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 나는 그 날 내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맞은편 카페에 앉아 있다. 처음 와 본다. 그렇게 많이 그 앞을 지나다녔어도 그 속을 몰랐다. 가깝지만 모르는 것이니 일단 탐험해보기로 한다. 오늘 처음 이 카페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손님 하나 없는 2층에 앉아 책을 읽는다. 커피 향은 끝내주고 가격도 싸다. 주인은 친절하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대로에서 살짝 소외된 위치라는 것 말고는 흠잡을 데 없는 카페다. 손님은 드문드문 온다. 아는 사람만 일부러 찾아오는 매니아틱한 카페. 근데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미안할 지경이다. 다들 미안해서 안 오나보다. 이 카페.
창가로 자리를 옮긴다. 늘 사무실 창가에서 카페를 바라보다 오늘은 카페 창가에서 사무실을 바라본다. 난 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어딘가를 싸돌아다닌다. 난 마치 그 공간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처럼 우리 사무실을 관찰해보았다. 커다란 간판이 나름 멋이 있다. 허나 요즘 스타일은 아니다. 아이들과 여행하는 곳이니 컬러풀하게 디자인했다. 좋아 보이지만 뭔가 좀 부족하다. 뭐가 부족한 걸까? 잘 모르겠다. 휴일 날 사무실 맞은편 카페에서 스토커마냥 관찰하는 직원이 있어 그런가? 아주 모르겠다. 난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카페에 앉아 있다. 아무도 없는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흐른다. 그 남자는 책을 읽고 있다. 하얀 표지에 적당한 두께. 책을 보다 바깥 풍경을 본다. 다시 책을 본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어 불편한 모양이다. 두리번거리다 창밖을 본다. 유리창에 물방울이 하나 떨어진다. 하나가 두 개가 되고 곧 여러 개가 된다. 벌레가 달라붙듯이 다닥다닥 물방울이 맺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부자연스럽다. 영화 속 특수효과처럼 갑자기 퍼부어댄다. 남자는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자신의 가방과 우산을 확인한다. 다시 한 모금.
커피 향이 올라오는 와중에 창밖으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달린다. 머리에 가방을 이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달려간다. 카페 맞은편 건물의 처마 밑으로 피신한다. 흠뻑 젖은 그 아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하늘을 쳐다본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나 보다. 카페에 앉아 있는 남자와 비를 피하던 남자아이의 눈이 마주친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흐릿하긴 해도 서로 보고 있음을 의식한다. 어색한 그 마주침은 곧 종료되었다. 남자아이가 다시 머리에 가방을 이고 빗속을 뚫고 내달렸기 때문이다. 카페에 앉아 있는 남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비 그칠 텐데 하고 안타까워하다가 저 나이 땐 기다리는 게 더 곤욕일지도 하고 결론을 내린다. 다시 책을 본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건너편 처마 밑을 본다. 아무도 없는 그 자리마저 비가 들이친다. 바람이 불어 회초리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비는 이리저리 춤을 춘다. 음악이 흐르고 커피와 책이 놓여 있는 유리창 이쪽 세계와 비가 퍼붓는 유리창 저쪽 세계는 완벽히 다르다.
흐르던 음악이 꺼진다. 잠시 후 2층 문이 열렸다. 주인 사내가 미안한 표정으로 들어와 영업시간이 끝났음을 알렸다. 아니 벌써? 아직 일곱 신데? 원래 좀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천천히 정리하고 내려오란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커피 잔을 1층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인사하고 문을 나선다. 카페에서 내뱉어져 나왔지만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우산을 쓰고 한 걸음 내딛는다. 흥건한 바닥의 물이 금방 신발로 스며든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나는 놀라 건너편 처마로 피신했다. 아까 그 아이가 비를 피하던 그곳으로. 결국, 나도 여기 있다. 가방 대신 우산을 들고. 고개를 들어 카페 2층 창가를 본다. 아무도 없는 그 카페에 노오란 불빛이 꺼진다. 내 우산을 본다.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