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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g Apr 12. 2019

보이지 않는 아이 마음

표현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 것일까




J, 고모가 형아를 깨우는데 형아가 이렇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서 
형아를 좀 혼냈는데 J 생각에는 누가 잘못한 것 같아?


둘 다.


엥? 아니 왜?


둘 다 화냈잖아.





J, 고모가 이렇게 J한테 그대로 얘기한다고 형아가 고모를 발로 툭툭 차는데
그럼 이건 누가 잘못하고 있는 거야?


둘 다.


아니 그건 또 왜?


이르는 것도 잘못한 거야.





2019년 3월 1일 오전. J는 자동차를 좋아한다. 승용차보다는 버스, 트럭, 기차 같은 덩치 큰 차를 훨씬 좋아한다.



J가 이렇게 노는 모습이 나는 너무 좋다. 편안하게 보내는 휴일 시간이 J에게 치유의 약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똘똘한 J.

매사에 민첩하고 의욕적이고 눈치가 빠르다. 상황 판단과 대처가 빨라서 그런지, 

거의 느릿느릿하거나 우물쭈물하는 H와는 확연히 비교가 된다. H와 함께 받았던 종합심리검사에서도 

J는 H보다는 나은 결과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H가 종종 난처하거나 당황하게 되는 순간(이를테면 

나나 할머니에게 야단을 맞게 될 게 뻔한데 그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을 알아차리고는 

제 형에게 눈짓을 하거나 작은 소리로 코치하기도 한다. 둘째들의 성향이 대부분 그렇다는 식의 반응을 

굳이 부인할 마음은 없으나, 내 생각에 J는 기본적인 둘째 성향에 부모 슬하에서 안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바람에 그런 식으로 생존본능이 발현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H와는 또 다르게 마음이 아리다. 


7세 반으로 진급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치원으로 데리러 간 일이 있었는데, 

J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이럴 때는 으레 박동수가 빨라진다. 아이 맡긴 부모 마음이 그럴 것이다. 

난데없이 울린 전화기에 유치원 관계자가 발신자로 뜨면 그 잠깐 사이에도 괜스레 긴장되는 것처럼 말이다. 

J 담임 선생님은 5세 반 시절부터 벌써 3년째 J를 지도하고 계신다. J 주변에 있는 누구보다 

J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행동이나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이기에 너무나 중요한 인물이다. 

J 사회생활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유치원 생활을 사실 나는 거의 전혀 모르거니와 알 수 있는 길도 

J가 한두 마디 내뱉는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이럴 때는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J가 가끔씩 기분이 푹 가라앉아 있을 때가 있어요.
마음이 쓰여서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대화를 시도하면
대부분 말하고 싶지 않아 하죠. 억지로 놀이를 유도하기보다는
스스로 시간을 좀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었는데, 그러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하고, 친구들과 다시 놀이를 시작하곤 했어요.
그런 뒤에 다시 물어보면
이미 J 스스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던 것 같아요.



이미 오래전, J에 대한 담임선생님의 진지한 피드백을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은 어쩌면 

J에게 잠재되어 있는 어떤 우울이나 슬픔, 불안, 혹은 남들과 다른 환경이나 상황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인지부조화 같은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나는 그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그런 것이리라 단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도 그 말을 먼저 꺼내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조심스러웠을 것이고, 나는 그 말들이 너무 아파 말도 하기 전에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선생님의 대처가 나는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별다른 요구를 덧붙이지 않았다.



J가 발표에 적극적이지 않고 부끄러워할 때가 많아요.
서로 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일부러 J가 발표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주곤 해도 J는 원하지 않아요. 




내가 모르는 J. H가 J만큼만 해줘도 아무 걱정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J의 모습은 그랬다. 

선생님은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J의 태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하고 진지한 메시지를 

내게 주고 있었다.


어머나 그래요? 



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이미 눈앞이 뿌옇게 눈물이 고였다.



제가 H랑만 비교를 하게 돼서 그런지 J가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집에서나 형이랑 함께 하는 다른 활동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거든요.
H 신경 쓰느라고 제가 미처 J의 마음은 보살피지 못했나 봐요.



H가 상처가 더 컸을 테니, 그건 당연해요. 하지만 J도 그것을 고스란히
느꼈을 거예요. 조금 더 어렸던 것뿐이니까요.
더 많이 용기를 주시고, 다독여 주세요.





J, 고모 아들 J. 

그랬구나, J가 그랬구나.

그렇게 야무지게 헤엄을 치고, 운동장을 가르고, 페달을 밟고, 공을 차는데도 그랬던 거구나. 

그렇게 호호 깔깔 뛰며 뒹구는데도 그랬던 거구나. 

J 마음에 무엇이 있니,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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