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가오니 May 14. 2022

달의 몰락

LUNA사태로 12년 치 생활비를 잃고 나서 회고


 인생의 12년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


5월 2주는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기이다. 지난 몇 년간 투자와 함께 테라생태계와 함께 꿈꾸며 자라나던 것들이 송두리째 날아가는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이 글을 쓰는 5월 14일(토) 오후 2시 40분. 보유한 코인을 정리하고 최종 손실 처리했다. 바로 지난주를 뜨겁게 달구었던 'LUNA'이다. 물론 테라스테이션과 앵커 프로토콜, 다른 거래소 금액은 어차피 곧 휴지가 될 예정이라서 정리하지 않았다. 사실 정리할 정신적 에너지가 전혀 남지 않았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블록체인 도메인 영역의 업무를 하면서 어느 정도 시장의 흐름을 알고 나서 가장 재밌던 건 시기적으로 2020년부터 뜨기 시작한 DeFi영역이었다. Active Income과 Passive Income을 게임처럼 즐기는 맛이 있었다.


그 플레이 대가는 쓰디썼다. 내 인생에서 건강을 레버리지 삼아 만든 수많은 돈과 시간을 삼켜 버렸다. 어젯밤 한국 거래소외에 프로토콜이나 다른 거래소에 있는 돈이 사라진 것을 얼추 계산해보니 월급에서 00%를 차지하는 생활비 12년 치가 단 이틀 만에 사라졌다. 물론 원금 기준이다. 거버넌스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한 네트워크 중지를 이해하면서 어떤 후속조치가 있나 기다렸으나 이내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었다. 구체적인 현 테라 생태계를 만든 테라폼랩스(이하 TFL)의 책임있는 구제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젯밤 최종 손실 확정하고나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정신을 조금 차리고 나서 오히려 냉정하게 이 인생 최악의 사태를 정리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단일기간 손실이자 지난 몇 년간 나의 생각을 돌이켜보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를 위해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리워드를 받을 수 있을까. 받아도 이게 가치가 있을까? 나의 테라스테이션]
[손실 처리하기 전에 찍어둔 기록들]


달은 왜 몰락했나
[source=https://cryptomatters.net]

달(LUNA)은 왜 몰락했는가.

[source = https://www.imdb.com/title/tt10098050/]

블러드 문이라 불리는 붉은 달(RED MOON)은 주로 불길한 징조에 상징으로 쓰인다. 그리고, 부분월식일 때는 보통 지구(Terra)의 그림자에 가려진 부분이 많을수록 달은 더욱 붉은빛을 돈다고 알려져 있다.


Terra(UST)를 위해 존재하는 달(LUNA)은 Terra의 그림자에 가려질수록 철저하게 붉은빛을 도는 붉은 달이 된다. 풀어쓰자면, UST가 수요가 낮아져 크립토 거래시장에 대량의 물량이 덤핑 된다면 1USD 이하로 Under Value Depegged상태에서 회복하기 위해서 달(LUNA)은 추가 발행되면서 UST와 차익거래를 유도하며 추가발행에 의해 가치가 희석되기 시작한다. (물론 발행갯수 제한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때 UST 가격담보를 위해 거버넌스 투표로 제한이 사라져버렸…)


그것이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고, 담보가 없이도 1USD Pegged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작년부터 나는 이 점에 의문과 Risk를 생각해왔다. 작년 5월에도 이런 Under Value로 Depegged된 적이 있었고, 그때는 2주가 안되어 회복했다. 물론 그때는 지금의 시가총액 (유통량 X 코인 가격)이 비교도 안되게 작았고 무엇보다 Anchor Protocol에 예치된 UST의 TVL은 7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시점의 200억 달러에 비해 1/3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source = https://www.coingecko.com/ko/%EC%BD%94%EC%9D%B8/terra-usd]


Anchor Protocol은 무엇인가를 말하기 전에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무엇일까.

[source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설명하기 위해 정리했었던 글]

철저하게 지구(Terra)의 가격을 1달러에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달 (LUNA)는 담보가 없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Ample Forth와 같은 Rebasing모델도 아니고 순수하게 Mint/Burn 로직에 의해서 돌아간다.


심플하게 생각하면 지구(Terra)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고, 수요가 많아지면 달은 Burning 되면서 UST-LUNA모두 윈윈 하는 구조이다. 그러려면 지구(Terra)의 수요가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바로 무려 연이자(APY) 20%를 준다는 Anchor Protocol이다.

