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가

기술이 아닌 고객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by 송 재희


들어가며: 익숙한 실패 패턴

"우리 기술은 정말 혁신적이에요. 이 알고리즘은 기존 대비 3배나 빠르고..."

"저희는 AI를 활용해서 정확도를 95%까지 높였습니다. 경쟁사는 아직 70% 수준이에요."

"블록체인 기반이라 완전히 탈중앙화되어 있고, 해킹이 불가능합니다."

"특허 출원한 독자적인 기술이에요. 아무도 따라올 수 없죠."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만들었고, 최신 기술 스택을 다 적용했어요."


스타트업 미팅에서 수없이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여정을 도와주기도 하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젊은 대표는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들이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성장이나 매출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반복하는 치명적인 실수

1. "일단 만들면 사용자는 알아서 올 거야"

이것은 아마도 가장 위험한 착각일 것입니다. "제품이 좋으면 마케팅은 필요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죠.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이 모르면 의미가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 없이 만든 제품은 애초에 '좋은 제품'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 없이 개발실에서만 만든 제품은 개발자의 상상 속에서만 완벽할 뿐입니다.


실패 사례: Juicero (2013-2017)

1억 2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주스 제조기 스타트업

와이파이 연결, 앱 제어, QR 코드 인식 등 최첨단 기술 탑재

가격: $699 (나중에 $399로 인하)

문제점: 사용자들이 발견한 것 - 손으로 짜도 똑같은 주스가 나옴

결과: 2017년 폐업

교훈: 기술의 정교함 ≠ 고객 가치


2. "내가 필요한 거니까 다른 사람도 필요할 거야"

창업자 자신이 첫 번째 고객이 되는 것은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당신은 이미 문제에 대해 너무 깊이 알고 있고, 해결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는 당신만큼 인내심이 없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는 어떻게 쓸까"를 끊임없이 관찰해야 합니다.


실패 사례: Segway (2001-2020)

Dean Kamen이 발명한 "혁신적인 개인 이동수단"

개발자의 생각: "걷기보다 빠르고, 자동차보다 친환경적"

예상: "도시 교통의 혁명", "연간 50만대 판매"

현실:

가격: $5,000-8,000 (일반인에게는 너무 비쌈)

사용법: 익숙해지는데 시간 필요, 넘어질까 두려움

실용성: 계단 못 올라감, 대중교통 이용 불편, 주차 애매

사회적 인식: "타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임"

결과: 20년간 총 14만대 판매 후 2020년 생산 중단


교훈: 기술적으로 혁신적 ≠ 사용자가 원하는 것


3. "피벗은 실패의 증거야"

많은 창업자들이 피벗을 '포기'나 '실패'로 받아들입니다. 자존심이 상하고,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피벗은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증거입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시장의 신호를 읽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고객 피드백을 무시하고 원래 계획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실패입니다. 성공한 기업 대부분은 처음 시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성공 사례: Slack (2013-현재)

원래는 게임 회사 Tiny Speck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

게임은 실패했지만, 직원들이 가장 아쉬워한 것은 내부 메신저

고객 피드백: "이메일보다 빠르고 편해요" "팀 커뮤니케이션이 한 곳에 모여있어 좋아요" "검색 기능이 정말 유용해요"

결과: 2021년 Salesforce가 277억 달러에 인수


교훈: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 새로운 기회가 보인다


실제로 작동하는 고객 중심 접근법

1단계: 10명의 열광 팬부터 시작하라

"우리 서비스는 전 국민이 타겟이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 보면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대신 단 10명이라도 "이거 없으면 정말 불편해요"라고 말하는 열광적인 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10명이 100명이 되고, 1000명이 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0명에서 10명을 만드는 과정은 창업자가 직접 발로 뛰어야만 가능합니다.


Airbnb의 초기 전략 (2008)

Paul Graham의 조언: "확장되지 않는 일을 하라"

뉴욕의 호스트들을 직접 방문해 전문 사진 촬영

게스트들과 직접 통화하며 불편사항 청취

결과: 뉴욕 예약률 2배 증가


실행 방법:

1. 첫 10명의 사용자를 직접 만나라

2. 그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라

3. "왜?"를 5번 물어봐라

4. 그들의 말이 아닌 행동을 관찰하라


2단계: 빠른 실험, 빠른 학습

Vibe coding이나 비즈니스 자동화 툴들로 인해 빠르게 기능 구현 및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졌습니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실험하고, 더 빠르게 검증이 가능해진 거죠. 좋은 점도 있지만 다른 경쟁 서비스나 제품도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빠르게 고객을 찾아 나가고 그들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Dropbox의 MVP 전략 (2008)

기술 개발 전 3분짜리 데모 영상 제작

하룻밤 사이 대기자 명단 5,000명 → 75,000명

고객 피드백: "파일 동기화가 자동으로 되면 좋겠어요" "여러 기기에서 접근하고 싶어요" "팀과 공유할 수 있나요?"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핵심 기능 결정


실행 방법:

주차별 실험 사이클:

- 월요일: 가설 설정
- 화-목: 최소 기능 구현

- 금요일: 5명에게 테스트

- 주말: 피드백 분석 및 다음 주 계획


3단계: 메트릭이 아닌 스토리에 집중

많은 창업자들이 DAU, MAU, 전환율, ARPU 같은 지표에 매몰됩니다. 물론 중요한 숫자들이지만, 이 숫자들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왜'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지, 어떤 순간에 가치를 느끼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숫자는 결과를 보여주지만, 스토리는 원인과 맥락을 알려줍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할 때, 비로소 많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게 됩니다.


Zappos의 고객 서비스 철학 (1999-현재)

Tony Hsieh의 원칙: "우리는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유명한 일화들: 피자 주문을 도와준 고객 서비스 재고가 없을 때 경쟁사 사이트에서 구매를 도와줌, 평균 통화 시간: 제한 없음 (최장 기록: 10시간 43분)

결과: 2009년 아마존이 12억 달러에 인수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5가지

1. "기술 스펙" 대신 "고객 스토리" 쓰기

❌ "우리 앱은 React Native로 개발되어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합니다"

✅ "출퇴근 지하철에서 김 과장님이 5초 만에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주간 고객 인터뷰 의무화

매주 금요일 오후:

- 3명의 사용자/잠재고객과 15분 통화

- 준비된 질문 대신 대화식으로

- "어떤 기능이 필요하세요?" (❌)

- "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


3. "출시" 대신 "실험" 마인드셋

Before: "3개월 후 완벽한 v1.0 출시" After: "이번 주 10명에게 핵심 기능 1개 테스트"


4. 팀 미팅 구조 바꾸기

기존: 개발 진행 상황 공유 (70%) + 기타 (30%)

개선: 고객 피드백 공유 (40%) + 해결책 논의 (40%) + 개발 (20%)


5. "No"라고 말하는 용기

고객이 원하지 않는 기능 리스트 만들기

- 매주 업데이트 - 왜 만들고 싶은지 이유 적기

- 3개월 후 다시 보면 깨달음


마치며: 불편한 진실

우리가 기술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객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거절당할 수도 있고

우리 아이디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Airbnb는 에어매트리스 대여로 시작했습니다

Instagram은 위치 기반 체크인 앱이었습니다

YouTube는 데이트 사이트였습니다


그들의 공통점?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고객은 당신보다 당신의 제품을 더 잘 압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진짜 성장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집착합니다. 경쟁자가 아니라." - 제프 베조스


당신은 오늘 고객과 몇 번이나 대화했나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초 개인화를 통한 고객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