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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Oct 12. 2024

물, 별, 그리고 알함브라 3/4

그리고 스페인의 국력이 쇠하며 이 곳은 200여년 방치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여행광이었던 미국 외교관 Washington Irving이 이곳을 방문하여 수도원으로 변한 이곳 수녀들에게 알함브라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이 곳에 서려있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모아 출판한 ‘Tails of the Alhambra’가 서양에서 베스트 셀러로 대박을 치며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부랴부랴 스페인 정부에사 알함브라에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곳에 있는 동안 알함브라를 세 번 갔다. 가이드가 낀 투어도 했으나 자유관람을 하며 수많은 투어가이드의 이야기도 귀동냥으로 듣게 되었다. 삼일을 그 곳에 있었으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내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보수를 하기전에 남아 있던 오리지널은 30%가 채 되지 않는 것 같다. 땜질 하고 비슷하게 만들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 같다, 원래는 화려한 컬러가 기본적으로 안과 밖 장식을 빛내고 있었으나 그 색은 전부 퇴색하고 지금은 모두가 회색의 모습인데.. 그것이 눈에 띄는 가장 다른 점 인 것 같았다. 컬러가 빠진 장식은 거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장식만 가지고도 가히 지상의 천국이라 일컫을만큼 빼어나다.  


지금의 알함브라에서는 원래의 건물과 카톨릭 문화가 들어오고 난 후 증축된 건물과의 구별이 없다. 그냥 뭉떵거려 모두가 알함브라라고 여행자들은 구경을 하지만,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른 두개의 건물 양식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줄로 줄서서 깃발을 따라 휘리릭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는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쉬운 힌트가 하나 있다면 ‘물' 이었다. 이슬람 양식의 중요한 부분이 분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분수가 우리가 아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밖에서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대는 그런 분수가 아니라 바닥에 붙어 접시처럼 납작한 형태로 아주 작은 물줄기가 그 가운데서  나오는 그런 분수이다. 메인 건물마다 그 가운데 그런 분수가 있는데 모양이 아주 검소하고 나오는 물줄기도 아주 단순하다. 그리고 그 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 소리가 예술이다.  낮에 알함브라를 갔을 떄는 떄거지로 몰려던 관광객들 사이로 물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인원을 제한한 밤 투어에서는 그 물 소리가 들렸다. 돌로 만들어진 공간과 높은 천장이 어둠에 덮여 있는데 그 사이로 분수의 물소리가 들린다…  졸졸졸졸… 아주 작은 실개천 같은 소리가 바닥에서 시작해 고막을 간지럽히듯 부드럽게 공간을 감싼다. 작지만 아주 청량하고 맑은 개울물 소리에 귀가 즐겁다. 그 분수에서 나온 물줄기는 대리석으로 만든 바닥의 작은 채널을 통해 흘러가는데 궁전 구석구석이 이 물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이슬람 문화가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 사막지역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지 실질적으로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를 위해 분수와 바닥에 이어진 물줄기가 그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소음을 싫어하는 난 이 잔잔한 물소리에 엄청난 감동을 먹었다. 


알함브라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물줄기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부지런히 흐른다. 알함브라 자체가 높은 언덕 위에 있는데 어떻게 이런 물줄기가 가능할까 의심을 했지만, 주위에 있는 강에서 (그렇다고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아니고 2-30 마일 떨어진.) 물을 끌어들여 수도교를 만들고 펌프를 만들어 여과를 하는 장치까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능가한다. 독특한 이슬람 문화의 백미는 이런 수학과 기하학 아니던가. 대부분의 궁전 건물들은 아주 검소한 사각형 모양에 특별한 장식도 없다. 밖에서 보면 사각형 건물 그래서 지루하기 그지 없다. 실내 장식도 멀리서 바라보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 관심을 가지고 그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리고 느끼기 시작하면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는 그칠 시간이 없다. 명필이 쓴 코란 구절은 기하학으로 절정을 달리는 패턴과 조화를 이루며 결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공간을 꾸미고 있다. 건물마다 그렇게 장식이 되어 있고, 그런 건물들을 따라가다 카톨릭 시대에 증축한 건물들을 들어서면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은 눈으로 보기 전에 벌써 귀로 들어서 알 수 있다. 카톨릭이 정복한 후 증축을 한 건물에서는 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치고 그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런 물줄기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에서 수백개 수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어떤 건물에서는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조용한 마을에 할리 오토바이가 지나가듯 시끄럽다. 어떤 가이드는 이 곳에 오면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불만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나는 그런 건물이 나올 적마다 빨리 피신을 해야 할 정도였다. 건물 안에서 쫄쫄쫄.. 잔잔히 들리는 물소리.. 그 청량감, 그것이 나에겐 안식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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