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drome
언제부터인가 환자를 보는 현장에서 처음 보거나 새로운 케이스를 만나지 못하고, 늘 하던 치료만를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환자들을 보아온 일선에서의 경험이 쌓이기도 하고, 가끔 새로운 케이스를 접하고 신기하게 생각해도 - 가령 보기 드문 mesiodens를 발견하거나, Canines with two canals, 심각한 사이즈의 apical lesion이 Pano X-ray를 가득 채우고 있어도 - 머리에 오래가지 않고 잊어버린다. 그럴 경우에도 웬만하면 치료에 대한 해결책은 준비되어 있어 Positive 한 결과를 이끌어 내고, 환자분들에게도 만족할 만한 치료로 케이스들이 마무리 지어진다. 그러던 가운데 ‘틀리’ 치료 문제는 나에게는 언제나 ING 형의 현실적인 문제였고, 그래서 세 차례의 덴포라인 칼럼을 통해서 내 생각을 정리한 적이 있었다. (덴포라인 2020년 8,9,10월호) 하지만 나에게 아직 여전히 힘든 치료가 하나 있는데 그래서 이번 칼럼을 시작해 보고자 작정했다. 틀리 치료’에 관한 이야기처럼 이번에도 이렇게 해서 라도 한번 정리해 보고픈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개인적으로 관심도 오래되고 많기도 하지만, 아직 어디서든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을 뿐 아니라 치과계에서는 여전히 회피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서이다.
이렇게 서론이 길었던 주제는 바로 TMD (Temporomandibular Disorders), TMJ Disorders (Temporomandibular Joint Disorders)로 번역되는 ‘턱관절 문제’이다.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혹은 교과서 적인 명확한 답을 떠올리는 의사들도 있겠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보고, 나름 심도 있게 들어 갈수록 답이 미궁으로 빠지는 경험을 해 본 의사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그런 의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TMJ Disorders이라는 분명한 증상이 있고 적지 않은 분들이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지만 결국은 치과로 오는 경우가 많고, 의사들이 많은 시간을 상담을 위해 할애하지만, 정작 그 통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 어떤 치료방법으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 경과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에 가장 애매한 부분이 바로 TMJ Disorders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지니 disorder이라는 단어를 Syndrome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TMJ Syndrome. 그런 답답함을 느낀 의사분들이 좀 더 많아져서 더 대중화되고 업데이트된 치료방법이 활발히 개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희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이고 모르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부터 선명히 선을 긋고, 이미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나 clinical study 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가 어디까지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게 정리된 Study의 결과를 찾는 것이 너무 어렵다.
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를 시작한 것이 아마도 큰 실수 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Possibly opening a can of worm. 하지만 오랫동안 이 주제에 대해 고민을 해 온 미국 시골의 한 의사가 이렇게 생각을 정리한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고, 학문적이어야 한다는 한 꺼풀의 형식을 벗어던지고, 경험에서 오는 실체에 조금만 다가설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30년 전 필라델피아에 있는 치대에서 이 턱관절에 대해 잠시 배울 때 쓰던 교재들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고, 그 당시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배웠던 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일한 해결책이고, 우린 정확한 이해도 없는 채 환자분들에게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익히지 못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전역으로 Dental Conference를 많이도 다녔고, 거기서도 빠짐없이 TMJ Disorders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몇 시간 열심히 강의를 듣고 나서 주어진 해결책은 언제나 동일했다. 치대에서 배웠던 바로 그 해결책, ‘Night Guard’를 환자들에게 처방하라는 것이었다. 마법 같은 해결책이었다. 문제의 etiology는 장황히 수십 개의 리스트를 만들지만, 결론으로 가면 언제나처럼 같은 말이 나온다, TMJ Disorders에 대한 확실한 원인은 찾을 수 없고, 하지만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은 단 하나, Night Guard라는 것. 언제나 같은 패턴의 결론이다.
그렇다고 또 전해 새로운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치대를 졸업할 무렵 (90년대 말), 미국에서는 Functional Orthodontics라는 좀 특별한 분야가 있었다. 거기에 중요한 요소가 TMJ 치료였었다. 그리고 최근에 미국 재활학회에서 TMJ Disorders를 치료하는 부분이 새로이 생겨나고 홍보되고 있다. 그 부분들이 얼마나 치료에 영향을 미쳤고, 나름 적지 않은 공부 후 내가 만들고 시행하는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다음 칼럼을 통해 한번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