[source =역시나 Anchor를 설명하기 위해 정리했던 글]

지구(Terra)를 맡겨두면 연이자 20%를 준다라 저금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놀라운 뉴스였을 것이다. EVM기반 DeFi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2020년과 21년 사이 Non-EVM기반 Cosmos Mainnet에서 이런 획기적인 것이 나왔다는 것이 나는 궁금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결론은 LTV와 TVL(Loan to Value & Total Value Lock) 있다. 유저가 예치(Staking)하고 빌리고 (Borrowing)   앵커 프로토콜은 Bonding LUNA 지분 증명으로 쓰고 수익을 추정하고 예금을 예치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로직이다.  


[source =역시나 Anchor를 설명하기 위해 정리했던 글]

하지만, 당연히 이자 풀 (Reserve Pool)은 언젠가 바닥이 나기 마련이다.

[source =역시나 담보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정리했던 글]

그리고, 지구(Terra)를 담보로 다른 코인 레버리지 대출 상품이 엮이면서 위험성은 배가 된다.

[source =역시나 담보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정리했던 글]

그래서, 나는 누누이 레버리지 담보 상품과 청산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백스톱을 고려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DeFi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얘기해왔다. 물론 유동성 풀을 소유하며 비영구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DeFi 2.0 스킴이 성공한 것은 아니고 계속해서 혁신되어 왔고, 위험을 줄이고 유동성 공급의 순환을 위한 Reactor모델과 프로토콜이 컨트롤 가능한 곳간(Treasury)을 만드는 프로토콜도 진화해왔다. 정답은 없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발전시켜온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소중한 돈이 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연이자 20%는 결국 다른 사람이 맡긴 돈이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폰지사기라던지 자극적인 단어와 함께 엮어 여러 가지 위험에 대한 경고들이 나왔다. 이해했다.


그렇지만, 나는 UST가 Depeg 되어 공급이 많아져 LUNA의 하방압력이 커지더라도 두 가지 측면에서 커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 LUNA 자체를 소각시키고 사용처를 늘리는 게임 콘텐츠

(2) UST 자체를 소각시키고 사용처를 늘리는 게임 콘텐츠


[source =https://astrohounds.com]
[source=https://derbystars.com/]
[source=https://monsterra.io/]

지구(Terra)와 달(LUNA)이 재화로서 지속 소모되고 사용되는 게임들이 베트남, 한국, 미국, 유럽에서 경쟁력 있는 팀을 통해 개발되고 사전 판매 (Pre-Sales)를 하며 커뮤니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토큰의 가격 방어 메커니즘은 생각해보면 심플하다콘텐츠 이용을 위한 사용처가 늘어나고, 끊임없이 소각되는 모델이 콘텐츠 안에 녹아있고, 사용자 이탈을 방어하기 위한 지속적 콘텐츠 업데이트를 한다면 토큰 가격은 방어된다. 인플레이션 (토큰 추가 발행에 따른 가격 하락)이 있더라도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토큰은 가격은 방어되기 마련이다. 또한, 봇플레이에 의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수단 또한 진화되고 있다.


테라 생태계를 응원하고 믿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결실을 맺을 2022년을 기다리면서 서서히 차오르고 만월(Full Moon)이 뜰 것으로 기대했다. 테라스테이션과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해둔 나의 자산을 포함해서 의미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시장은 내가 볼 수 있는 일부분에 불과하고 알 수 없었다.


직장인 주식 스터디 모임에서 나의 인생 이야기에서 거시적 시장 환경의 흐름과 대비한 설명을 위해 연봉의 추세선을 시간축과 연결해 수치없이 커리어패스를 설명한 적이 있다.

[source = 나의 커리어 패스에 따른 연봉의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본 것]

IMF 때 궁핍한 겨울을 피해 군대로 피신 후 제대 후 돈을 벌며 힘들게 대학생활을 견디고 나니 최악의 취업난이 시작되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원하도록 회사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다녔다. 물론, 게임, IT, 콘텐츠 이 3가지 영역은 벗어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나를 영업하고 마침내 IT에서 커리어 패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직장 생활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리먼브라더스 도산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앞으로 발생할 일은 모른 채 나는 일본에 갔다. 직장인으로서 20대 초반의 나와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 넘어가고 몇 달 후 전 세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고 금융위기 여파로 구조조정을 하고 경제공황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직장생활 20년 중 가장 큰 연봉인상분(Salary Gap)을 경험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시장에서 가치가 올라간 안전자산 엔화의 가격 때문이었다. 매일같이 늦게 끝나고 집에 가서 사실 돈을 쓸 시간과 여유가 없었기에 예금만 했던 나로선 3년이 지나고 한국에 돌아와 엔화를 바꾸니 원화-엔화 교환비율이 8배 시절 연봉 계약을 했고 생활하며 쓸 시간 없이 모았던 돈이 2배(당시 환율 14-16배)가 되어 어리둥절했었다. 덕분에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집 보증금과 필요한 것들을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 (상승 엔화가치는 한국 복귀와 함께 급락하고 오히려 같은 연차보다 비교해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당연하게도 당시 시장상황과 엔화의 일시적 상승은 한국 연봉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이또한 내가 조정할 수 없었다.)


