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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Dec 04. 2022

다시 글을 쓸려고..

영화 "헤이질 결심"

한 때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한번 소설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구체적으로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럴 즈음에 몇 친구들이랑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독일 관렴론을 관통하고, 현대철학까지 거의 일 년에 거쳐 주.. 욱 한번 흝었다.  그런 공부를 하는 동안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것은,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은 이미 다 정리되고 정리되었다는 느낌이었다.  후손들은 그런 정리된 생각들을 복습하고 다시 정리하고..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수많은 잘못된 가설들이 난무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느낌이 가득 찬 상태에서 나만의 스토리를 엮을려다보니.. 우선 하고 싶은 말을 간단히 요약하는 synopsys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주인공이 있고, 그 주인공과 함께 엮어지는 가운데 숨어있는 내용을 생각하다 보니.. 그런 나만의 비밀스러운 내용도 이미.. 벌써 이미.. 다 있는 내용들 아닌가.. 그런 가운데 나만의 살을 붙인다고 해서..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에 빠졌다..  의기소침해진다..


그리곤 생각을 멈췄다.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게 거의 일 년이 지났는데.  그러다 영화를 보았다, "헤이질 결심".  처음 한번 보고.. 별 감흥이 없었다.. 왜 이렇게 이 영화가 유명한 거지?  그러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밤에 혼자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 빨려 들어감이 정말 블랙홀 갔었다.  마지막에 서래가 뭏힌 모래 속으로 밀물이 들어올 때는 거의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와...  이런...


생각해보면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사랑이 지배해 버린 비극?  몇 년 전 전도현이랑 공유가 나왔던 "남과 여"라는 영화가 생각나고 비교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그 스토리의 본질은 비슷한 것이었다. "남과 여"도 엄청난 스크린 효과를 훌륭히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했는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또 한 차원 위의 것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Cinematography를 떠올리지만, 덜하지도 더 하지도 않은 just perfect, 배우들의 연기, script,  우리가 가진 정서에서 스토리를 전개하는 기술.. 와... 정말 숨이 멋 게하는 모든 장면들이었다.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우리 딸내미가 그렇게 박찬욱 감독에 대해서 찬송하는 것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미 정리된 인간의 생각으로 더 이상 새것은 없다고 단언해 보린 내가 참 부끄러웠다.  문학이란 또 다른 분야가 확실하다.  겹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문학이 이렇게 오랫동안 여전히 건강하고 굳건히 존재하는 그 이유는 이렇게 분명한 것 같다.  지금 우리의 감정을 이렇게 아름답고 풍부히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문학, 음악, 그림, 사진.. 그렇게 종합된 예술인 영화를 보며 너무 절실히 깨닫는다.  


요즘 다시 "미학"의 개론을 읽기 시작했다. 철학과 중첩된 점, 다른 점을 비교해가며 설명하는 미학을 다시 한번 나름 정리하며 내 마음속에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다시 글을 쓰자.. 다시 시작하자.. 다시 내 현실을 자세히 보고, 그 속에 뭏어나는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이어보자..  거미줄처럼 가늘어도 모으고 모우다 보면 분명 그 형체가 보일 것이라.. 


OST로 들어온 정훈희-송창식 두 대가의 나이 든 목소리..  정말 화룡점정이었다.

https://youtu.be/adOfY28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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