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se Mar 28. 2020

한국이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는 진짜 이유

인생사 새옹지마


유럽과 미국이 현재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모두 잘 알고 있죠, 현재 이탈리아는 60세 이상 확진자는 병원에서 받지 않고 있는데 가용한 의료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젊은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쓰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스페인은 현재 넘쳐나는 시체를 처리하지 못해 마드리드에 있는 아이스링크에 쌓아두고 있다고 합니다. 요양원에서는 관리하던 사람들이 노인들을 놔두고 도망가서 단체로 사망한 시체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독일은 사망자에 대한 사후 검사를 안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이 나라에서는 보고를 팩스로, 번호 하나로 하고 있는데, 당연히 그 체계가 잘 작동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로선 상상도 할 수 없죠.


그럼 우리나라는 어쩌다 선진국들보다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요.

각설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1. 대규모 마스크 생산 설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부족 현상이 굉장히 심각합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이탈리아로 지원되는 마스크가 체코를 거쳐가는 과정에서 체코 세관이 마스크를 압류했다가, 양국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져 10만 개만 이탈리아로 보냈는데, 나머지는 오리무중이라고 합니다. 프랑스는 보안 수준이 높은 우주센터에 따로 보관해둔 마스크가 없어지기도 하고, 독일이 수입하던 60~70만 개 마스크가 케냐에서 사라지지는 등 유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의료 물자들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대규모 마스크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생산되는 마스크 중 의료용으로 사용 가능한 마스크(KN94)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또한 한국이라고 합니다.




2. 세계 4위의 제조업 강국

유럽에서 마스크 생산을 할 수 있는 회사/공장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경제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이 있는데 우선 경제적 요인으로는 이 마스크가 판매로 벌어들이는 '푼돈'에 비해 꽤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번거로운 제품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인건비 비싸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추구하는 유럽 선진국들이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죠. 같은 인력과 에너지가 투입되는 일이라면 한 개에 고작 몇 천 원하는 마스크 생산보다 몇십, 몇 백만 원짜리 명품을 만드는 게 경제적으로 실효가 높은 것입니다. 문화적 요인으로는 전 세계에서 마스크를 실생활에서 쓰는 국가는 한, 중, 일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정도라고 합니다. 그 외 국가에서는 오히려 마스크를 쓴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죠. 아시아 외 국가에서 마스크는 의료진과 중환자만 쓰는 말 그대로 의료 용품인 겁니다. 그러니 주요 선진국이 지금 같은 대유행으로 인한 엄청난 마스크(및 방호복) 수요에 대응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일반 면/부직포 마스크는 일반 봉제/의류 공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반면 필터가 달린 높은 레벨의 의료용 마스크는 그 생산이 꽤 까다롭다고 합니다. 선진국들이 이러한 제품을 대부분 수입해서 쓰는 반면 세계 4위의 제조업 국가답게 우리나라는 그런 필터와 마스크를 만드는 공장과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산유국은 기름 뽑아 버는 돈으로 각종 제품들 수입하면 그만이고, 유럽은 비싼 인건비와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 돈으로 수입하면 되는 상황에서, 자원도 뭐도 없는 대한민국은 이것저것 다 만들어 수출하는 불쌍한(!)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점에서 지금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네요. 또한 진단 키트부터 각종 의약품까지 한국은 모두 자국 내에서 만드는 제조업 강국입니다.




3. 메르스로 인한 선진 응급 의료 체계 구축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호흡기 전염병 관련 의료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a) 레벨 D 방호복

메르스 사건 이후 우리나라는 호흡기 질환자를 다루는 의료진의 레벨 D 방호복 관련 규정을 마련했고 그에 따른 설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현재 선진국은 이와 관련된 규정/설비가 미비해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2,000원짜리 비닐 우비를 입거나 그것도 안되면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환자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그에 따라 의료진 감염도 늘고 있습니다.


b) 응급 의료 체계

한국은 메르스 사건을 통해 모든 환자를 무턱대고 응급실로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오염으로 인해 응급실 및 병원 몇 군데가 폐쇄되면 지역의 의료 시스템은 붕괴되고 맙니다. 그래서 한국은 응급실에 들어서기 전 선별 진료실/음압병실이라는 별도의 과정을 만들어 지역에서 감염자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큰 병원들이 폐쇄되는 일을 막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러한 형태의 호흡기 관련 대유행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이와 관련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고 병원이 오염되고 의료진이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4. 전반적인 의료 체계 비교

유럽의 경우

a) 세금 압박으로 인한 이용 제한

유럽의 복지 국가들은 의료 시스템 이용이 모두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들은 국민의 의료 시설 이용 빈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스위스 같은 경우 어디가 아프면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간호사와 통화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며칠 우선 약 먹으면서 지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못 참겠다고 하면 그럼 일주일 후 언제 나오라고 하는 등 중한 질환이 아닌 한 환자의 병원 이용 제약을 많이 두고 있으며, 사전 예약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고령자 중심으로 의료 체계가 편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운영이 되기 때문에 선진국 특히 유럽의 경우 한꺼번에 밀려드는 환자에 의료진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b) 예산 삭감으로 인한 의료 인력, 특히 간호 인력 부족

