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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Aug 21. 2024

맞아 죽자, 고호 그림 비판 1

아를 Arles, France에 갔다. 거기를 가면  고흐를 마구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를의 구도시는 생각보다 작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아를에 큰 장이 서는 날이었다. 아직도 이곳은 전통적으로 생필품을 파는 장이 여전하다. 작은 도시 가운데에 있는 길에 큰 장이 서고 엄청난 사람들이 장을 보기 위해 북적인다. 아마 아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나온 것 같았다. 목적이 있어 찾아가 나에게 좀 쓸쓸한 거리를 기대했으나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다.  장이 선 거리를 벗어나니 인근에서 아를로 관광온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러고 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라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깃발 바라보며 때로 다니는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휴가철이면 여긴 정말 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찬바람이 불 때, 아님 고흐가 이곳으로 온 늦은 겨울, 이월달 정도 찬바람이 부는 좀 한적할 때 오면 좀 낭만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정신 바짝 차리고 고흐의 흔적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우선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그나마 그의 흔적 중 제일 멀리 떨어진 고흐의 yellow house를 찾았다. 집은 이미 전쟁 때 폭격으로 무너져 거리로 변했고, 그 집이랑 붙어 있던 건물은 카페가 들어서 있다. 가게 앞에 고흐가 그린 yellow house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그것이 유일한 흔적인 것이다. 가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와서 인증숏을 찍고 돌아선다.  나도 조금 서성이다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서 그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고흐의 그림들이 잔뜩 벽을 메우고 있다.  카푸치노 한잔 시키고 상상을 해 보았다. 고흐가 파리에서 아를로 내려와 싸구려 여관에 지내다 방세도 밀리고, 주인이랑 다투기도 하다가, 동네사람들 눈칫밥 디립다 먹고, 동생이 마련해 준 적지 않은 돈으로 이 yellow house를 빌리고, 파리에 있는 인상파 새내기 친구들에게 편지를 돌리고, 고갱으로부터 아를로 내려온다는 소식도 듣고.. 아마 그의 인생 전체에서 가장 기쁨이 넘쳤던 때가 아니었을까?  


내가 커피 마시고 있는 이 자리였을 거다. 고흐는 평생 처음으로 자기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을 것이다. 고갱이 오기 전에 중고테이블도 몇 개 사나 놓고, 그 위에 들판에서 꺾어 온 해바라기도 꽂아놓고, 열심히 그 해바라기 그림 몇 개 그려서 텅 빈 벽도 꾸미고.. 고갱이 도착하자마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날뛰던 그의 모습.. 그것이 바로 이 자리이다.  여기서 둘이 나름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이야기도 많이 했을 것이다. 쏟아지는 고흐의 철부지 같은 꿈 이야기에 고갱은 금방 질렸을 것이다. 고흐가 동경하던 상상 속의 화가공동체 이야기에 고갱의 귀에는 피가 낳을 것이다. 고갱은 전.. 혀 관심도 없는 이야기를 그나마 밥값 하느라 들어주어야 했을 것이다. 고갱이 고호 동생 테오한테 보낸 편지에 참기 힘들어하는 이때의 이야기가 절절히 나온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서로 불만이 쌓이고 크리스마스 하루 전 고흐는 이 자리에서 그의 귀를 베어내고, 고갱은 도망가버리고, 피를 흘리며 추운 거리를 방황했을 것이다. 이 때 고갱은 완전 빈털털이였다. 와이프와 아이들은 친정이었던 노르웨이(?)로 도망가버리고, 오도가도 할 곳 없는 그에세 숙식제공, 몸만 오라는 고호의 초청은 그야말로 자다가 왠 떡이었다.  화가들의 공동체... 라는 소리는 고갱에게는 지나가는 개가 짖는.. 아무 의미없는. 고흐만 상상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불쌍한.. 



이 건물 바로 옆이 론강이다. 강바람에 많이 매서웠을 것이다. 오랜 기간의 일 같지만 겨우 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곳이 바로 이 자리이다. 짧은 이 에피소드가 고흐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격하고, 급하고, 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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