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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 청천 Aug 05. 2022

청첩장, 웨딩드레스 셀렉 : 평범함

20O年1月






“이 중에 어떤 게 제일 예뻐?”

자신의 결혼식 청첩장을 고르고 있던 동료가 물었다.

“음... 두 번째요”

“첫 번째가 더 괜찮지 않아?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잖아”

“네 첫 번째도 괜찮아요”

“그렇지 근데 세 번째도 잘 보면 또 예쁜데...”


사실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거기서 거기 같았다. 다 비슷했다. 어디가 고급스럽다는 것인지, 어떻게 보면 예쁘게 보인다는 것인지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일일 경우, 모든 것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이 미묘하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자신의 눈에는 잘 보일 터이다.



 



결혼 날짜와 결혼식장이 정해지고 나는 바로 청첩장부터 골랐다. 나의 청첩장 선택은 아주 빠르게 끝났다. 그 이유는 평범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평범한 80년대생으로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결혼식으로 끝나던 유구한 콘텐츠를 보며 자란다. 그리고 결혼식이 인생에 한번 공주가 되는 날이라고 무의식은 저장해왔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가져다 놓고 보니, 결혼식은 차림의 수고도 광대짓도 내가 하는 (물론 기꺼이) 날이었다. 나는 결혼식을 패키지로 결제하는 순간, '적당히' '평범하게' '평균 정도' '남들 하는 만큼', '보통'의 어른들이 좋아하는 그 정도를 하기로 했다.    


청첩장 후기가 담긴 블로그를 여러 개를 훑어보고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사이트 중 하나에 들어갔다. 그리고 ‘베스트 상품’ 중 가장 저렴한 것을 택했다. 청첩장 디자인을 고민하던 그 동료는 직접 초대 문구도 작성했는데 개인사가 담겨 있어 보기 좋았다. 그 글은 ‘10년 동안 연애하며...’로 시작하는 문장이었다. 나도 직접 초대 문장을 쓰고 싶어 며칠을 낑낑거리다가 양가 부모님과 양가 부모님 지인과 신랑 신부와 신랑 신부의 지인, 전부가 보기에 적절한 문구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기하고 청첩장 사이트에 있는 평범한 예시 문구를 짜깁기했다.






그렇다고 모든 선택에서 나의 취향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예식장이 가진 패키지를 신청했으므로, 여러 샵을 돌아다니며 입는 것이 아닌 예식장에 소속된 샵에서 드레스를 셀렉해야 했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드레스 고작 4벌을 입어보고 나는 드레스를 골라야 했는데 그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여 나의 취향을 반영하고 싶었다. 업체의 배려를 받아 7벌을 입어보았고 나는 세미 머메이드에 홀터넥 조합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이 드레스의 형태는 가늘고 키가 큰 사람이 입었을 때 맵시가 난다고 업체 측에서 우회적으로 말해주었다. 내 눈에도 나는, 샵에 들어가기 전부터 입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벨라인의 치마에 어깨끈 없는 탑 형태의 드레스가 가장 잘 어울렸다. 하지만 나는 사랑스러운 공주풍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조합은 입고 싶지 않았다. 






당시에 비교적 평범하지 않았던 드레스를 선택하고는, 신랑 양가 부모님 모두에게 ‘네가 마음에 들면 됐지’라는 그닥의 평가를 받았다. 반면 평범한 청첩장을 선택하고는 ‘괜찮다’는 긍정의 평가를 받았다. 내 친구 한 명은 자신의 결혼식인데 하객들에게 신랑과 같이 인사를 하고 싶다고, 구경당하는 꽃다발이 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끌리지 않는 드레스를 선택해 예식 전에 신부대기실에 앉아있지 않기로 했다. 결혼식 후에 만난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게, 너네는 나 같은 짓 하지 말라고 단속했다. 


그러니까 평범함은 다수가 선택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평범함은 익숙함이다. 그래서 최고의 평가는 나오지 않을지 몰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수월하다. 평범함이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평범하고 싶기도, 평범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청첩장 인쇄 깨알 TIP

- 예식에 참석 못한 사람에게 주는 답례장을 같이 신청하는 것이 좋다.

- 부모님은 우편을 보내실 수도 있기 때문에 봉투에 주소를 새겨드리는 것이 좋다. 그래서 봉투는, 신부 부모님 주소 인쇄 버전, 신랑 부모님 주소 인쇄 버전, 무지 버전 이렇게 세 가지로 많이 인쇄한다.


웨딩드레스 셀렉시 깨알 TIP

- 본식 때 헤어를 묶을지 풀지 정도는 생각해두고 가면 어울리는 드레스 고르기가 수월하다.

- 화장을 하고 가야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색하지 않으니 민낯은 피해야 한다.

- 신랑은 턱시도 고르는데 5분 걸린다. 색깔은 검은색, 남색, 흰색 정도 보여주고 옷 깃이 둥근지 각이 있는지 정도를 고른다.

- 드레스 입는다고 요정으로 변신하지는 않으니 드라마를 상상하면 안 된다. 신부가 드레스로 갈아입고 커튼이 열리면, 신랑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미소를 지으며 예쁘다고 말하면 된다. 드레스 입느라 수고함에 보내는 응원의 리액션이라고 여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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