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돌아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참고할 것들
삼분의일을 떠나고 약 1년 동안 프리랜서로 지냈다. 20여 개 업체와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3개월을 함께 했다. 요식업과 숙박업을 비롯해, 가구, 유통, 세무회계,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결과를 내기도 하고 좋은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 프리랜서 생활을 끝내고, 여러 회사를 보고 느꼈던 것과 과거의 경험을 정리하던 중,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매출 기준으로 성장하는 회사들의 공통점과 성장 원동력을 간추려 공유한다.
이번 글은 다른 브런치 글처럼 '내가 했던 일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하고 개인적인 견해와 풀이를 덧붙인 것이다. 가급적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성공한 기업들의 OO가지 공통점'과 같은 글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위주로 작성했다. 담긴 내용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을 다른 시야로 점검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끝으로 내가 합류한 회사에 대한 소개도 짧게 덧붙인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잊는 것이 시장 규모다. 주위를 둘러보면 시장 규모를 제대로 알거나 추정하는데 힘쓰기보다 제품과 서비스만 집중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나마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시장 크기를 가늠하지만, 실제보다 더 크게 보는 경우가 흔하다. 자신들이 시장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관련 제도의 규제나 기존 이익 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하지 않는 우를 범해 믿음을 현실로 만들지 못한다. 만들더라도 그 과정이 매우 지난하다.
급격히 성장한 거의 모든 회사들은 시장분석과 규제 파악이 면밀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근거로 시장 규모를 판단했다. 그렇게 판단한 시장 규모는 최소 1,000억 단위다. 그 이하 시장에서 움직이는 회사는 없었다. 반면 조 단위 시장에 속한 회사는 더러 있다.
만약 회사의 성장 속도가 느려졌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면, 시장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시장 크기가 작다는 결론이 나오면, 시장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 등이 있는지 알아보고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성장이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장 규모는 매우 중요하다. 시장이 작으면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한계에 쉽게 다다르며, 한계 극복은 힘들다. 500억 시장의 50% 점유율과 1조 시장의 1% 점유율의 차이는 매우 크다.
성장하는 회사 중 절반 이상은 구성원 간의 소통이 원활한 편이었는데, 흥미롭게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업무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소통을 해설하면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이다. 오해가 없기 위해서는 서로의 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거나, 같은 의미를 다른 용어로 사용하면 이해 대신 오해를 한다.
같은 용어를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마법의 단어 '마케팅'이다. 어떤 일인지 정확히 언급하기보다 마케팅 하자라고 말하는 경우가 꽤나 빈번하다. 성장하는 회사 반절은 '마케팅' 대신 '광고를 하자', '콘텐츠를 어떤 채널에 배포하자'와 같이 오해 없이 명확하게 말한다.
더불어 같은 것을 지칭하지만 누구는 '서비스'라 말하고 누구는 '제품'이라고 말하지 않고, 단 하나의 용어로 의사소통한다. (참고로 제품과 서비스의 차이는 매우 크다.)
※ 이 글은 '회사'와 '조직'을 혼용하고 있으며, 문맥을 기준으로 더 적합한 단어를 선택했다.
성장하는 회사 중 절반 정도는 각 구성원이 회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려고 하며, 어떤 가치로 일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는 것을 실제 업무로 반영하는데 집중한다. 흔히 이런 것들을 내부 브랜딩이라고 한다.
내부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인지하는 조직은 많지만, 진지하게 고민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비전과 미션을 만들기만 하고 끝낸다. 이 비전과 미션이 왜 필요한지 모르는 경영진들이 많고, 구성원이 모르는 경우는 더 많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가능한 같은 생각과 목표를 향해 달려야 더 효율적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이 비전과 미션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짧은 이야기를 하나 덧붙인다.
A와 B가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A는 아침을 ‘가볍게 먹어야 한다’ 말하고, B는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말합니다. A와 B는 논의 끝에 아침을 ‘적당하게 먹자’하고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C가 등장해 '굶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황한 A와 B는 C에게 아침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고, C는 이에 맞서 왜 먹지 않아야 하는지 설득하느라 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결국 아무도 밥을 먹지 못 하게 됐습니다.
