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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효봉 May 12. 2023

대성당(레이먼드 카버)

아무때나 한 줄만 쓰는 독서 일기

맹인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대성당을 그리고 있어. 나하고 이 사람이 함께 만들고 있어. 더 세게 누르게나." 그가 내게 말했다. "그렇지, 그렇게 해야지." 그는 말했다. "좋아, 이 사람, 이제 아는구먼. 진짜야. 자네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이젠 순풍에 돛을 단 격이네. 무슨 소리인지 알겠나? 조금만 더 하면 우리가 여기에 뭔가를 진짜 만들게 되는 거야. 팔은 아프지 않은가?" 그가 말했다. "이제 거기에 사람들을 그려보게나. 사람들이 없는 대성당이라는 게 말이 되겠어?"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로버트?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무슨 일이에요?" 아내가 물었다. "괜찮아."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이제 눈을 감아보게나." 맹인이 내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그가 말한대로 눈을 감았다. "감았나?" 그가 말했다. "속여선 안 돼." "감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럼 계속 눈은 감고." 그가 말했다. "이제 멈추지 말고. 그려." 그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이제 된 것 같은데. 해낸 것 같아." 그는 말했다. "한번 보게나. 어떻게 생각하나?"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만 더 그렇게 눈은 감은채로 있자고 나는 생각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20230512 대성당 p317~p318-


<카버의 소설은 마음 속 장벽을 허문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 잘난 눈을 감으면, 우린 어디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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