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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Mar 18. 2024

영화 Past Lives와 치과

좀 억지인가?


요즘 미국 내 영화팬들에게 적지 않은 화제를 가자고 온 영화가 한편 있다.  Past Lives라는 제목으로 미국 전역에서 상영을 했는데, 초반에는 그렇게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다.  그러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차로 상영관이 많아졌는데, 그러다 온갖 평론 사이트에서 호평을 받으며 꼭 봐야 하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어느 날 친구 한 명한테 전화가 왔는데, 날더러 꼭 이 영화를 봐야 한다면서 열변을 토한다.  거의 협박을 하는 친구에 못 이겨 극장을 찾았는데.. 아니 이건 뭐지?  별 내용도 없고 나에겐 흥미를 끌지 못하는데 왜 이렇게 유명한 거지? 하는 질문은 미국에 살고 한국정서를 가진 나로서는 당연한 질문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영화 ‘미나리’를 봤을 때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이었고 왜 그런지를 나누고 싶었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에 불이 나도록 칭찬을 했던 친구는 치과대학원 클래스메이트였는데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온 그야말로 1.5세 교포였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랑 비슷한 시기를 거쳐서인지 좀 더 몰입되었고, 그 상황에 깊이 들어가는 공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 소중한 기억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어른이 된 후 상봉을 하는데 여주인공은 백인 남편이 있고, 애틋하지만 그러지만 어쩧게 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영화 내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주인공들은 다시 헤어지고 여주인공이 눈물 흘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애틋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 이야기가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의 대화가 내 귀에는 너무 거슬렸다.  자연스럽지 못한 한국말 대화, 배우들조차 한국말을 따로 연습해서 영화작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1.5세인 한국 감독, Celine Song은 그 어색함을 알았을 터인데, 왜 그냥 진행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뉴욕에서 재회를 할 때, 여주인공이 처음 한 대사가, “와.. 너다..”  듣는 나는 너무나 어색한 말이었다.  아니 이게 뭐지?  “어.. 너다?”  무슨 대사가 이렇지?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니 모든 것이 너무나 어색하고 평범하게 느껴지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왜 그런 대사와 톤을 끝까지 유지하고, 나에게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결론은 이 영화는 한국관객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여주인공 Nora가 “와,, 너다”라고 한 말은 일상의 영어대화로는, “Wow.. It’s you!”라는 지극히 평범한 감탄사이고, 이 말을 한국말로 번역을 한 것이었다.  이미 영어가 편해진 Nora는 자연스러운 한국말이 나오는 대신, 머릿속에 있는 영어를 순간적으로 한국말로 번역해서 말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래도 한국 정체성이 강하게 박혀 있는 교포들의 자연스러운 대화법이었다. 영화전체에서 흐르는 한국말의 톤은 그런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서도 그런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 한국에서 건너간 남주인공의 상황은 달랐지만 이미 그런 톤으로 흘러가는 영화 전체에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어차피 미국 관객들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 때문에 나에게는 어색함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영화의 스토리도 나에게는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이미 유색인종간의 결혼이 너무나 대중화되어 있는 미국사회에서, 숨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그  ‘애틋함’을 아름답게 살려내었다는 것이 이 영화는 무게가 실린다. 마치 우리가 옛날에 나왔던 미국 영화 “Love Story”에서 느꼈던 감정을 이 영화가 현대에서 그것도 한국 감독이 한국배우들과 한국말로  다시 살려놓았던 것이다.


K-Pop 넘어 K-Culture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미주류 사회를 침투하고 있다. 그런 트렌드 가운데 과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치과계는 어떤가 생각하게 된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영화이야기를 장황히 한 것 같다. 이번 가을 Singapore에서 열리는 ITI World Symposium에 관심이 생겨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수많은 강사 중에 한국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치과계에서 이미 국경이 없어진 시장에서 우리가 주류에 들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건가? 좀 더 기초과학에 대한 기반이 부족한 건가? 언어에 대한 자신 없음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한국말이 90프로 넘는 이 영화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호평받고, 칭찬을 받게 된다는 사실은 뭐가 필요하고 또 무엇이 중요한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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