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텃밭 오월의 찬란
가물었던 끝, 오랜만에 비내리는 일요일이 지났다. 전국적으로 비예보가 내리자 엄마는 토요일 아침에 거름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 엄마를 거들었다. 엄마가 고춧모 아랫녁을 우묵하게 파 놓으면 나는 거기에 한 삽씩 거름을 넣어 주었다. 그런 뒤에 엄마가 확인을 하며 파 놓은 흙으로 다시 거름 부분을 덮었다. 잎 채로 먹는 상추에 거름이 흩어져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넣어주었는데도 여기 저기 흐르고 날려 손이 많이 가게 생겼다. 엄마가 상추를 너무 많이 심은 탓이다. 상추가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올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엄마는 늘, 해마다 차고 넘치게 상추를 많이 하신다. 올해는 특히 상추가 잘 됐다. 도시에서 취미삼아 하는 농사이고 상추는 해마다 넘치도록 많이 심어 똑같이 나는 것 같아도 어쩐지 해마다 나는 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것 같은데 그것은 누가 알려주어서 알게 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나도 그저 어렴풋이 그것을 느낀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똑같았을 상추가 올해는 더 부들부들하고 여리고 달고 아작거리고 맛이 난다. 그렇게 상추를 먹으면서도 상추 한번을 씻은 일이 없다. 가끔 언니들이 오면 엄마가 싸준 상추를 씻는데만 두시간이 걸렸네, 세시간이 걸렸네, 하는데 과장이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엄마가 소리 없이 옥상에 계시는 시간 중 상당 부분은 아마도 두번 세번 상추를 씻는데 할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