A와 B 입장에서는 기껏 무엇을 먹기로 했는지 결정했는데, C 때문에 아침 식사를 먹지 못 하고 시간만 낭비했습니다. C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장대로 아침을 안 먹게 됐지만, A-B와 관계가 서먹해진 것 같아 뭔가 찜찜합니다. 다음 날 같은 일로 다투게 되지 않을까 걱정만 쌓입니다.
만약 A, B, C가 아침 식사에 대한 생각이 처음부터 같았다면 어땠을까? 다툼 없이 밥을 먹었거나 혹은 먹지 않았을 거다. 먹기로 했다면 무엇을 먹고, 먹기 위해 각자가 준비해야 할 것까지 정했다면 매일 아무런 탈 없이 밥을 먹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하루를 힘차게 보내기 위해'와 같이, 아침을 먹는 이유가 덧붙으면 금상첨화다. A, B, C 가 밥을 얼마나 먹냐 안 먹냐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힘차게 보내기 위해 어떤 것을 먹어야 하느냐 식으로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의 문단을 비전과 미션 등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전 : 아침밥을 먹고 매일 하루를 힘차게 보낸다.
미션 : 매일 아침 영양가가 높은 든든한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다.
업무 : A는 식단을 짜고 재료 준비, B는 요리, C는 수저 세팅과 설거지
만약 A, B, C 각자가 비전과 미션을 다르게 알고 있다면 다툼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이 알고 있으면 아무 문제없이 각자 할 일을 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비전과 미션은 거창한 것이 아니지만,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어렵지 않게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비전과 미션 외에도 업무도 언급했다. 과연 다른 사람의 업무도 알아야 할까?
A: 식단과 재료 준비
B: 요리
C: 수저 세팅과 설거지
앞의 예를 기준으로 요리를 담당할 B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고 싶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B는 A에게 식단에 반영해 줄 것을 부탁하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A는 영양소를 고려해 재료를 조금 더 다르게 써볼 것을 B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든 새 식단에 파스타가 들어가 있다면, C는 젓가락 대신 포크를 준비할 것이고 파스타가 아닌 국수라면 젓가락을 준비할 것이다. (이것이 협업이다)
그런데 만약 A가 B의 의견을 무시하고 재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거나, C가 수저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밥은 못 먹게 될 것이다. (미션 달성 실패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비전과 미션, 각 팀(위 글에서 A, B, C)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 느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와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처럼 뜬구름 없는 소리 같은, 내부 브랜딩의 목적도 이해될 것이다. 내부 브랜딩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한 사람 혹은 한 부서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 그래서 협업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조직은 모든 협업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기 바란다. 그래서 협업 절차를 강화하고 협업용 도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도구와 절차와 무관하게 협업을 잘 하는 조직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방해하지 않는다. 방해받지 않는다.
어떤 부서나 실무자도 담당해서 맡고 있는 업무가 있고, 그 업무만 잘 수행해도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 요청을 받으면, 맡은 일을 못하도록 방해 받는다고 느끼거나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인해 구성원 간의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2주 단위 스프린트로 일하는 개발팀에게 다음 주까지 결과물을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디자이너에게 아무런 문구와 샘플도 없이 알아서 만들어라고 한다면, 팀의 일정을 전면 수정하거나 기획 등으로 예정도 없던 야근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협업이 원활한 조직은 요청 수단은 제각각이지만 상대가 원래 하고 있던 일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다. 요청 전에 상대가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는지, 일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지, 역량을 빌려 필요한 부분만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했는지 점검한다. 요청을 받은 당사자는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역량만 빌려주면 될 정도로 상대가 잘 준비하지 않았다면,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다.
※ 슬랙, 트렐로, 지라 등 협업 도구를 도입했다고 협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니다. 편의성 등이 다를 뿐 이메일로도 협업을 잘 할 수 있다.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나 일부 회사는 데이터를 어려운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흔히 데이터는 숫자와 수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가 숫자와 수치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올바른 말이라 여긴다.
실제로 데이터의 사전적 정의 '이론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 또는 바탕이 되는 자료'다. 숫자와 수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아래에 정리한다.
데이터는 숫자와 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는 ‘이론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나 자료’ 다.
Google Analytics 등으로 확인한 사용자들의 행동은 데이터다.
CS팀이 들은 고객의 목소리도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데이터는 목적이 중요하다
숫자는 고객의 행동과 생각을 알려주지 않는다.
