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듣는 노래 듣고 있어. 다른 노래도 추천해 줘.'
그 말에 차곡차곡 들어온 플레이리스트들 속 몇 곡을 추천해주었다. 당시에 나는 잘 몰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당신의 취향에 맞았더라고 생각했으니까.
시시콜콜 대화를 이어가던 어느 날 당신도 보면 좋을 것 같아 드라마를 추천해 주었다. 당시에 나는 드라마를 보며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공감을 했던 터라 어쩌면 당신도 내가 느꼈을 감정을 느끼길 바라며 가볍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내가 가볍게 한 말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밤새 시간을 내어 보았다며 이야기하자고 했다.
'주인공의 감정은 어떻고, 내용은 이렇고, 난 어떤 대사가 좋더라. 넌 어때? 너도 그렇게 느꼈어? 네가 추천해준 거 좋더라. 다음에도 추천해줘. 꼭 볼게.'
저녁이 깊었음에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당신의 신나 하는 목소리. 잠은 오지만 당신의 목소리가 마냥 싫지 않았는데 별안간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우리의 대화 주제 속 당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어쩌면 내가 듣는 노래도 아닌, 내가 본 드라마도 아닐 거라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당신의 취향이 내가 되는 것. 내가 뒤늦게 깨달은 사이 당신은 그렇게 내게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