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시작하자마자 반강제적 장기 휴가를 쓰게 되면서 여유롭게 휴식기를 즐기는 중이다.
다음 주면 이 길고 긴 방학도 끝나기에.. 조금 늦었지만 지난 2020년을 돌아보며 드릉드릉 나의 2021년을 시작해볼까 한다.
이직하면서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를 경험하게 되었고, 덕분에 내 커리어에 대한 생각도 많이 전환되었다. 전 직장에선 인사이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팀을 움직이는 'PO(Product Owner)'가 되고 싶어 졌다.
생각이 바뀌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혼자보단 함께 일할 때 즐거웠고 일하면서 팀원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받는 순간들이 짜릿했기 때문이다. 난 함께 일하며 형성되는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돈독해진 팀원들과 멋진 서비스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서비스 기획자이자 PM으로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으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거의 1년 내내 재택근무를 했는데, 덕분에 출퇴근 시간, 화장하는 시간까지 싹싹 긁어 가며 바쁘게 일했다. 업무 외 시간엔 특히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개발 공부에 신경 썼는데, 음 코딩 이런 건 아니고 실무 개발 용어들을 공부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나만의 개발 용어 사전도 만들어 공부하고 있다.
모르는 분야라면 귀 닫아버리던 나였는데, 이제는 좀 더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고 더 좋은 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나를 정말 잘 알아서 하는 말인데 이건 진짜 장족의 발전이다ㅋㅋㅋ
이직 후 참여한 첫 서비스가 릴리즈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서비스라 그런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wow 포인트 많은 서비스를 출시해보고 싶었는데, 뜨거웠던 대중의 관심 대비 아쉬움이 많았다.
그치만 뭐 IT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 지속적으로 호흡하며 개선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올해 예정된 어마 무시한 (실무진 입장에선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능들을 잘 녹여내어 보다 안정적이고 멋진 플랫폼이 되는 그날이 오길!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30살에 결혼하자고 막연하게 했던 약속이 벌써 올해가 되었고, 혼자가 아닌 둘로 시작하는 공간은 조금 더 안정적이길 바랬다. 집 값 억제를 위한 각종 부동산 정책이 나왔음에도 치솟아 오르는 집값을 보며 아직은 때가 아닌가 고민도 많았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지금이 가장 지출 적고 금전적 능력 있는 시기인데 소신껏 결정하기로 했다. 말이 그렇지 사실은 오-랜 심사숙고 끝에 작고 귀여운(?) 아파트를 매매했고, 아직 잔금일까지 며칠 남았지만 끝이 보이는 것 같아 기록해본다. 다음에 내 집 마련 썰도 풀어보겠다ㅋㅋ너무 힘들었거든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는지 몸에 탈이 났다.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암'이 발견됐다.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엄청났고, 난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 뿐인데 이렇게 어린 나이에 대체 왜? 아득해졌다. 스스로도 진정이 안되는데 암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이들을 안심시켜주는 것도 의외의 정신노동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목 한 켠엔 앞으로 평생 나와 함께할 흉터를 얻었다. 이건 예상 못한 부분인데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와 수술 후 3주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회사로 복귀 못한 채 요양 중이다. 인생에 두 번의 암은 없기로 다짐하며, 앞으로 몸을 더 아껴줄 예정이다. 이 와중에 이렇게 덤덤하게 글을 쓰게 된 나를 칭찬해ㅋㅋ
조급한 성격은 좀 넣어두고, 의식적으로 브레이크 걸며 중간중간 여유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한 전략적 쉼이라고 포장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도 연구해볼 생각인데, 사용하는 업무 툴 혹은 방식을 점검해보며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최소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매일 5000보 이상 걷기는 덤!
업무에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자 한다. 사실 작년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나, 당장 눈앞의 급급한 일들로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했다.. (반성) 올해는 지표 꾸준히 살펴보고 공부하면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잘 활용해보겠다.
나를 돌아보며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부족한 것을 지속적으로 관찰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또 언제 어디에서 신나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ㅋㅋ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정리해봐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꾸준히 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 습관도 되찾아 볼 겸, 평소 재즈 음악을 자주 듣는데 직접 연주하면 멋질 것 같기도 해서..ㅎ 재즈 피아노를 본격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일단 이사하고 피아노 사고, 수강 신청도 하고, 몰라 3월부터 시작하겠다고 질러본다!
집은 구했겠다 남은 건 결혼식인데. 일생에 한번뿐일 결혼, 웨딩 플래너 끼지 않고 준비해보고자 한다. 요즘엔 정보가 워낙 많아서 플래너 없이도 많이 하던데, 대충 찾아봤지만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올해의 가장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듯하다. 자꾸만 일을 벌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