수집해야 할 데이터의 형태는 측정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문구가 클릭에 도움되는지 알려면 문구별 클릭률이라는 수치를 보면 된다. 하지만 고객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분석용 소프트웨어보다 고객을 만나 심층 인터뷰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이때 심층 인터뷰 내용이 데이터다.
데이터는 추세다
데이터를 볼 때 특정 수치보다 전체 추세를 살펴야 한다. 하나의 수치로 희비가 엇갈리지 말자.
오늘 매출이 어제보다 50% 늘었다고 기뻐하면 안 된다. 지난 1달 동안 매출이 계속 줄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고객의 클레임이 유독 많더라도 지난 1달 동안 클레임이 없었다면, CS팀의 고객 응대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 특별한 날일 수도 있다.
회사의 문화에 따라 정보 공유를 투명하게 하는 경우도 았고, 아닌 경우도 있다. 특정 부서나 경영진들만 정보를 독점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회사 대부분은 보안 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며, 내부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게 주의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주변의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는 보안 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사의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때 회사에 크나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안 유지가 중요한 것을 모르는 회사가 꽤나 많다.
그래서 보안 유지에 대한 기본 개념과 어떤 것이 내부 정보인지 아래에 정리한다.
회사에서 생겨나는 모든 정보가 내부 정보다.
업무를 하며 습득하게 되는 모든 정보와 지식은 회사의 자산이자 내부 정보다.
내부 정보는 비즈니스 전략과 실적 정보와 같이 누구나 대외비라고 생각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보 거래가 가능한 회사의 연구 기술부터, 업무 프로세스,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업무 실행 계획, 관계사 현황 등 이 모든 것이 내부 정보다.
업무 중 알게 된 모든 정보는 유출하면 안 된다.
외부에 공개해도 되는 정보는 회사의 공식 채널과 보도 자료 등으로 언급된 것들 뿐이다.
외부에 정식으로 공개된 정보만 외부로부터 문의를 받았을 때 답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OO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면, OO회사와 파트너 관계임으로 말해도 된다. 다른 파트너 회사에 대해서는 말해서 안 된다.
외부에서 작성된 자료와 관련해 담당자와 사전 협의 없이 말하지 않는다.
취재 기사와 업종과 관련된 출판 등 제 3자에 의해 작성된 정보는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제 3자에 의해 작성된 정보에 대해 임직원 입장에서 '확인'을 해주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요청을 받을 경우 반드시 관련 담당자와 협의 후 말한다.
※ 이 글을 쓸 때 도움을 받았던 회사들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을 예정이다. 그리고 각 회사가 공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은 글에 없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될 때, 별도의 글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라 가볍게 언급한다.
아시다시피 거의 모든 회사는 품질과 가격, 진정성 등을 무기로 우리는 다른 곳과 다르다고 말한다. 너도나도 그렇게 말하니 고객은 그 말을 믿지 않거나 걸러 듣는다. 아무리 우리를 믿어달라고 해도 고객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똑같은 말인데 몇몇 회사들은 고객으로부터 믿음을 얻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같은 말이라도 남이 아닌 우리가 한 말을 더 믿게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공신력'이다. 실제로 성장하는 회사 일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신력를 확보하거나 이용하는데 집중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나 맡게된 브랜드도 공신력을 확보를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공신력이 왜 중요한지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든다.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라는 어록을 남겼다. 그런데 만약 같은 말을 노숙자가 한다면 어떨까. 같은 말이지만 받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예를 위해 언급한 것이지, 절대 노숙자분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갖가지 수단과 다양한 톤으로 고객 혹은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그것이 공신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점검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성장하는 회사는 반대다.
※ 눈치가 빠른 분은 브랜딩, 포지셔닝, PR 전략 등과 관련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부정하기 않겠다. 자세하 내용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회가 될 때 다른 글로 자세히 소개하겠다.
바로 전, 기왕에 공신력을 언급했으니 공신력 있다고 평 받는 분의 말로 글을 시작한다.
"History teaches that almost nothing a leader says is heard if spoken only once"
의역하면 "단 한번으로 리더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역사는 찾아볼 수 없다." 이다. 하버드 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자 리더십 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거겐 David Gergen 교수가 한 말이다.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제럴드 포드, 리처드 닉슨 등 여러 미국 대통령의 고문도 역임한 그는 리더에게 반복과 반복을 요구했다. 한번만 말해서는 리더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인데, 특정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거나 새로운 행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계속 말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주장했다.
