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는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아주 멋진 비전을 제시했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러 가거나, 바르셀로나에 가서 셀카봉 들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관광객을 하지 말고, 로컬들과 어울리며 그들이 사는 것처럼 살아보라는 이야기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나로서는 내가 최근 몇 년간 생각했던 것들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피곤하다. 특히 여행기간이 짧을수록 스케줄은 빡빡하고 이동이 많다. 돌아와서는 무엇을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사진들을 보며 기억을 되새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여행은 이제 그만하고 세상 여기저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던 참이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과연 살아본다는 것이 여행객 놀이하는 것만큼이나 즐거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서울이라는 힙한 도시에 사는 디자이너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나의 삶을 어떤 여행자가 보는 모습을 상상해본 거다. 그러다 나는 요즘 살아보는 듯한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한 함정을 발견하였다.
1.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는 잠시 그동안 돈벌이 걱정 없이 돈을 쓰러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에 사는 것을 해보려면 사실은 매일 출퇴근을 하건 아르바이트를 하건 돈을 벌어야 한다.
2.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아이로닉 하게도 여행자들의 로망인 로컬들은 반대로 그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로컬들을 만나보면 여행을 항상 꿈꾸고 있다. 나도 서울의 로컬이고 누군가에게 서울이란 너무나도 멋진 여행지겠지만, 나는 이 곳을 떠나 여행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local experience"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먼 곳까지 가서 평범한 경험을 하여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내가 서울에 사는 것처럼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할까?
나는 10-7 일하고 돌아와 아이를 돌보고 하루 겨우 한두 시간 내 시간 갖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데 ㅋㅋ
점점 여행과 삶의 경계가 흐려진다. 사는 것을 여행처럼, 여행을 사는 것처럼. 그냥 너무 복잡하게 그러지 말고 지금 살고 있는 삶에서 여행인 것처럼 여유롭고 사소한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