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ncy Sailor Oct 10. 2022

"사치 좀 그만 부려"

시시콜콜한  일상 에세이


"그니까 사치 좀 그만 부려." 라고 친구가 얘기했다. "응?" 나는 그게 무슨 얘기인가 갸우뚱 하며 쳐다보았다. 친구말은 즉슨 이거다. 나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책을 읽고 논문을 읽는 행위가 분명 지적으로 생산적이긴 하나, 그런 지적 추구에 대한 욕망도 어쩌면은 사치가 아닐까? 라는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당장 돈을 엄청나게 잘 벌어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은 모르겠지만 뭔가 좀 더 생계를 바짝 뛰어야 되는, 좀 더 바쁘게 현실의 삶을 살아가야 되는 사람이 지금 나의 생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지적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하는것은 어쩌면 사치라는 얘기인거다. 즉 나는 사치부리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화가 나지 않았던 것은 꽤나 수긍이 되는 부분 또한 었었기 때문이다. 내가 추구하는 지적인 가치의 추구가 누군가가 봤을때는 아주 현실 파악 못하면서 고상 떠는 취미처럼 보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이상의 추구이며 나의 삶의 질 추구인데 어떡하겠는가. 그 지적 사치의 추구가 당장에 내게 돈을 벌어다 주진 않지만 언젠가 그것이 내게 어떤 가치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닐까.


아무튼 그 얘기가 뇌리에 남아서 문득 고민해보게 되었다. 지적으로 사치를 부린다는 얘기는 생전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기도 하고 정말 나 자신이 그러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친구도 지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기 때문에 지적인 활동 자체를 폄하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었겠지만 지금 내게는 좀 더 현실을 살아가는 방향과 이상을 추구하는 방향 사이에서 좀 더 유연한 밸런스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길 해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괜시리 나 자신이 굉장히 현실 감각이 떨어지며 극도로 이상주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순진한 인간이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 감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내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서적인 힐링과 위로감을 건네주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위로도 존재하겠지만 나 스스로 어떤 지적인 탐구를 통해서 깨닫는 감동이나 위로, 위안 같은 것들은 전혀 또 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 쾌감과 감동은 무엇으로도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가끔은 사람들과의 관계 보다도 미술 작품이나 소설책, 에세이 책 따위가 내게 더 큰 심신의 위안을 안겨줄 때가 많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사실 mbti가 entp라는 것을 갑자기 고백해본다. 나는 사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또한 굉장히 좋아하는 성향이라 그들을 통해서는 즐겁고 활동적인 에너지들을 받으면서 힐링하고, 내면적인 위로는 예술 작품이나 문학, 책으로부터 온전히 위로받기도 한다. 나는 이 둘 다 절대 포기할수가 없는 인간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적 사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 말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희안하게도 그 단어가 은근히 마음에 들기도 했다. 그래, 나의 꿈은 지적인 사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돈이 많아서 부자가 되면 흔히 집을 사고 차를 사고 혹은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해본다거나 부동산을 매입한다던지 그런것들을 기본적으로 추구하겠지만 웃기게도 나는 경제적 자유를 얻게되면 지적인 사치를 추구하는 백수가 되고 싶다는게 정말로 나의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해보라. 얼마나 행복한가? 평생 돈 걱정없이 알고싶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며, 탐닉하고 학습한다는 것이. 그렇게 고상한 백수가 될 수 있다면 정말로 좋겠다. 그런 내 성향을 잘 알아차린건지 매의 눈으로 나를 파악하고 그런 촌철살인 같은 말을 뱉은 친구가 어쩌면은 아주 정확히 나를 간파한 것 일지도 모른다. 그니까 지적인 탐구, 추구 다 너무 아름답고 좋은데... 일단 현실의 너를 좀 챙기면서 실질적인 삶을 살아갈 방도를 연구해야 이상적인 삶도 추구하는거 아니겠느냐. 라는 일침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말을 들은 이후로 내게 다소 허황된 꿈이 생겼다. 나의 꿈은 지적인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다. 그렇게 온전히 정신적인 삶의 질의 가치에 집중하는 고상떠는 백수가 되고싶다. "사치 좀 그만 부려." 라는 말이 지금은 내게 "너 과분한 짓을 하고 있잖아." 라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럴 자격이 주어진다면 나는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지적 사치를 위한 방랑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가 되면 너의 그 쓸데없는 지적인 사치가 아주 아름다워.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도?..





작가의 이전글 LAYERED CITY 레이어드 시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