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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Mar 13. 2023

[THE BoA : Musicality]

보아 데뷔 20주년 콘서트

보아 데뷔 20주년 콘서트 [THE BoA : Musicality]. 팬데믹으로 20주년을 그냥 보내고 3년이 지나 열린 공연이었다. 보아는 기념비적인 공연을 비대면으로 치를 수 없다며 가능한 때를 기다렸다고 하는데... 공연을 보면서 이걸 직접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 일단 무대 위의 보아를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공연 전에 관계자로부터 보아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감기가 한 달 넘게 떨어지지 않아서 고생 중이라고 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첫 곡부터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놀랐다. 그사이에 다 나은 건가 했더니, 멘트할 때는 입이 마르고 소리가 안 붙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무대 위 보아는 컨디션을 테크닉으로 다스리고 있었다. 놀라운 내공이었다.



나름대로 올림픽 홀에서 공연을 많이 봤는데,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무대 연출과 공간 활용이 뛰어났다. 커다란 스크린과 돌출 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몇몇 곡에선 마치 아레나 공연을 보는 듯했다. 연출과 구성 측면에서 보아의 역대 오리지널 한국 공연 중(그래봤자 세 번)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대로 아레나에 가도 손색이 없을 공연이랄까.


고민을 거듭했다는 세트리스트 역시 흡족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낸 정규 앨범만 10장, EP와 싱글을 다 합치면 곡이 너무 많아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공연 시작을 알리며 나왔던 데뷔곡 ‘ID; Peace B’와 VCR로 나온 ‘Milky Way’ 정도를 제외하면 메인 곡은 웬만큼 다 한 것 같다. 오죽하면 인사할 시간도 없이 오프닝부터 7곡을 내리 달렸다.



보아 공연의 자랑은 단연 밴드 라이브다. 예전 인터뷰에서 이에 관해 물었을 때 그는 밴드 공연만의 ‘드라이브 감’을 좋아하고, 그게 있어야 자신의 에너지가 2시간 반을 채울 수 있어서 밴드 라이브를 고집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부터 함께 했다는 보아 밴드는 이번 공연에서도 탁월한 편곡과 연주로 풍부한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보아의 밴드 라이브는 확실히 귀감이 될 만하다.


보아가 데뷔 이후 최초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던 순간이 잊히질 않는다. 신곡 ‘Forgive Me’ 무대였다. 신곡의 댄스 퍼포먼스를 보고 싶었는데, 직접 기타를 잡고 나온 걸 보고 까맣게 잊었다. 앞으로도 종종 무대에서 기타 치는 보아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산뜻한 보사노바풍 ‘My Sweetie’, 발라드 무드와 댄스를 모두 보여준 ‘Only One’도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무대를 볼 수 없었던 ‘Copy & Paste’, ‘Spark’, ‘MOTO’는 반가운 탄성을 자아냈다.



이틀 동안 공연을 보면서 보아의 지난 시간과 나의 지난 시간을 함께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나의 지난 20여 년 동안에는 늘 보아가 있었다. 언제를 떠올려도 그랬다. 한참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보아가 자신이 누군가의 청춘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는 게 너무나 뿌듯하다고 했다. 그렇네 정말... 내 청춘의 페이지마다 보아의 음악이 있었네. 청춘을 함께한 보아의 눈부신 오늘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관객 대부분이 비슷한 마음이었을 테다.


+) 앞의 긴 내용보다 중요한 얘기. 사실 첫날 공연이 끝나고 백스테이지에 초대받았다. 그래서 공연 시작 전에 꽃과 작은 선물을 준비해 전달했고, 공연 후에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 공연 잘 봤다는 얘기와 건강 기원밖에 하지 못했다. 바보 아냐 진짜?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 뵈어 반가웠고... 감회가 새로웠네. 지난 23년간 감사합니다. You’re still my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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