금융위기가 한참 진행되던 일본 근무 시기 뉴스조차 챙겨볼 시간 없이 격무에 시달리던 때라 사실 일본 생활하면서 금융위기에 따른 어려움을 실감할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시장의 현황은 내가 예상할 수 없고,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수 없듯이 내가 예측한 것과 달리 거시/미시적 경제는 다양한 사회적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source= Movie 'Big Short']

영화 빅쇼트가 개봉하고 나는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았다. 그리고, 내가 일본에 살 때는 느낄 수 없었던 당시 다른 나라에 살던 사람들이 당한 고통과 괴로움, 경제적 파국을 일으킨 월가의 탐욕과 올라가는 숫자에 이성이 마비된 대중 볼 수 있었다.  


영화의 끝에 숏포지션을 잡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파산하는 고통을 받고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돈을 벌고 나서도 괴로워했던 고뇌 또한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사들을 보면서 그냥 생각한 것을 적어봤다.그냥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것을 적을 뿐이다.) 각 종 금융위기의 중심에서 비난받고 서브프라임 사태 및 그리스발 유럽 금융위기 때도 사람들의 피눈물을 먹으며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여전히 건재한 뉴욕의 월가와 골드만삭스, 그들이 백커인 USDC 스테이블 코인과 골드만삭스 출신이 포진한 시타델과 블랙락의 이름이 이번 테라 사태에서 거론될 때마다 마음속 한편이 언짢고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마침 그들이 탈중앙화 금융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뉴스가 Finance 뉴스를 장식하던 4월 어느 시점도 떠올랐다. 이번 사태와 대규모 숏포지션의 배후에 대한 거론,  Crypto Winter도 모두 시기적으로 우연의 일치겠지....


이번 테라 사태에 공매도 세력이 활용한 것으로 어느 뉴스에서 거론되었던 GEMINI CEX와 옐런 재무장관의 지구(Terra)를 콕 집어 규제를 이야기하는 기사에서도 역시 뉴욕 월가가 등장한다. 이때다 싶어 APY를 조정하여 물들어올 때 노 젓는 것처럼 회자되는 트론 (TRX)과 저스틴 선 관련 소식을 보는 것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그도 북동부 에이리어에서 공부했다. 뭔가 힙합의 동서부 싸움과 동부의 전통 금융권 출신들과 서부의 탈중앙화의 대립 구도가 그려지는 건 이상하리만큼 위화감이 없다. 몇 년 후 역사적인 이번 테라 사태가 빅쇼트처럼 영화로 나온다면 어떤 내용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뜻하지 않게 엔화 인상과 이에 따라 혜택을 받았던 나는 그 3년간 받았던 인상분의 물가인상을 감안해도 몇 배의 손해를 보았다. 그것도 단 이틀 만에 말이다.

[source=영화 해바라기]

블록체인과 Web3.0 기반의 업무 도메인 경력을 지난 4년간 쌓으면서 시장의 흐름을 안다고 착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무작정 Terra의 비전을 믿고 확증 편향적 사고에 빠져있었던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단 이틀 만에 수익금을 제외하고 원금 기준으로 12년의 생활비를 한 번에 다 가져가야만 속이 시원했을까.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리는 테라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되는 공매도 세력은 이틀 사이 1조 원이 넘는 수익을 얻었다고 전한다. 그 돈은 어디서 왔을까. 나를 포함한 일반 사람들의 피와 눈물일 것이다.


지난 며칠은 머리가 뜨거워지고 때때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평소 투자를 알고 있던 가까운 지인들과 동료들은 끊임없이 연락했다. 혹시나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걱정해서일까.. 계속해서 용기를 주고 기프티콘을 보내주었다. 따뜻한 밥과 차, 용기, 인류애를 느낄 수 있었다.


온통 '했제~'로 도배되는 커뮤니티, 테라/루나 홀더를 조롱하는 범지구적 한글은 한글대로 영어는 영어대로 조롱을 하며 위트와 지식으로 포장하려 애쓰던 교수부터 크립토 트레이더, BitMaxi프로필의 전문가(?)들을 보며 사라져가던 인류애가 부활하던 순간들이었다.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현생을 살아가야 하는 의미같이 느껴졌고, 테라의 개발자 커뮤니티와 루나틱스의 마음 따뜻한 트윗들도 힘을 주었다.

