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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tainer 도은 May 12. 2024

가족 모두가 함께한 특별한 순간

부모님의 첫 턱시도와 드레스 체험기

좋은 사진 한 장은, 말로도 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단짝을 만나 같이 생활하기로 약속하며

이왕 사진 찍는거, 양가 가족들 모시고 함께 찍자고 했습니다.


20년전에 동네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고는 

20년동안 제가 외쳤던 말입니다.

제가 그 사진 떼자고 어찌나 말했던지, 

부모님께서는 제가 가면 가족 사진을 숨겨둘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9시부터 촬영인데 6시반까지 가야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이모님 1명이면 되는데 3명이나 고용을 해야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촬영을 해보고 이해하게 되었지요.


총 7명이 촬영인데, 

이들 모두 화장과 머리를 하고 

드레스나 턱시도를 고르게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양가 어머님 드레스는 금방 골랐지만,

저의 드레스 3벌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복을 일주일 넘게 골랐던것을 생각하면 

금방고른 편이긴 합니다.)


촬영장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어머니와 어머님은 한복만 입고 촬영하시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난 이런 남살스러운 옷보다는 한복이 어울려." 하시며 드레스 대신 한복을 고집하셨던거죠.


그러나 세분의 이모님들께서 

"한 번쯤은 변화도 필요해요." 

"드레스 잘 어울리실 거 같아요. 이때 아니면 언제 입어보시겠어요?"

"어떤 부부는 10년마다 한번씩 턱시도와 드레스 입고 촬영한대요. 어럽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라며 권유해 드렸고,


어머니께서는 마지못해 입으신 드레스가 어찌나 어울리시는지, 

처음의 그 거부감은 어디로 가고, 

입자마자 소녀의 모습으로 복귀하셨습니다.

"나 이거 봐라~~" 하시며 앞뒤를 돌아보며 행복해하셨습니다.


"마음에 드세요?"

라고 물어보다 이모님들께 혼났습니다.

반응을 보면 당연한걸 곤란하게 대답하게 하냐고....

저로서는 반전이 된 상황을 얼얼해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었거든요.


어머님께서도 부끄러워하셨지만,

참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저도 참 기뻤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사진이 나왔죠.



셋이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연출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셨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턱시도를 입으신 날이었습니다. 

"나도 아직 쓸만하네." 아버지의 그 말에 

어머니는 웃음을 참지 못하시고 

"니 아빠가 이렇게 멋진지 몰랐다야." 하셨습니다.


평소 미소가 없는 아버지이시고,

특히 사진 찍을 때에는 어색해하셔서 시선처리가 잘 안되는데

아버지의 이런 미소를 잡아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오랜 세월 함께 하셨지만 

서로에게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기회가 된거 같아

뿌듯했습니다.

부모님도 칠순기념 리마인드 웨딩사진을 촬영하셨죠.



그날의 사진 촬영은 단순히 이미지를 남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족의 서로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 신랑신부 2명이서 찍으니까 조용했는데,

저희는 7명이서 찍어서 시끌벅적하고 웃음도 가득해서 정말 하루종일 축하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로 남겨주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부모님의 환한 웃음은 

마치 오랜 시간을 거슬러 젊은 날로 돌아가신 듯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어머님도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속의 환한 미소를 마음에 되새기며,

즐거운 느낌을 떠올리십니다. 

쌩쌩한 느낌을 떠올리십니다.

이 또한 좋은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명상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부모님께 명상하는 시간을 선물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어느날 시댁 친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이미 어머님의 '자랑스런 며느리'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새로 쓰여진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돈 많이 나올까봐, 그리고 어차피 버려할 사진이라며

"사진많이 뽑지 마~"

라고 하셨지만, 저는 집안 곳곳에 둘 수 있도록 

앨범 외에도 액자, 사진시계 등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사진 볼때마다 미소 지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기쁩니다. 


아름다운 순간은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순간들은 시간이 흘러도 늘 우리 곁에 남아,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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