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 일반인의 내 맘대로 영화 리뷰
** 이 글은 영화 평론 1도 모르는 나부랭이의 개인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쓴 글입니다. 스포일러와 결말, 소소한 디스가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며칠 전 개봉한 영화 ‘기생충’. 개인적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로 먼저 접하게 된 영화였다. 영화 개봉일날 보고 온 친구가 너무나 추천하길래 주말이 되자마자 바로 보고 왔다.
사실 과거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들을 몇 번 본 적 있었는데, 볼 때마다 조금 실망했다. 분명 영화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었지만, 당시 내가 너무 어리기도 했고 예술 비평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의미를 찾기보단 보이는 줄거리 그대로를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욱 읭?스러웠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이번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영화 ‘괴물’과 비슷한 장르겠거니 했다. 하지만 친구의 스포를 통해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이번만큼은 재미없는 영화가 되지 않도록, 영화 줄거리 속에 숨은 의미를 추측해보며 감상해보자 생각하며 봤던 것 같다.
소득 수준 가장 아래 빈민층과 다름없는 네 명의 백수 가족은, 물리적으로도 가장 아래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대학교 학위증을 속여 엄청난 부잣집의 과외생 '다혜'를 가르치게 된 아들 '기우'는 여동생과 아빠, 엄마도 마치 서로 모르는 남인 양, 유학파 미술 선생님, 베테랑 운전기사, 유명 업체의 가정부로 소개해주며 악착같이 다혜네 집에서 일하게 된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다혜네 가족들을 속여 원래 그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쫓아냈는데, 그 후 두고 간 짐을 찾으러 왔다며 찾아온 예전 가정부로부터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다혜네 가족들도 몰랐던 집 지하실에 가정부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 가정부는 남편에게 몰래 음식을 갖다 주기도 했고, 아무도 없을 땐 지하실 밖으로 나와 마치 자기 집인양 지냈다.
가정부 부부는 우연히 기우네 가족의 정체를 알게 된다. 기우네 가족은 어떻게든 다혜네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고 빌붙어 지내야 했고, 결국 가정부 부부네를 지하실에 영원히 가둬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부잣집에서 기생하기 위해 서로를 물고 뜯으며 다치게 하다가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비슷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유층 가족과 빈민층 가족에서 180도 다르게 표현되며 대조적으로 표현되었던 장면이 많았다.
햇살이 내리쬐는 넓고 푸른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다혜네 집, 그리고 노상방뇨를 하는 술 취한 사람들을 바라봐야 했던 반지하의 기우네 집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캠핑을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와 짜파게티에 한우를 넣어 먹는 다혜네 가족들, 그리고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침수되어버린 반지하 집을 탈출해 피난처에 모여 눈을 붙여야 했던 기우네 가족들
다음 날 동생 생일 파티를 위해 드레스룸에서 가장 예쁜 옷을 꺼내 고르는 다혜네 가족들, 그리고 침수로 인해 몽땅 젖어버린 옷을 뒤로하고 지원받은 옷 거지 중 가장 쓸만한 옷을 고르는 기우네 가족들
모든 것이 같은 듯 전혀 같지 않게 표현되고 있었다. 그들이 겪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이는 극명하게 구분되는 부유층과 빈민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생충'에 표현된 부유층 다혜네 가족들을 보면 사실 아주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진 않았다. 다른 일반적인 영화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좋아 보였다. 영화에서는 다혜네 엄마를 보고 '심플하다'라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단순하고 사람을 쉽게 믿는 순진한 사람으로 보인다.
반대로 빈민층 기우네 가족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다혜네 가족들을 속여 돈을 벌 궁리를 한다. 그리고 사실상 같은 처지인 기우네 가족과 가정부 부부는 서로를 배려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조화롭게 살기를 택하기보다는, 자신의 살 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서로를 물고 뜯고 죽인다.
늘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믿고,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들은 피하려는 부유층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들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빈민층 사람들은 더럽고 치열하고 구차하게 살아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직면한 당연한 현실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빈민층 기우네 가족들로부터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언급이 몇 차례 된다. 다혜네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섬유유연제를 바꿔야 하나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냄새는 오랫동안 반지하에서 지내면서 베이게 된 특유의 냄새였다. 이를 알 리 없는 다혜네 가족들은 가끔씩 풍겨오는 정체 모를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막거나 창문을 연다.
'냄새'는 기우네 가족들이 반지하를 떠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속이고 발버둥 쳐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반지하라는 집은, 기우네 가족들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영화 마지막에 기우가 지하실에 갇힌 아빠에게 모스부호로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있다. 편지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그 집을 살 테니, 아빠는 지하실에서 그냥 걸어 올라오면 된다'라고 말하며 가족들과 아빠가 만나 포옹을 하는 장면이 잠깐 비치는데, 속으로 '몇 년 후 성공한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다시 반지하의 현실로 돌아오며 기우의 한 상상으로 표현된다.
영화 마지막까지도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그들은 부유층이고, 그들은 빈민층이었다.
사실 영화의 중요한 줄거리, 약간의 반전 포인트(?)들이 다소 예상 가능하긴 했다.
예를 들어 다혜네 가족들이 캠핑 나간 사이, 기우네 가족들은 마치 자기 집인 마냥 먹고 마시고 즐겼고 그때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속으로 다혜네 식구들 곧 돌아오겠구나, 대체 언제 돌아오지 노심초사 보느라 그 사이 벌어진 대화 내용에 조금 집중이 안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기우네 아빠가 집 밖에서 마치 증발된 마냥 사라졌다고 했을 때, 지하실로 숨었겠구나 바로 예상할 수 있었던 것도 있었다.
물론 쉽게 예상 가능한 전개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좀 더 에너지를 쓰길 바랬나 싶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부분들이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됐더라면 인물의 대화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에 더 몰입이 잘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그냥 내가 눈치가 빨랐을 수도 있지만ㅋㅋ
이번 만큼은 인터넷에 올라온 영화평론가의 글이나 다른 리뷰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본 직후 내가 온전히 느낀 바를 글로 남기고 싶었다. 다른 후기들을 보며 내 생각을 스스로 조작해버렸던 지난 영화들을 떠올리며..!
나의 총평은, 어떤 모습을 풍자하고 있는지 장면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갔을 때 더욱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오히려 다른 어려운 영화들보다 나 같은 초보자들도 쉽게 내포된 의미를 캐치해낼 수 있었던 영화 같기도 하다. 현대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부유층 다혜네 집에 기생하는 기우네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내며, 빈민층을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부유층, 그리고 살기 위해 부유층에 빌붙어 그들과 같아지길 갈망하지만 결코 될 수 없는 빈민층의 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빈민층도 부유층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나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는 또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사실 이들조차도 부유층 코스프레를 하며 그들과 같아지길 갈망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인간이란 참 상대적이고 간사하구나 생각되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내포된 의미 이런 거 모르겠고 스토리만 봤던 내 친구는 영화 보는 내내 하품을 했다ㅋㅋ 그거야 뭐 아는 만큼 보이고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반대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는 동안 하품을 하다, 나중에 리뷰를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충분히 이해한다. 아무튼 그런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황급히 마무리하며 개인적인 별점은 3.8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