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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ang May 21. 2019

또다른 오월

옥상텃밭 오월의 찬란

가물었던 끝, 오랜만에 비내리는 일요일이 지났다. 전국적으로 비예보가 내리자 엄마는 토요일 아침에 거름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 엄마를 거들었다. 엄마가 고춧모 아랫녁을 우묵하게 파 놓으면 나는 거기에 한 삽씩 거름을 넣어 주었다. 그런 뒤에 엄마가 확인을 하며 파 놓은 흙으로 다시 거름 부분을 덮었다. 잎 채로 먹는 상추에 거름이 흩어져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넣어주었는데도 여기 저기 흐르고 날려 손이 많이 가게 생겼다. 엄마가 상추를 너무 많이 심은 탓이다. 상추가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올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엄마는 늘, 해마다 차고 넘치게 상추를 많이 하신다. 올해는 특히 상추가 잘 됐다. 도시에서 취미삼아 하는 농사이고 상추는 해마다 넘치도록 많이 심어 똑같이 나는 것 같아도 어쩐지 해마다 나는 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것 같은데 그것은 누가 알려주어서 알게 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나도 그저 어렴풋이 그것을 느낀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똑같았을 상추가 올해는 더 부들부들하고 여리고 달고 아작거리고 맛이 난다. 그렇게 상추를 먹으면서도 상추 한번을 씻은 일이 없다. 가끔 언니들이 오면 엄마가 싸준 상추를 씻는데만 두시간이 걸렸네, 세시간이 걸렸네, 하는데 과장이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엄마가 소리 없이 옥상에 계시는 시간 중 상당 부분은 아마도 두번 세번 상추를 씻는데 할애될 것이다.



2019년 5월 18일 토요일 아침 옥상 텃밭을 두루 채워준 거름.


텃밭 작물 중 단연 으뜸은 상추요, 상추와 자웅을 겨루는 것이 고추요, 상추와 고추에 뒤지지 않는 것이 토마토다.



한여름 토마토는 어찌나 뻗세고 생명력이 강한지 어쩔 때는 그 기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참으로 성가시기도 하다. 올해는 일부러 모종을 줄여 심었는데 벌써부터 그 맹렬함이 선연하다.


가지꽃. 우리 가족은 모두 가지 요리를 좋아한다. 주로 고추가루 살짝 넣고 간장에 볶아 먹는데, 몇 그루 심어 놓으면 여름이 늦도록 열매를 매달아 밥상을 차지 하고 올라온다.


호박. 작년에는 날이 너무 더워서 호박이 통 되지 않았다. 올해는 기대해본다. 호박이 맺히지 않아도, 호박잎 만으로도 정말 맛있다.


오이 공주.



딸기. 올해의 스페셜 종목은 딸기였으나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키우기는 역부족임을 실감했다.




더덕. 십수년 이 옥상 텃밭을 지킨 녀석이다. 몇 해 전에 더덕 뿌리를 몽땅 캐내어 정리를 했는데도 여기저기서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감꽃.




고추. 청양고추와 아삭이고추를 늘 함께 심는다. 우리집에서 청양고추는 사계절 필수 식재료다.



깻잎.


아욱.


당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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