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 라는 마음이 든다면.
Growth Marketer (그로스 마케터)
마케팅의 세분화 + 그로스 해커의 등장으로 생겨난 직무로, 프로덕트의 성장 포인트를 찾아 해결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디지털'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장하기 위한 방법은 온오프라인 모두 무궁무진하다. 그걸 다 해야 한다. 그럼 다른 마케터와 뭐가 다를까?
목적에 따라 일하지 않는 직무가 어디 있어?라는 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목적이란 '성장의 목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성장이 무엇인지에 따라 마케팅 활동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비스 런칭 후 재구독률 80%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종업계 평균 재구독률은 약 50%로 서비스 자체 경쟁력은 확인했다. 하지만 동종업계 대비 구독자 수가 적어 매출 규모나 시장 점유율이 낮은 문제가 있다.
성장 목표 : 서비스 구독자 확대 (스케일업)
액션 : UA 마케팅, 체험 프로모션, 제휴 마케팅 등
이 상황에서 CRM 마케팅을 하는 것보단 유저를 모을 수 있는 마케팅이 적절할 것이다. 기존 고객의 후기를 바탕으로 소재 제작을 할 수도 있고, 1달 무료 체험을 제공할 수도 있고, 다른 브랜드와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 이처럼 그로스마케터는 현 상황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
성장하려면 성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야 한다. 포인트를 잘못짚으면?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들었던 예시에서 문제를 바꿔보자.
서비스 런칭 후 재구독률 80%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종업계 평균 재구독률은 약 50%로 서비스 자체 경쟁력은 확인했다. 하지만 내부 목표인 재구독률 90%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다.
성장 목표 : 서비스 재구독률 상승
액션 : 고객 VOC 분석, FGI, 고객 행동 데이터 분석
같은 상황에서 문제를 다르게 정의했을 뿐인데, 액션이 완전 다른 방향으로 설정됐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리고 문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개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문제 정의가 중요한 것이다.
문제 정의의 중요성은 마케터와 회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문제를 잘 정의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을 찾는 교육방식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핵심은 문제와 상황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상황은 현재 발생한 사실이고, 문제는 사실이 발생한 원인이다. 상황을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그 단어. '왜'를 생각하면 된다.
브랜딩팀과 디지털마케팅팀으로 구분된 마케팅 조직이 있다. 브랜딩팀에서는 신제품 출시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영상/이미지 소스를 제작했고, 타 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했다. 소스를 활용해 디지털에 적합한 소재를 만들었지만, 번번이 소재 컨펌 단계에서 수정사항이 발생했다.
소재를 여러 번 수정하는 반복 업무가 발생하고, 수정된 소재를 또다시 컨펌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 딜레이가 발생한다. 특히, 의사결정권자 일정상 일주일에 딱 두 번만 소재 컨펌이 가능해 라이브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 예시에서 문제는 무엇일까? 상황을 먼저 생각해 보자.
상황 : 반복되는 소재 수정작업으로 인한 업무 증가 & 정해진 소재 컨펌 일정으로 인한 업무 딜레이
이 상황을 문제로 규정할 경우, 1) 업무를 줄여주거나 2) 소재 담당자를 뽑아주거나 3) 소재 컨펌 일정을 더 늘리는 등의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 효율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옳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왜'를 한 번 물어보자.
왜 반복되는 수정 작업이 나왔지?
→ 브랜딩팀과 디지털마케팅팀이 제작하는 소재의 톤 앤 매너가 맞지 않아서
왜 톤 앤 매너가 맞지 않았을까?
→ 광고를 통해 추구하는 목적이 달랐고, 공통된 기준이 없었다.
왜 소재 컨펌 일정이 생긴 걸까?
→ 노출되는 광고끼리 톤 앤 매너가 맞지 않아서 운영 중(예정)인 소재를 보고하는 시간이 생김
결국은 각 팀에서 제작하는 소재의 결이 다르다는 문제로 귀결됐다. 운영되는 소재의 결이 동일하다면? 위와 같은 상황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톤 앤 매너를 최대한 맞출 수 있게, [DO&DON'T] 가이드를 제작했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가이드를 잡는데 시간을 투자했고, 캠페인별로 [DO&DON'T] 가이드를 제작했다. 내부 유관부서는 물론, 협력업체에도 공유했다.
그 결과, 두 개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협력업체와 소재 커뮤니케이션 하는 공수도 줄어들고, 내부적으로도 소재 수정사항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기적인 소재 컨펌 일정도 사라졌다. 가이드 제작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대부분 받고, 가이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을 활용할 때만 일정을 잡았다.
이렇게 상황과 문제를 구분 지어 생각할 수 있어야 문제 정의를 잘할 수 있다.
끝이 아니다. 문제를 정의했으면 해결해야 한다. 다만,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기 때문에 도와줄 동료가 필요하다. 모두가 내가 문제를 찾아오기만 기다린다면 문제없겠지만, 모두 바쁘게 일할 가능성이 높다. 즉, 그들이 시간을 내서 내가 정의한 문제를 해결해 줄 명분이 필요하다. 이때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된다.
1. 주문단계가 좀 길어서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2. 5개의 주문 단계 중, [결제수단 및 배송일자 선택] 단계 이탈률이 다른 단계 대비 30% 높게 확인됩니다. 특히 결제수단 선택은 완료했지만 배송일자 선택을 하지 않고 이탈하는 경우가 60%로 배송일 선택과정에서 문제를 겪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1번보단 2번처럼 말했을 때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가 포함된 제안은 신빙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로스마케터에게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다. 여기에 각 유관부서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에 맞게 설명해 주면 금상첨화다.
정리해 보면 그로스마케터는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설득하고, 함께 해결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마케팅에 한정되지 않게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런 것까지 봐야 돼!'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