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Jang Sep 28. 2018

어떤 이벤트

아마도 처음 느껴본 감정

올해 감격한 순간이 둘 있었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다소 울컥하는, 뜨거운 것이 밀려온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감정이 더 부푼 까닭도 있을 것이다.

성탄절에 내가 요구해서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면

올해의 기쁨 혹은 감동의 순간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잊고 싶지 않다.



2018년 어버이날. 이 인쇄체만 보고도 내 속에 뭔가 움직이더니...




무심결에 뒤집어 보고는 쿵 하고 떨어졌다.




또 다른 한 번은 내 생일이었다.

이미 나는 생일 이벤트 같은 것도 잊은 지 오래였다. 대신 가능한 생일에 연차를 내고 쉬는 편을 택해왔다.

올해도 그랬다. 그날 무엇을 했는지 벌써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오랜만에 시내를 돌아다녔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그저 멍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

그리고서 퇴근하는 양 집에 돌아왔던 것 같고,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이었는데



고모! 그런데에, 선물이 있어. 잠깐.



J였다. 저만치 가더니 유치원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손 위에 조심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나는 얼음이 되었다. 편지였다.

어버이날 감사 카드는 H와 J가 함께 유치원에 다니던 작년에 한 차례 학습이 된 바 있었지만 생일 편지는 처음이다. 그 사랑스러움과 벅차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담을 수가 있을까.


2018년 7월의 내 생일. J가 내 손에 가만히 올려 놓아 준 비밀 편지.




나는 정말로 울고 말았다. 6살의 편지다.



차오르는 감정을 차분히 내려 앉히고 한참 후에야 다시 본 J의 편지는

말 많은 데 지쳐버린 내게 맑고 시원한 한 모금 샘물 같았다.

단도직입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나는 이런 것이 아름답다. 말도 글도 지나치면 피곤하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기 마련이다.

아마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을 J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글을 더 많이 알게 되어도, 말을 더 많이 하게 되어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분명하고 솔직하게, 간단하고 단정하게, 진정 어린 태도를 담아 전할 수 있는 사람이면

나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될수록 그게 가장 어렵다.

H와 J가 그러기를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옥상 텃밭 가을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