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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르 Feb 14. 2019

오로라를 보면 천재를 낳는다(?)

캐나다 옐로나이프 여행기 <2>

시차가 맞지 않아서 새벽에 눈이 떠졌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책을 펼쳤다. 다른 여행지라면 씻고 분주하게 준비했겠지만 이곳은 옐로나이프.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 필요가 없다. 낮에 그다지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10시가 돼 거실로 나갔다. 선샤인비앤비 사모님이 아침을 준비해놓았다. 토스트, 과일, 요거트…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자니 사장님이 옐로나이프 올드타운에서 펼쳐지는 작은 페스티벌 일정을 알려줬다. 인근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를 건너서 얼음동굴을 보고 오는 코스였다. 참가비 없고 소요시간은 3~4시간이었다.


마침 일요일어서 할일도 없을 듯해 참가하기로 했다. 그전에 다운타운으로 가서 오로라 빌리지의 개썰매 체험을 예약하고. 온라인으로도 예약이 가능하지만 어쩐 일인지 다음날 거는 예약이 안 된다. 올드타운에서 다운타운까지는 차로 10분 거리지만 일요일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눈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니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나왔다. 눈길만 아니면 산책삼아 걷기 적당했지만 전날 눈이 내려 여기저기 눈밭이었다.

다운타운에 도착하니 정말 30분 가량 지나있었다. 오로라빌리지 사무실에 들러 개썰매 체험을 예약했다. 세금 포함하니 약 100달러였다. 다운타운의 명소인 인디펜던트 마트에 들러 탄산음료 하나를 사서 나왔다. 다운타운이라고 해도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데 마트에 들어가면 여기가 사람 사는 동네 맞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다시 눈길을 헤치고 왔던 길을 돌아 집결지에 모였다. 생각보다 많은 군중이 모였다. 대략 30명. 출발 시간이 임박하자 10여 명이 더 늘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과 같이 꽁꽁 얼어붙은 그레이트 슬레이브 호수를 건넜다.

전세계 10번째로 큰 호수인데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자동차도 다닌다. 호수를 건넌 뒤 야트막한 언덕에 올랐다. 마을 주민들의 무덤가를 지나 수풀을 헤치고 가니 대형 고드름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얼음동굴이 등장했다. 내 인증샷을 하나 찍고 인증샷 찍어달라는 사람들의 사진도 찍어준 뒤 종종걸음으로 컴백했다.








생각보다 많이 걸었던지라 숙소에 돌아오니 졸음이 쏟아졌다. 밤에 오로라투어를 하려면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 낮잠을 즐기기로 했다. 한숨 늘어지게 잔 뒤 이날의 하이라이트 오로라 헌팅을 준비했다. 오늘 밤은 눈이 오지 않았다. 오로라지수는 여전히 낮은 2정도지만 날만 맑으면 관찰이 가능하다고 한다. 드디어 오로라를 보는 건가.

밤 9시. 이틀 연속 허탕쳤던 코리안 3인방과 전날 밤에 숙소에 왔던 한인 커플, 그리고 나. 이렇게 6인이 오늘 오로라 헌팅을 나간다. 사장님의 긴장되는 브리핑이 시작됐다.

“오늘 구름이 많습니다. 구름은 계속 이동하니까 한번 기회를 노려보죠.”

6인을 태운 투어 차량은 옐로나이프 주민들이 애용하는 아이스링크 주차장 앞에 잠시 멈췄다. 사장님 왈, 오로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간대는 자정이니 아이스하키장 구경이나 하고 가자고 한다. 일요일 밤이건만 아마추어들이 아이스링크에서 하키 연습에 한창이다. 그리고 사장님의 단골 스폿인 이름 모를 언덕으로 갔다. 깜깜한 밤 하늘 한쪽 편에 허연 무리가 살짝 보인다. 좀 전까지 옅었는데 금세 진해진다. 오로라를 육안으로 보면 구름 같이 하얗다고 하던데. 이것이 바로 오로라인가. 사진을 찍으니 정말 푸른 색의 오로라가 등장했다. 사장님이 줄을 세운 뒤 한명씩 차례로 인증샷을 찍어줬다.

인증샷을 찍고 나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몰려오더니 오로라가 보이지 않는다. 사장님의 두번째 스폿 호숫가로 갔다. 구름이 여전히 잔뜩 끼어 심지어는 별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의 세번째 스폿인 원주민 텐트(티피)로 갔다. 오로라는 구름에 가려져 카메라에도 나오지 않는다. 티피 안에서 난롯불이나 쬐며 소시지를 먹고 잡담이나 하며 시간을 때웠다.


같이 투숙했지만 호구조사를 하는 느낌이 들어 서로 물어보지 못 했던 다량의 정보들이 오간다. 코리안 3인방은 친구들처럼 보였지만 친구들이 아니었다. 여자 2인방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이고 남자는 우연히 같은 날 선샤인비앤비에 묵게 돼 여행메이트가 된 거였다. 여자 2인방은 의대생이고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2개월간 교환학생을 하고 있었다. 남학생은 고1때 미국으로 유학와 LA 근교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코리안 커플은 둘 다 의사였다. 남자는 공중보건의이고 여자는 모 대학병원에 근무 중이다. 여자의 동생은 밴쿠버에 거주 중인데 옐로나이프 여행이 끝나면 밴쿠버에 들러 해후할 예정이다. 선샤인비앤비의 사장님은 옐로나이프가 오로라 성지로 뜨기 전에 이곳에 들렀다 현지 땅주인과 교류를 잘 맺은 덕에 눌러 앉게 됐다. 지금은 본인 소유의 집을 민박으로 활용 중이고 정부 인증 오로라투어 가이드를 하고 있다. 경쟁업체이자 영업마인드가 월등한 H투어 사장님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다. H투어 사장님은 토론토에 거주하다 이곳에 와서 탁월한 영업 역량을 발휘 중이라고 한다. 쓰고보니 TMI인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마친 뒤 사장님은 오로라 여행객을 위한 꿀팁을 전달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옐로나이프 오로라 투어의 최적기는 9월이고 3~4월도 나쁘지 않다. 이유는 강우량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강우량이 적다는 건 비나 눈이 오지 않고 날이 흐릴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다. 9월은 특히 호수가 얼지 않아 호수에 비친 오로라까지 찍을 수 있어 멋지다. 지금처럼 겨울에 오면 월동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인증샷이 그다지 이쁘지 않다. 투박한 캐나다구스 점퍼에 털모자, 목도리로 칭칭 감고 있어 사진빨이 안 받는다. 피해야 할 시기는 6~7월. 이때는 투어업체 다 쉰다. 와 봤자 프로그램 찾기도 힘들다.”


아쉽게 이날 더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사장님은 중생들이 불쌍했는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차를 멈춰 세우고 눈밭에서 설정샷을 여러 차례 찍어줬다. 그렇게 둘째날도 큰 아쉬움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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