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리바 Dec 31. 2020

부진했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주변에 물어보면 2020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시간들이었다는 결론을 내린 지인들이 많았다.

금세 끝나버릴 것만 같던 바이러스가 이렇게 해의 마지막까지 옥죌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적어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금세 없어질 거라던 예상과는 다르게 더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함께했다.


그래서였을까 나 역시 올해는 뭔가 제로였던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무언가를 했지만 무언가를 했던 기억보다 좌절하고 실패한 기분만이 사로잡는다

언제까지나 마음에 긍정적이고 밝은 것들로 채우고 싶다가도 그렇게 밝은 면만 유지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마음인지 이제는 안다.


왜 자꾸 어두운 면만 부각되는 걸까.

생각해보면 올 한 해 실패랄 것도 없는데 자꾸 못했던 것, 좌절했던 것, 실패했던 기억을 어딘가에서 찾아서 꼭 들춰내려 하는 내 모습이 찌질 해 보였다. 왜 스스로를 무덤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는지 그제야 조금 자각이 된다.




문득 실패와 좌절된 감정을 곱씹고 있을 때 '함께 하면서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올 한 해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좋았던 한 해였다.

물론 과정은 조금 뻑뻑했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계획한 모든 시간들이 좋았다.

시답지 않게 던졌던 말들을 다 들어주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없이 행복했다.

별거 아닌 말에 귀 기울여주고 함께해주고 그렇게 나의 마음을 채워가는 시간들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그런 시간을 경험했음에도 자꾸 어두운 면을 확대 해석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여전히 내 곁에 함께 할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나는 좋다.
감사하기도 하고. 어쩔땐 감격스럽기도 하다.


목표들을 작성하며 시작한 2020 쏜살같이 지나버렸다.

2020은 좌절과 실패로 얼룩진 시간이 더 많았다고 그런 생각이 아니더래도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건데 되돌아보면 좋았던 시간이 참 많은데 한해에 끝에 왔을 때 돌아보면 결론적으로는 너무 별로인 기분이 든다.


너무 큰 기대와 결과만을 보고 살면 내 주변에 있는 행복을 잊게 된다. 나도 잠시 너무 먼 곳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탓했던 것 같다. 좋은 생각만 하기도 짧은 순간인데 얼른 마음을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길. 



작가의 이전글 여전한 나의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