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요놈
올해 아토피가 심해졌다. 그간 아토피에 대해서 경솔하게 여겼다. 나는 태선화가 일어날 정도로 중증도 아니었고, 보이는 부분이 심한 편이 아니었기에 민간요법으로 대충 관리해 주며 지내왔다.
피부가 간지럽고, 붉은 아토피의 증상이 나타나면 솔직히 나도 어떻게 해 줄 수 없어 답답했기만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손 놓고 지내왔다.
특히나 얼굴이 붉어져 톤 자체가 어두워졌는데 가만히 있어도 우울감이 드리운 얼굴로 인해서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느냐며 묻는 일이 허다했고 덕분에 나는 하루종일 미소를 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토피에 대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아토피가 심해져서 아토피 카페도 가입해서 정보도 얻으며 알음알음 버텼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피부가 많이 심해졌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짧은 시간의 결혼준비로 몸을 마구잡이로 대해서 또는 신혼여행을 몰디브로 다녀왔는데 그때 피부가 다 상해와서 상한 피부사이로 아토피도 같이 심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유튜브로 아토피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아토피를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가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아토피는 나을 수 있는 병,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 인식이 컸었다. 그런데 최근에 유튜브를 보니 아토피는 완치라기보다는 만성적인 병으로 잘 관리만 하면 일상생활에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병이라고 했다.
다만, 스테로이드의 두려움, 조금 호전되면 의사와 상의하지 않은 채 병원이나 약을 중단, 아토피에 관해서 전문가(?)들이 너무 많은 점등의 난관들이 너무 많아 아토피의 인식을 개선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특히나 스테로이드 사용에 관해서는 환자들이 판단할게 아니라 의사가 판단한다고. 세상에 스테로이드를 무책임하게 남용하는 의사는 없다며 그러니 조금 호전되었다고 병원을 중단할게 아니라 호전되었어도 상태를 살피러 병원에 내원해야 함을 당부했다.
솔직히 나도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조금 걱정은 된다만, 제대로 치료해 본 적 없는 내가 너무 앞선 걱정을 하는 것 아닌가 싶었고 올해 조금 심해진 것 같아 제대로 병원을 다녀보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을 다니는 것조차 난관이 많이 작용했다. 일반 병원은 아토피에 관련된 치료가 어떨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대학병원을 가자니 진료대기가 너무 사악했다. 전문의가 있는 피부과도 대기가 너무 사악하고.
대학병원과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다녀왔지만 스테로이드 연고, 로션, 약을 처방하고 경과를 보자는 입장인데 그 짧은 진료시간을 위해 1-2시간을 기다린 게 더 힘들었다. 차라리 참고말지 싶은 마음이 컸다.
우연찮게 회사 근처에 가정의학과를 지나치는데 진료과목에 피부과라고 적혀 있길래 원장이 피부과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아 호기심에 방문했고, 대기가 따로 없어 바로 진료를 받았는데 얻어걸렸지만 생각보다 많이 호전되어 삶이 참 감사하다 여겨졌다.
처음 내원했을 때 나는 별로 심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사가 '심하세요'라는 말에 내가 병을 바라보는 기준이 상향평준화가 되어있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그간 심한 환자들의 내용을 영상과 내용으로 접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얼굴, 목, 겨드랑이, 팔 접히는 부분, 무릎 뒤 이렇게 붉었고, 간지러운 부분은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이었다. 구순염으로 입 주변은 계속 터져있어서 입을 벌리거나 밥을 먹을 때도 불편했고, 무언가를 먹으면, 특히나 빨간 국물류를 먹으면 입술 주변의 하얀 각질들이 올라와서 고생이었다.
진료를 받을 때 음식에 대해서 어떤 것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고, 특히나 잠, 아토피는 면역력에 관련된 병이기 때문에 잠을 잘 자야 한다고 주의를 들었다.
1주 차에는 스테로이드 연고, 로션, 약을 처방받았고, 하루 2번 로션과 연고는 손가락 1마디, 손바닥 한 군데를 전체 바를 정도의 양을 도포해서 발랐다.
대학병원에서 엘리델을 처방받았을 때 작열감에 사용을 못했었는데, 1주 차에 처방받은 프로토픽을 바르고 어느 정도 호전되니 엘리델을 작열감 없이 바를 수 있었다.
이렇게 약을 바르고, 먹으니 1주일 동안 피부가 엄청 깨끗해졌다. 간지럼움도 적었고, 새벽에 깨서 긁는 시간도 줄었다.
2주 차는 먹는 약은 용량을 줄였고, 스테로이드 로션과 연고는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 1번 비스테로이드 연고를 계속 부위에 바르기로 했다. 피부상태는 깨끗해졌다. 얼굴에 아직 붉은 홍조가 남아있고, 약간 목이랑 팔 부분 접히는 곳이 간지러울 때가 있다. 피부가 완전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이게 약빨인가보다 싶었다.
3주 차 먹는 양을 2주 치를 받아왔다. 먹는 약의 용량은 전주에 비해 또 줄였다. 비스테로이드제 연고를 하루 1회 바르고 있다. 목 뒤에 두드러기처럼 피부가 올라왔고 간지러움도 조금 생겼다. 피부는 아직 깨끗하다. 입술에 약간의 각질이 끼는 게 느껴진다. 얼굴의 홍조는 여전히 옅게 남아있다.
일단 추석 지나고 2주분 약 떨어지면 더 진료를 받아보기야 하겠지만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완치'를 목표로 아토피를 바라봤다가 완치가 안 되는 모습에 좌절감을 더 많이 느꼈는데, 이제는 시선을 좀 바꿔서 이 병을 바라보기로 했다. 요즘은 신약도 많이 나와서 아토피 환자들에게 희망이 있는 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함이 충만해졌다. 병이 심해지면 또 좌절할 나이지만 그 가운데에 희망, 소망을 갖는 나를 또 발견하게 되면서 대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