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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May 11. 2024

내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간

쉽지 않지. 하지만 포기할 순 없지.

만성피로와 독한 감기로 두 달을 채워가는 동안 마음으로 급하게 세운 계획들이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다.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나의 젊음과 싱그러움을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 버티던 시간이 지나갔다. 지나갔나...?

지옥 같은 나날들이 지났고 그것들을 끌어내기 위한 날들도 지났다.

오늘의 나의 상태는 그 시간을 보낸 영광의 상처를 안고 내 삶과 나의 역할에 책임을 지기 위한 최상의 선택을 하기 위해 하나씩 나아가는 시간이다.

마흔 살 초반의 이룬 것 없는 아줌마가 현실에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하루는 녹녹지 않다.

가까이에서 보면 나름의 고통과 인내는 다들 있을 것이고 그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 결혼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지금 결정한 것은 없다.

다만,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내 삶의 나를 세우는 일이다.

그와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에서 변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내가 뭘 잘못해서 매번 나만 노력해야 하나 억울한 마음으로 9년의 시간을 아파했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의 몸과 영혼만 병들어 갈 뿐이었고 방법은 내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들을 때마다 

불공정함에 분노가 들끓었다.

브런치 북에 기록한 나의 치부들은 오늘의 나를 이룬 과거의 나이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생각과 판단을 믿으며 나아가고 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지금이 이게 최선이다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지금의 나는 훨씬 더 나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지금도 그와 그들의 의도가 꼴 보기 싫고 불끈 화가 나서 아이에게까지 화가 흘러가는 어리석은 짓도 하지만 그래도 그 기분에 더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픔과도 많이 친해졌다. 

매일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몸살 기운은 이젠 점점 익숙하지만 유쾨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

외롭지도 않다. 

나에게 책임질 아이가 있고 책임져야 할 나 자신이 있으니 이것만 생각해도 잠을 이루기 힘들 지경이다.

여태 뭘 배우고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지금은 아무것도 할 줄 없는 초라한 무능력자인 내가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이 상황을 좌절할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잘하는 걸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일로 휴식을 취하라고 했는데

난 잘하는 것도 모르겠고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다.

언제쯤 난 이래!!라고 명확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될까..

한정된 에너지로 아이를 보필하고 집안일을 하고 나를 챙기고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이를 보필하고 집안일을 하고 나면 전혀 에너지를 못 내고 있다.

음악을 들을 마음의 여유도 책을 들고 있어도 집중을 할 수도 없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더 나아진 상태이다라고 기록해 나가는 것은 

더 이상 나를 갉아먹어는 희생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힘이 생겼고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그들이 내뿜는 불편함에도 버티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와 그들의 온갖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던 시간이 지나 회유하고 비난하고 죄책감을 씌우는 시간을 지나 지금의 시간을 얻기까지 난 그 지옥을 견뎌내었다.

내 아이가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지 않았고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내 아이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전부 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거면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 이것보다 더 큰 감사는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건강한 독립을 위해 나만 아는 속도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다.

절대 포기는 없다.

내가 이 결혼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완벽한 사랑을 받지 못한 내가 건강하지 않은 내가 

건강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해

나 자신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행하는 것.

나를 살려 내는 것.

불안한 마음을 묻어두고 기도하며 믿고 나아가는 것.

나의 소중한 아이가 스스로 온전히 즐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뒤에서 지켜주기를 감사하며 기꺼이 해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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