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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Jan 07. 2020

몸 그리고 아토피

무조건 건강이 최고다!

29까지 막 사용하던 나의 몸 상태는 하반기에 급격하게 꺾였다.

한번 놀 때 새벽 4시!!! 를 외치던 나였는데 '나 이제 집에 가면 안 될까?'라며 과거에 내가 못살게 군 친구들에게 말도 안 되게 되묻는다. 아니면 한편에서 누워서 친구들의 티키타카를 반쯤 풀린 눈으로 지켜본다.


요즘 몸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허리도 아프고 아토피로 인해서 얼굴과 두피 몸이 말이 아니다. 거기다가 메스꺼움까지. 

12월부터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다.

내 몸에 약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영양제는 나와는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먹으니깐 나은 거 같기도 한다.


12월은 아토피와 사투였다.

10월쯤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제대로 먹지 않았고 건성으로 행동했다. 결국 마음을 다 잡고 12월부터 시작했는데 약발이 서서히 나타나더니 크리스마스 전 주에는 폭발했다.

그렇게 사투하는 동안 아침에 회사 와서 '아토피'를 검색하다 보니 알레르기가 피부로 나타나는 면역결핍 질환이라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비염도 있었고 알레르기성 기관지염도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확장되어 피부로 나온다는 건 이제야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어떻게 하면 될까? 하며 검색을 하니 면역력은 장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옛말에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게 복이다 라는 말. 나는 잘 먹고, 잘 자는 두 가지의 복은 타고났지만 잘 싸는 한 가지는 늘 고민이었다.

생각해보니 장이 안 좋은 게 맞는 거였고, 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좋은 양분을 흡수하는 능력, 몸과 싸워 이길 면역, 그리고 유해균을 배출해 내는 능력 또한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때부터 장에 관련된 약들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청국장환과 유산균 그리고 양배추 환. 이 세 개는 필수적으로 먹는 요즘이다. (생 양배추도 밥 끼마다 먹어댔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최근에 허리 때문에 먹던 아토피 약을 끊고 허리 약을 먹다가 다시 아토피 약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약빨이 잘 들어서 '내가 장을 잘 관리하고 있는 건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사진을 찍어두고 있는데 처음 약 먹었을 때보다 병이 드러나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그래서 10프로 정도는 기특해했다. 

물론 피부는 뒤집어지고 난리가 나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민폐이지 않을까 라는 걱정과 두려움 남모르게 위축되는 마음이 있다. (이건 또 따로 이야기할래)


처음 아토피가 엄청나게 튀어나왔을 때 엄마는 '잘 됐다! 너 다른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겠다'라고 반가워했다.(?) 뭔가 내가 눈에 보이는 약점이 생기니깐 스스로를 포장하기보다 스스로를 낮춰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마음이 생기더라.

건강할 때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딱히 크게 공감할 이유를 못 느꼈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서 약자의 마음을 되살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다. 


거기다가 아토피는 규칙적인 수면습관도 도움이 된다고. 식습관은 두말할 것도 없이...

피부가 재생되는 시간이 있는데 그 사이에 주면을 하면 좋다고 한다. 정말 복된 삼박자가 (먹고 자고 싸고) 잘 맞춰져야지 이 병은 낫는다고.

 

아토피가 튀어나오자마자 나는 내 삶의 습관들을 완전하게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약을 챙겨 먹기 시작했고, 잠을 일찍 자려고 노력하고, 식습관도 최대한 자연식으로 갖춰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혹은 많다.


아토피뿐만 아니라 나는 그동안 나를 얼마나 방치하고 살았나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행동들은 나를 사랑했기에 했던 행동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하게 사랑하면 안 될 행동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몸과 정신의 싸움에서 정신이 이기면서 몸은 방치되어 있었다. 난 그런 정신 싸움을 자랑스레 여겼고.

여전히 유혹은 많다. 편의점을 기웃거리고 싶어 하고, 운동을 하고 싶지 않아 하며, 반신욕은 웬 말이라며 등한시하는. 약을 먹는 와중에도 '대체 이걸 언제까지 먹어야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차츰차츰 몸의 시간들은 계속해서 나를 의심하게 만든다.


아토피를 치료하면서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서 치료해서 뭐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일단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리고 2020년에는 이제껏 묵혀왔던 나의 잘못된 습관들을 차츰차츰 바꿔나가고 싶다.


하루에 한 번씩 방을 닦는 일을 하다 보니 스스로가 깨끗해짐을 느낀다.

여기저기 내방 쳐 놨던 옷들도 개어놓고 걸어 놓으니 기분이 좋고, 화장대를 정리하니 스스로가 기특하다.

그렇게 조금씩 스스로를 변화시키면서 시작하는 202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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