수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모든 구성원이 리더의 생각을 알고 같은 방향으로 일하기 바란다. 그래서 타운홀 미팅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지만 결과는 시원찮다. 아니면 리더 혼자만 '우리는 모두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어!'하고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장하는 조직의 리더들 또한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여러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구성원에게 전달한다. 차이점은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가지 가치만큼은 항상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같은 말을 또 했고, 또 하고, 아마 또 할 것이다.
제3자 입장에서 봐도 저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였으니, 그 말을 듣는 구성원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흥미롭게도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팀장 이상 경영진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일했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래는 관련 경험담이다.
한 팀의 리더이자 고문으로 모 회사와 3개월을 함께 했다.
팀원은 1년 전에 제작된 콘텐츠와 같은 컨셉으로 늘 똑같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만 반복했다. 그저 하던 일만 계속할 뿐,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회사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몰랐다. 회사는 팀원이 주도적으로 일하며 회사에 기여하기를 바랐다.
가장 먼저 경영진과 의논해 팀의 목적과 달성해야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정의했다. 이후 팀원에게 목적과 성과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리고 항상 목적과 성과를 생각하라고 요구했다. 어떤 목적으로 일하는지, 달성해야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꼭 염두하고, 모든 일은 목적과 성과에 일치하라고 말했다.
이후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고 정해진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일이라면 어떤 계획이나 기획안도 크게 관여하지 않고 주도해서 일할 수 있게 배려했다. (단, 타 부서 업무를 방해하거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는 검수했다.)
반대로 목적과 성과에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이 있으면, 귀찮을 정도로 팀과 회사의 목적이 무엇이고 달성하려는 성과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것 외에는 계속 강조하며 말하는 것은 없도록 노력했다. 실제로 '또 목적과 성과'라는 말을 들었고, 왜 매번 그것만 말하냐는 식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을 때, 그 팀원은 목적과 성과에 벗어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간혹 목적 등에 벗어난 계획을 세우더라도 '앗!'하며 스스로 수정했다. 목적과 성과라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보니, 회의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계약 초반에는 '일이 힘들다'와 같은 내용으로 개인 상담을 했다면, 3개월 차에는 '성과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와 같은 내용으로 상담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내가 한 일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사실 위 경험담에 언급된 팀원처럼,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반복이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전달됐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구성원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메시지나 바라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을 얼마나 말했는지 점검하기 바란다. 며칠 동안 몇 번만 말했다면, 몇 개월 동안 몇십 번 말해볼 각오로 다시 말해볼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하라는 것이 아닌, 점검하고 고민하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면 지름길을 찾지 말아야 한다.
직원들이 "대표님이 매번 똑같은 말만 해", "팀장님이 하는 소리는 맨날 그거지"라는 험담이나 핀잔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대표님은 매번 말이 바꾼다", "팀장님이 또 딴소리다. 저번에 이렇게 일하라며"보다는 낫다. 매번 바뀌는 말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매번 하는 말은 기억하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불리든 말든 회사답게 일한다. 문화와 복지가 상대적으로 독특할지라도, 회사답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갖추거나 갖추면서 시장에 진입하고 비전과 미션 등을 달성한다.
옆에 말을 걸어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당황하거나) 본인의 생각과 다른 답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스타트업은 이래야 해', '이것이 스타트업 정신'이라며 일반적인 회사와 스타트업을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선두를 앞지르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몇몇 스타트업을 보면, 스타트업이 기존 회사와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도 본질은 회사다. 비전과 미션, 조직문화 등은 제각각이라도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 법인이라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꽤 많은 작은 회사들(정확히 '그 회사의 대표')은 자신들이 회사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회사가 아닌 '우리는 뭔가 특별한 곳'이라는 환상을 품고 혁신을 위해 기존 방식과 다른 것을 찾는다. 성장을 위해 빠른 실행이 중요하고 실패해도 잘 배우면 된다고 말한다. 반면 일 하는 사람을 위한 미션과 업무 체계, 최소한의 취업 규칙과 인사 관리 시스템에 뒷전인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한 대표에게 관련해서 우려를 표한 적 있었다. 나는 그로부터 "무슨 말인 줄 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넷플릭스 같은 문화를 만들 수 없다. 스타트업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라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자유와 책임 문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고 덧붙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건 방임이다.
