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면 하늘이 파란색이다. 붉은 색의 석양이 스러져가면, 파란색의 하늘이 그 짙음을 더해가고, 급기야, 검은 색처럼 변하지만 자세히 보면 짙은 파란색이다. 그리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달도 떠오른다. 어둡지 않은 밤하늘이다. 구름이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밤이 깊어 알함브라 궁전의 조명이 꺼지는 새벽이 되면 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정말 수많은 별들이 궁전을 감싸고 있다. 처음엔 그 별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밤하늘을 사진을 찍어서 사진을 에딧 하다보니 눈으로 보지 못했던 별들이 사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엄청 많다. 그리곤 밤 하늘을 자세히 보고 있으니 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어마어마하게 많다. 내가 머룰렀을 때는 한국의 추석기간이라 보름달이었는데 달 빛이 밝아 별들이 약간은 기가 죽었다.. 눈썹 같은 초승달이 었으면 그 풍경은 정말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을 것이라 상상했다.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이 알함브라 궁전을 짓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중엔 안 사실이었지만 그건 내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했다.
개인적으로 이슬람 문화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가까이서 접한 것은 이스탄불에서 방문한 모스크 몇 개가 전부 인것 같다. 거기서는 스피커를 통해 온 거리를 덮고 있는 코란 읽는 소리가 너무 귀에 거슬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내 신경은 온통 그 소음 같은 앵앵거리는 스피커 소리에 예민하기만 했다. 내가 방문한 모스크의 사이즈에 압도되어 디테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도망가고만 싶었던 기억이 전부였다. 그것이 경험한 이슬람 문화의 전부였다. 이곳 그라나다에 와서 경험한 알함브라 궁전은 그런 내 편견을 산산조각 만들었다. 알면 알수록 이슬람 문화가 이렇게 세련된 것이었구나 하는 감탄이 그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바로 이 알함브라가 이슬람 문화의 보석과 같은 곳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이 곳도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맞았다. 원래 궁전을 지었던 이베리아 반도의 마지막 왕조 나스르 가문이 가톨릭 군대에 패배하고 이베리아 반도를 떠났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궁전을 너무나 사랑해서 알함브라를 부수지 말고 보존해 달라는 조건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한다. 아프리카로 돌아가기전 이슬람 왕이 말 위에서 마지막으로 이 궁을 바라보는 장면을 담은 그림들이 유명하다. 알함브라는 나스르 궁전만 있는 곳이 아니다. 언덕위에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만든 마을이었다. (마치 페루에 있는 마추픽추가 이 알함브라의 미니쳐 같다.) 전쟁에 이기고 난 후 가톨릭 군대가 나스르 궁전 옆의 건물들을 부수고 거기에 로마에서 나올 것만 같은 큰 원형 건물과 성당을 지어놓았다.이렇게 원래 알함브라의 모습이 큰 손상을 입는다. 다른 건물도 짓기위해 부수어 논 건물더미가 한쪽에 그래로 방치되어 있다. (그나마 짓기 시작한 새로운 건물들은 다 완성도 못하고) 이렇게 새로 지은 로마네스크 방식의 건물들은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했고, 뭐랄까.. 좀 허접하게 남아있다. (카톨릭 세력들이 이 땅을 점령은 했으나 건물은 짓지를 말지.. 열등한 본인들의 수준을 애써 남겨놓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