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앱 비즈니스 모델의 딜레마
안녕하세요, 심씨입니다.
앞으로는 문체를 조금 달리하여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가끔씩 새로운 서비스나 광고를 보면 그 서비스의 BM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지속 가능성은 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러다 글램(glam)의 광고를 봤고, 데이팅앱의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해졌습니다.
데이팅앱 3대장(틴더, 글램, 위피) 중 하나인 글램의 마케팅 메시지는 '탈퇴하세요, 함께'입니다. 이 메시지를 보면 데이팅앱은 보편적인 서비스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찾으면 구매부터 재구매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데이팅앱은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으면 이탈합니다.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면 이탈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딜레마입니다. 만족한 고객이 모두 떠나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매출 증대가 가능할까요? 반복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면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객 한 명당 비용을 더 쓰게 하는 것이죠. 물론, 객단가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객 여정을 기반으로 어떤 포인트에서 객단가를 높일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소개 횟수는 가장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면서 초창기 데이트앱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고, 확장 가능성이 높은 모델입니다. 나에게 하루에 N명씩 소개를 해주고, 더 소개를 받고 싶을 때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죠. 허나, 데이팅앱의 경쟁 심화로 소개를 무료로 푸는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즉, 단순 횟수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소개해주냐에 돈을 내는 상황이 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 모든 제약을 풀어줄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다만, 최근 들어 횟수 자체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소개에 제한을 두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하루에 5명 소개를 해준다고 했을 때, 만약 5명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고객은 이탈 or 결제라는 이지선다와 마주합니다. 추가적인 액션을 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죠. 그래서 소개를 무제한으로 해주는 대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호감을 표시할 때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소개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결제할 확률도 높아지겠죠?
객단가를 높이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소개 → 매칭 사이에 빠진 단계가 있습니다. 바로 '탐색'입니다. 물론 제공되는 사진만 가지고 매칭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작성한 프로필도 중요합니다. 나이/지역/취미/이상형 등 상대방의 정보를 제한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사진이 마음에 들어? 더 알아보고 싶으면 돈을 내!' 구조입니다.
정보 제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나를 선택한 사람'을 확인하려면 돈을 내야 하고, 심지어 '나를 방문한 사람'을 봐도 돈을 내야 합니다. 또는 상대방의 정보를 '필터'로 사용하는 방식으로도 활용됩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만 보기, '28~32살인 사람'만 보기 등. 앞서 말한 소개의 내용과도 겹치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의 데이팅앱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큰 틀에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경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모수, 편의성, 접근성 3가지 키워드가 있어야 합니다. 데이팅앱의 이용 목적은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적은 노력으로 쉽고 빠르게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고객은 돈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겠죠. 최근 몇 년간 데이팅앱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결혼정보회사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혼정보회사는 상당히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용하는 고객이 꾸준히 있습니다. 비싼 만큼 내가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매칭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앱에서는 결혼정보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겠죠.
1.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2.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진 않지만 관심 있는 고객
3. 결혼정보회사에 이용하지 않고 관심 없는 고객
그래서 데이팅앱은 세그먼트를 세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 연봉자를 위한 / 50대, 60대를 위한 / 돌싱을 위한 / 동네 친구 만들기 / 취향 기반 매칭 등 세그먼트 별 불만족하는 포인트를 잡았습니다. '결혼정보회사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앱은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결혼정보회사는 '본격적인' 느낌이 드는 반면, 앱은 발 한 번 담가보는 느낌인 것이죠. 물론, 서비스의 퀄리티도 챙겨야 합니다. 고액 연봉자를 위한 앱은 급여 명세서, 부동산 서류 등 가입자를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고, 어떤 앱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2030 세대를 위한 데이팅앱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데이팅앱 3대장이 건재하고, 그 외 특정 카테고리를 위한 앱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4050 혹은 그 이상을 위한 시장을 선점한 데이팅 플랫폼은 없습니다. 인구 피라미드가 점점 더 심한 역삼각형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4050 세대 공략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데이팅앱 외에도 4050을 위한 전문앱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데요. 4050을 위한 패션앱 (퀸잇, 포스티), 4050을 위한 식품앱 (팔도감), 그리고 이미 50대를 위한 소셜앱 (시놀)도 있습니다.
4050인 중년층은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니즈만 맞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2030의 전유물이었던 데이팅앱을 4050의 니즈에 맞게 재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데이팅앱에 대한 조금은 부정적인 인식도 잘 풀어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