크기와 무관하게 이른바 '잘 돌아가는 스타트업' 대부분은 회사답게 일하려고 한다. 멋있어 보이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일해'하고 그냥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인사 관리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HR팀 등을 꾸리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업무 체계 등을 만든다. 그리고 이때 발생한 비용은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경영진들은 머리 아프게 고민한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회사' 중 앞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회사는 있을까? 나는 여태 본 적이 없다.
글이 길었으나 사실 요약하면 간단하다.
시장이 커야 한다. 정말 큰지 혹은 앞으로 클 것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1. 시장 규모)
구성원들은 서로 방해하지 않고, 근거와 함께 합심해서 일한다. (2. 단어 선택과 용어 통일, 3. 내부 브랜딩, 4. 협업 준비, 5. 데이터에 대한 인식)
리더는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으로 잘 일할 수 있도로 최선을 다한다. (8. 같은 말을 반복하는 리더, 9.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예기치 못한 방해 요소를 만들지 않는다. (6. 보안 유지, 7. 공신력 확보)
읽으면 알겠지만 누구나 읽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 내용들을 실제로 지키고 현실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번 글은 이 어려움이 아주 조금이라도 쉬워지길 바라며 쓴 것이다. 읽는 분들에게 도움 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한다.
여기서부터 문체를 달리 하겠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리랜서 생활을 끝내고 최근 '그린랩스'에 합류했습니다. 그린랩스는 제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회사며, '디지털 농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갑자기 왠 농업이냐? 혹은 그린랩스는 뭐하는 곳이냐? 하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설명 하나 덧붙입니다.
농업은 1만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인류와 함께 했으며, 언제나 환경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아무리 비료를 잘 줘도 비가 오지 않거나, 너무 춥거나 더우면 농사를 망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적절한 환경만 갖춰지면 농작물은 언제나 잘 자랐습니다. 그렇다면 비와 온도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린랩스는 온실이나 축사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 원격으로 농장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등 간편한 방법으로 환경을 제어하는 제품을 제공합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농민들은 '올해는 잘 자랄까'하는 걱정 없이 언제나 안심하고 농작물을 키우고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수확한 농산물을 좋은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여러 유통 경로를 제공해, 수익에 대한 고민 또한 해결해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농업과 관련해 생산과 유통을 효율적으로 하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식재료를 만들고 소비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린랩스는 이런 시도에 최선두로 달리는 기업으로, 설립 이후 매년 3배씩 성장했으며 올해는 40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그린랩스가 속한 시장은 조 단위로 그 규모가 매우 큰 만큼, 성장 가능성 또한 매우 큽니다. (1. 시장 규모) 뿐만 아니라 데이팅 서비스 아만다 창업자, 커머스 서비스 쿠차 창업자 등 경험 많은 경영진들이 뚜렷한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세우며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8. 같은 말을 반복하는 리더, 9.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
그린랩스는 지금까지 제품 개발과 영업 전문가들이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더 빠른 성장 등을 위해 마케팅 본부를 신설, 이제껏 부재했던 마케팅 전문가를 모으려고 합니다. 저는 이 마케팅 본부의 본부장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제 막 합류했기 때문에 아직 어떤 조직이 만들어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구성원이 서로 합심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2. 단어 선택과 용어 통일, 3. 내부 브랜딩, 4. 협업 준비, 5. 데이터에 대한 인식) 제가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작성한 브린치 글(아래 링크)처럼 명확한 기준으로 함께 일하는 방법에 대해 고심할 것입니다.
홈페이지 리뉴얼부터, 기존에 모호한 것을 하나씩 바로 잡고, 외부와 내부 모두 사용할 용어를 통일할 것입니다. 나아가 회사 성장에 필요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마케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향 평준화로 품질이 향상된 농작물을 하나의 브랜드(예를 들면 제스프리 키위)로 통합하는 미래도 꿈꾸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함께 하기 위해 그린랩스 마케팅 본부는 콘텐츠, 브랜드, 퍼포먼스, 디자이너와 PR 등 다양한 포지션의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멋진 팀을 만들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