girl


4. 하나 확실히 할 것이 있다: 미국에서 오바마는 흑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물라토(역주: 흑백 혼혈인)이다. 만약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인종'이 얼굴로 날아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피부색이라는 것이 리더에게 능력과 진지함을 기대하는 대중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포식자적 위치의 엘리트들은 "진짜 아프리카인이 아닌"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 그 누군가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서 환영받고 있는 바로 그 '흑인 형제'가 아프리카에서는 "타인"과 다른 인종, 다른 깃발의 대표자로서 비난받았을 것이다.


5. 만약 오바마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면, 우리 "형제"는 그가 감사 연설을 할 적에 동성애자들에게 받은 지지에 대한 내용 포함을 고려한 것에 대해서 도덕주의자들에게 아주 상세한 '해명'을 해야 했을 것이다. "아프리카 순수주의(African Purity)" 변호사들에게는 죽을 죄이다. 이들 도덕주의자들 - 때때로 권력자이며 종종 권력마저 있는 사람들 - 에게는 동성애가 아프리카 밖에서든 아프리카에서든 수용 불가능한 도덕적 악행이다.


6. 만약 선거에서 승리했더라도, 오바마는 패배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그들과 권력을 나눠는 일을 논의하는 모멸적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 몇몇 국가에서는 패배자들이 성스러워 보이는 - 투표로 실현된 국민의 뜻과 협상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버락 오바마는 부시 같은 사람과 테이블에 앉아 끝없는 비즈니스 회담을 할 테고, 그 사이에는 우리에게 '독재자들 뜻대로 선거 절차가 흘러가지는 않았으니 그 부스러기에라도 감사하라'라고 가르치는 아프리카인 중재자들이 있을 것이다.


결론 아닌 결론(Inconclusive conclusions; Inconclusivas conclusões)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이런 보편적인 시각에는 예외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 또 확실히 할 것은: 오바마가 처하게 될 장애물들은 민중에 의한 것이 아닌 위정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 사실을 말하자면 오바마는 아프리카인이 아니다. 여기서 사실은 아프리카인들 - 평범한 사람들, 이름 모를 일꾼들 - 이 오바마의 승리를 온 마음을 다해 기쁜 축제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아프리카의 독재자들과 부패한 사람들이 초대받을 권리가 없다고 믿는다 ... 우리 아프리카 국가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축하할 진짜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이곳, 우리의 대륙에서 태어날 더 많은 희망의 깃발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아프리카 출신 오바마'들도 승리할 수 있도록 싸우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프리카의 모든 민족과 종족이 승리한 오바마들과 함께 지금 우리가 축하하고 있는 남의 집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집에서 그 사실을 축하하는 것이다.




글은 2008년 12월에 발행되었다. 당시에 웹상에서 인기를 많이 끌었는지 인터넷에서 수많은 토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아프리카 정치 상황에 대한 정보 전달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그럼 발표 10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이 독자에게 전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도 정권이 바뀌었고, 한국도 정권이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변하고 있는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변했을까? 그 당시 독재자들은 현재 상당수 물러난 상태이다. 그 사이에 가봉 오마르 봉고 대통령이 돌아가셨고(2009), 코트디부아르그바그보, 리비아 카다피, 튀니지벤알리, 이집트무바라크(2011)가, 에티오피아제나위(2012), 부르키나파소콩파오레(2014)가, 작년(2017)에는 짐바브웨로버트 무가베앙골라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감비아야히아 자메가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러나 지도자의 교체가 항상 정치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독재자가 물러나도 집권 정당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들에서 정당이 교체되고 정치 엘리트 세력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여부는 조사해 봐야 알 것 같다. 그 조사는 다음 글에서 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


2017년 사임한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 JES 전 앙골라  대통령, 자메 전 감비아 대통령. 아직 일부 국가에는 장기집권 독재자들이 있다.



조금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에 있는 문제들이 아프리카 밖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심각한가?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세계경제대전망(The World in 2018) 책자에서 올해 세계에서 제일 불행한 국가를 선정했다. 예멘, 베네수엘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킨샤사콩고를 누르고 올해의 최악의 불행 국가로 선정된 국가는 남수단공화국이다. 책 내용을 조금 인용해 보겠다.


... 정규군과 각 부족 군사 간의 갈등은 대규모 인종청소의 조짐마저 예고하고 있다. 급여를 받지 못한 군인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구호물자 수송 차량을 습격하여 약탈한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국민이 목숨을 건지기 위해 불타는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 여성들이 장작을 줍기 위해 (유엔) 캠프를 나서기라도 했다간 즉시 강간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600만 명 이상이 굶주리고 있으며 그중 170만 명은 기아로 사망 위험에 처했다. 지금처럼 안전의 위협이 계속되고 가뭄이 끝나지 않는다면...(472페이지)


끔찍한 내전의 실상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영화 <울지 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가 있었던 톤즈 마을, <머신건 프리처>의 배경이 된 곳도 남수단이다. 대한민국 파병 부대 중 한빛부대는 UN PKO 명목으로 남수단에 가 있다.


울지마 톤즈(2010) / 머신건 프리처(2011)


정치 문제는 곧 돈과 직결된다. 식량이나 질병 문제보다도 정치적 안정이 아프리카에 가장 필요한 응급 처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전쟁만큼은 없어져야 한다!



독재자들이 물러나는 것을 보면 아프리카 정치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쉽게 '알이즈웰' 말할 수 없는 것은,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는 절대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루소폰 아프리카 지역에도 예리한 통찰을 가진 훌륭한 지식인이 많다. 그들의 시선을 국내에 소개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 포르투갈어 전공자들이 아프리카향 외교협력과 개발협력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또한 우리가 동양 정치사상을 아프리카에 전달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다.



커버 사진 출처: https://www.gelila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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