위에서 말한 바대로 대부분 유럽 선전국들은 의료 비용이 세금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의료 비용을 최대한 아끼려는 방향으로 나아갔는데, 그 과정에서 깎인 많은 예산이 간호사 인력이라고 합니다(의사는 줄일 수 없으므로). 유럽에서 가장 잘 산다는 독일의 경우 20년 전 중환자실 환자 1명 당 담당 간호인력이 1명이었는데, 현재 환자 3명 당 간호사 1명으로 줄었으며 그간 의료 인력이 1/3로 줄었다고 합니다. 또한 의사는 국가가 높은 인건비를 주지 못해 미국 등으로의 인력 유출이 높다고 합니다.


c) 포기

스웨덴 같은 국가의 경우 사실상 의료 체계로 인한 대응을 포기한 상태이고 그래서 집단 면역(herd immunity) 개념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집단 면역이란 "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진 개체의 수가 많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감염될 확률은 낮아진다. 집단 면역(집단 효과, 공동체 면역, 사회 면역 등)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체(인)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집단 면역 [Herd Immunity] (분자·세포생물학백과)". 그래서 현재 모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코로나에 걸릴 사람은 걸리고 그래서 살아나는 사람들은 면역이 생기고, 죽을 사람은 겸허히 받아들이자고는 방향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500인 이상 대규모 집단 모임을 제외하고는 학교나 기관, 각종 시설 폐쇄 없이 일상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도 처음 이 개념을 받아들여 기관이나 행사를 폐쇄를 하지 않았는데, 저명한 의학자가 이렇게 나가면 영국에서 4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에 아주 뒤늦게야 대응을 시작했지만 그 결과가 바로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입니다,

 



반면 한국은

a) 빨리빨리 3분 진료

선진국들이 의사와 환자 간 진료 시간이 길고, 여유롭게 예약제로 진행되는 반면, 한국은 공장처럼 빨리빨리 진료하는 데 이미 의료진과 국민들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에 따른 병원 시스템부터 의사와 간호사 간 팀워크가 환상적(!)입니다. 그 결과 그 어느 나라보다 단위 시간당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돌볼 수 있습니다.


b) 높은 업무 강도에 익숙해진 인력

선진국의 의료진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하루 10시간 업무에 기절을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 정도는 한국인들에겐...


c) 많은 병상

한국은 전 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병원을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그에 따라 전국에 수많은 병상과 관련 인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습니다.


d) 검사 키트

한국의 과잉 진료는 각종 의료 도구/의약품 산업을 발전시켰습니다. 현재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진단 키트들은 모두 그런 관련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현재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정부가 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칭송받고 있는 한국의 대응 체계는 사실은 우리를 괴롭혔던(메르스), 우리를 괴롭혀오고 있는(중국 미세먼지), 우리가 부끄러워하는(유럽에 비해 열악하다고 하는 의료 시설과 체계/병원을 좋아하는 국민성), 바꾸고 싶어 하는(수출 중심의 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모든 요소들이 결합된 사회적/산업적 구조 속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만약 이 중 한 곳이라도 연결 고리가 빠져있었다면 한국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모를 일입니다.



오히려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1) 발생 초기 빠르게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하지 않았고,

2) 사회 구석구석을 차분히 돌보지 않고 섣부르게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가 신천지라는 복병을 만났고,

3) 정부와 사방팔방의 정치인들이 들고일어나 모든 책임을 오직 한 곳에 돌리며 사회의 모든 관심과 에너지를 신천지에 집중시키는 '정치질'과 '책임 전가'에 몰두했고,

4) 코로나의 그라운드 제로가 된 대구의 시장이 그토록 도움을 부르짖어도 뜨끈 미지근하게 반응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감염자가 늘어갔고, 

5)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고,

6) 인센티브를 통해 한국 곳곳에 있는 많은 마스크 생산설비를 100% 충분히 활용하기는커녕, 강압적이고 일괄적인 명령하달식 행정으로 그들의 생산의욕을 꺾었고,

7) 그러면서 자국 내 유휴시설을 활용하지 않고 개성 공단 재개를 통한 마스크 생산을 알아보고,

8) 마스크를 유통함에 있어 편의점, 우체국, 동사무소, 농협 등 전국에 촘촘히 깔린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하기는 커녕 약국 단 하나의 유통 채널로 한정시켜 효율적인 마스크 유통을 방해하는 한편 약국과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했고,

9) 무엇보다 마스크와 관련한 이 모든 대응 실패를 인해 코로나 사태 내내 정부의 대부분 관련 부처는 오직 마스크와 씨름하기에 바빴습니다.



외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모범사례'로 한국을 꼽고 있고, 한국 정부는 그에 들떠 자화자찬을 벌이며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수준의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간 쌓여온 한국의 사회적 경험과 단단한 산업 구조 때문이지,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은 완전히 실패한 대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금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망자의 가족, 친구, 친지에게는 외신의 칭찬과 줄어드는 확진자 추세 등은 모두 의미 없을 것입니다. 진정 현 정부가 '사람'을 향하는 정부라면 있지도 않은 업적으로 스스로 대견해하고 칭찬하는 낯부끄러운 짓 대신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본 내용은 팟캐스트 '김동환 이진우 정영진의 신과 함께' <코로나 사태> 편을 참고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우리만 이미경 부회장에게 집착하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