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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g Apr 23. 2019

초여름 밤마실

세상을 다 가진들 그보다 좋을까

일곱시 조금 넘어 집앞 골목에 집입하는 참이었다.

H와 J가 나보다 먼저 차를 알아보고는 조심성 없이 달려와 차창안을 들여다 보기에

차를 멈추기보다 차창을 먼저 내릴뻔했다.

아, 여름이구나. 지난 여름에 자주 있던 일이다.

H와 J는 저녁을 먹고도 훤한 대낮같은 날들에 밖에서 너무 너무 놀고싶은 나머지

저들끼리 놀이터까지는 차마 가지 못하고 할머니가 내려다보면 바로 보실 수 있는 골목길까지만 허락을 받고 나와 놀곤 했다. 벌써 일년이 또 흐르고 그럴 수 있는 날들이 온 것이다.

별것 하지 않고도 아이들은 신이 나 있었다.

파자마 바지에 점퍼만 걸친 채로, 또 한 녀석은 무릎이 다 헤져 할머니가 기워주신 낡은 내복에 점퍼 차림이었다.

그러고도 얼굴가득 어찌나 신이 나 있는지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아이들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 중 하나라도 기분이 좋지 않으면 당연히 나도 마음이 가라앉는 것처럼.

그 즐거움을 깨고싶지 않아 저녁식사 여부를 확인하고는 곧장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들 기분이 하늘을 찌른다. 

물론 돌아와서 할머니께 야단맞았다.


2019년 4월 22일 월요일. 길고 길 여름의 밤마실이 시작되었다.


H가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오늘이 3일째.

아주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으려다보니 밤잠을 설치게 된다.

약은 H가 먹는데, 내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그래도 H가 거부하지 않아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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