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바로 옆이 있는 론강이 그 폭이 제법 넓다. 그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 은 바로 집 옆에서 그린 것 같다. (정확한 장소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반경은 아주 좁았다) 그림의 구도를 보니 집 바로 옆 강둑에서 그린 것 같다. 저녁에 싸돌아 다니다 그린 노란 카페 그림의 장소는 그의 집에서 10여분 떨어진 도심 가운데 작은 광장 자리에 위치해 있다. 그곳은 당시 아주 고급스러웠던 지역이라고 했다. 고흐는 아마 그 카페에서 술 한잔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들어가기엔 너무 비싸보였다. 멀리서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려한 노란빛이 그를 잡아당겼고, 그 카페가 눈에 딱 들어오는 골목길 어귀에 이젤을 폈을 것이다. 노란색 수은등 뒤로 비친 하늘엔 별들이 많았고, 론강가에서 바라본 하늘이랑 연결해 그 별들을 그렸을 것 같다.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했다, “우리가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기 위해서는 기차에 올라타야 하듯이, 별에 가기 위해서는 죽음에 올라타야 한다.” 벌써 그의 미래를 예상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말을 편지에 쓰고 있었다. 고갱이 고흐를 피해 야반도주를 한 후 그는 발광을 시작했고, 동네사람들은 이 미친 이방인을 강제로 병원에 가두어버렸다. 이 병원 역시 동네 가운데 있었다. 그 노란색 카페에서 걸어서 5분. 이 병원에서 오래 있지 못했다. 아마 일부러라도 금방 퇴원을 시키지 않았을까? 말도 통하지 않고, 쾌팍한 행동에, 그래도 병원 구석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고흐는 늘 돈 걱정을 한다. 빨리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빨리 한 점이라도 팔려야 하는데.. 매번 정말 되지도 않고 희망도 없는 일에 구시렁구시렁 그의 푸념은 끝이 없다. 형만 한 동생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가.. 형의 온갖 푸념을 다 들어주고 있는 동생 테오는 정말 성인 같다. 생각해 보건대 고흐가 제일 돈을 많은 쓴 부분은 물감이었을 것 같다.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 비교를 해보면 그의 붙칠은 투박하고 빠르고 거칠다. 그림을 다듬을 시간이 없다. 유화의 특징인 덧칠에 덧칠을 더해서 예술가의 촉에 맞는 색감을 발견하는 것은 고흐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 급하다, 모든 것이 급하다.
개인적인 성격과 더불어 시대적인 배경도 충분히 한몫을 한 것 같다. 파리에 머물 때 미술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물결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시골 탄광마을에서 시커먼 석탄으로 그림을 그렸던 그로서는 서울에 처음 올라온 시골쥐였을 것이다. 이미 인정받고 대세로 자리 잡은 모네 Claude Monet 나 피사로 Camille Pissarro 등과 새로이 떠오르는 쇠라 George Seurat 드가 Edgar Degas 등을 만나면서 본인은 몽마르트르 판자촌에 자리 잡고, 바닥으로 바닥으로 숨어 들어간 로트렉 Henry de -Toulouse-Lautrec 같은 인물들을 만나 신세타령 같이 하고, 화구상 탕기 Pere Tanguy가 아마 유일한 일상의 말동무였을 것이다. 미술상이었던 테오 덕에 그런 인물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잠시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비비며 사는 생활도 잠깐 뿐이었다.
그때의 고흐 작품을 보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의미가 지닌다라고 밖엔 평이 나오지 않는다. 고흐 본인도 보는 눈은 있는지라, 그들을 그림 실력으로는 도저히 자리 잡을 수 없어 파리를 떠나기로 한다. 따뜻한 곳을 찾은 곳이 아를이었고 그곳으로 간 그는 초조했다. 새로이 그만의 미술세계를 찾고 있었지만 그의 기술이 따라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의 손은 급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물감이 떡칠이 된다. 물감 뭉텅이가 그림을 도배하고 있다. 물감이 얼마나 빨리 없어졌을까?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물감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거의 매번 나온다. 테오도 얼마나 한마디 하고 싶었을까, ‘물감 좀 아껴 써 이 철부지 형님아…’ 그의 성격이 그대로 캔버스에 나온 것이다. 나중에 많은 비평가들이 고흐의 유명한 그림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물감 떡칠을 고흐의 특별한 스트로크 기술이니, 영혼을 갈아 넣은 붓칠이라 설명하지만 사실 그것으로 위대한 그림이라 설명하기는 너무 억지스럽다. (이런 대목을 위대 화하는 평론가를 만나면 아.. 네.. 그러시군요,, 하며 뒤돌아 서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그렇게 갈급했던 영혼의 갈증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소재들- 시들어진 해바라기, 결코 잡을 수 없는 밤하늘의 별, 꼬이게만 보이는 싸이프러스 나무 등 - 에게 자신을 동일화해서 마치 자화상을 그리듯 그 마른 영혼을 그려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