[source=https://medium.com/terra-money/about]

ROI에 맞추어 콘텐츠의 본질보다 돈만 좇는 기계적 자본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Terra Money가 하려고 했던 블록체인 프로토콜 경제에서의 실질적인 GDP를 성장시키겠다는 포부. 그리고 그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이루려던 결제 혁신까지 응원했던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 콘텐츠에서 새로운 달(LUNA)이 뜰 것을 기대하고 응원하던 입장에서 마음이 무너졌다.

[source=terra station]

이제는 거버넌스 투표에 올릴 제안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LUNA를 싼값에 대량으로 매수하고 예치하고 글을 쓸 수 있다. 이 생태계를 지탱하던 루나틱스들은 지금 상황을 보면서 무슨 마음이 들까.

[source = https://twitter.com/stablechen]

이 테라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아마도 Terra생태계의 중심축은 콜럼버스 메인 넷 (테라의 메인 넷 Tendermint Cosmos의 테라 커스터마이징 메인 넷 이름)의 대표인물 Stable Kwon에서 Stable Chen (윌리엄 첸)으로 커뮤니티의 지지기반이 나누어지지는 않을까..


LUNA, Terra와 함께 나의 Crypto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였던 Yearn Finance에서 Rage Quit 했던 안드로 크로네처럼 갑작스러운 은퇴는 아니라지만 며칠간 Stable Kwon의 공백 기간 동안 열심히 테라 커뮤니티 재건을 위해 루나틱과 소통한 Stable Chen과 침묵하는 Stable Kwon의 모습을 교차해보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건 안드로 크로네였다. (물론, 나는 안드로 크로네의 RQ이후, 연 파이낸스 신뢰가 붕괴되며 큰 손실을 보았다. 트라우마 중 하나이다.)


Chen이 제안한 테라 사태의 원인 '대규모 숏 공격'과 '유동성 공급 프로토콜 부재에 의한 허점'에 따른 Depeg 공격 이전의 LUNA 홀더들의 자산 스냅숏을 복원하여 보상하자는 안이 채택된 듯하다. TFL이 루나와는 별개로 이미 개발하고 있을 것 같은 새로운 토큰이 이쪽으로 쓰이는 것일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source=https://www.crunchbase.com/organization/the-dao]

 탈중앙화 인센티브 펀드 커뮤니티였던 더다오가 해킹당하고 당시 이더리움에서 분리되어 나왔던 이더리움 클래식과 같은 방식으로 배분될 것인가. 기존 LUNA홀더와 전체 생태계에서 없어진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머리가 멍하고 생각은 복잡하다. 쉬이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다.

[source=이 글을 쓰기 위해 배회하던 중 발견한 사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행복의 의미로 느꼈던 '파랑새'가 크고 나서 보니 잔혹동화임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내가 쫓던 파랑새가 사라진 기분이 든다.


어떻게 흘러갈까. 손실도 마음의 상처도 허망함도 시간이 치유하리라 보지만 얼마나 걸리지는 모르겠다.


정처 없이 주말을 맞이하여 걷다가 동네의 카페에 왔다. 우연히도 걷다가 오게 된 곳은 자주 오지 않는 곳이지만 이름이 낫 컴플리트. '완전하지 않은 인생'이란 의미인가.. 아니면 이 정도로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위로일까.

낮부터 술이다.


뭐 저녁 대신 달콤 쌉싸름한 술 한잔과 이런 회고를 담담하게(?) 적을 수 있는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은 날

[source=Dead Space 3 DLC Awakened를 플레이하다가 가장 잔인한 엔딩 전]

데드 스페이스 3을 하던 때,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붉은 달과 싸우다 지치고 미친 아이작이 내뱉던 대사가 떠올라 사진첩을 찾아봤다.


죽음의 의미를 더 이상 모르겠어. 이미 우리가 네크로모프(괴물)가 된 건 아닐까. 지금 우리가 느끼는 건 마커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환상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가 맞이하는 붉은 달로 뒤덮인 지구의 멸망 엔딩. 갑자기 데드 스페이스 3의 꿈도 희망도 없는 이 시퀀스가 떠오른다. 그럼에도 아이작은 싸우고 마침내 끝을 맞이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기분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억하자. 2022년의 5월 2주를 어떤 일이 있어도 이때 느낀 무력감과 또 이 시기를 거쳐 내가 다시 회복할 회복탄력성을 기억하자.


2022년 5월 14일

오후 5시 52분


이번 일로 뜻하지 않게 경제적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후일담 : 달의 귀환 ] 

매거진의 이전글 20세기 비디오게임 모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