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안팀을 탓해서는 안 되는가
오늘은 기술과 국가, 인간의 안전이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요즘 연이어 터지는 대규모 해킹 사고들을 보면서 늘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보안팀을 질책하고 언론은 ‘관리 소홀’을 이야기하고 정부는 뒤늦게 책임 공방을 벌이는 모습.
진짜 문제는 훨씬 더 깊습니다.
이건 보안팀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적 역량의 문제이며 구조적 실패에 가깝습니다.
특정 사건을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면한 사이버 리스크의 본질과 왜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 대응할 수 없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한 분석입니다.
왜 이 모든 것은 ‘국가 전략’의 문제인지 끝에서 정리하겠습니다.
과거의 해킹은 개인적 취미, 범죄 혹은 호기심의 영역이었습니다.
오늘날의 해킹은 완전히 다릅니다.
- 공격자의 70% 이상이 조직화된 그룹
- 특히 금융·에너지·정부 분야 공격의 40% 이상은 국가 단위 공격(Advanced Persistent Threat)
- 공격 도구는 AI 기반 자동화, 언어 모델 기반 취약점 탐색, 초고속 패턴 분석 등으로 무장
보안팀 몇 명이 “잘했냐 못했냐”의 문제가 아닌 해킹은 이미 국가 단위 경쟁력의 전쟁터가 된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개인이 AI 군단과 싸우는 구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대규모 해킹 사건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1. 보안 인력 부족
한국은 OECD 국가 중 사이버 보안 인력 부족률 2위권.
중소기업은 보안 담당 1명이 수천 유저를 책임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2. 보안팀에 예산과 권한이 없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 기업 보안팀 예산의 60% 이상이 “사후 대응 비용”
- 사전 예방에 쓸 수 있는 돈은 10~20%에 불과
3. IT 인프라가 지나치게 복잡
레거시 + 클라우드 + 외주 시스템 + 내부 개발 시스템.
이걸 5~10명 보안팀이 모두 관리하라는 건…
아파트 5천 세대를 경비원 1명에게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4. 경영진의 관심 부족 → 리스크 통찰 부재
세계 은행, 보험사, 테크기업들은 이 문제를 먼저 깨닫고
CISO를 CFO, COO와 같은 위치에 올려놓는 중입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보안은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깊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보안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화재가 났다고 소방관을 탓하는 것과 유사한 오류입니다.
2024~2025년 이후 공격자들의 전략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 자동화 해킹의 3가지 특징
1. 24시간 풀자동화 공격
사람이 잠들 시간에도 공격 알고리즘은 계속 학습하고 진화.
2. 치명적 제로데이 탐색 능력 급증
대형 언어 모델이 취약점 문서, 코드, 기술서 모두 읽고 수초 만에 취약성 분석을 수행.
3. 공격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단일 그룹이 공격할 수 있는 범위가 ‘수천 → 수백만 단위’로 확장.
이건 기업 하나가 맞설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국가 사이버 방위체계가 있어야만 최소한 대응이 가능합니다.
미국·EU·일본의 주요 기관들은 합의하기 시작했습니다.
① “사이버보안은 국가안보다”
미국 국방부(DoD)·CISA 등의 공식 보고서에 반복되는 문장입니다.
국가 기반시설, 금융시스템, 병원, 항공, 에너지—all connected.
② “기업 단위 보안은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EU는 NIS2 규제를 도입하며 국가 기준의 보안 의무를 강화.
③ “AI 공격은 국가 간 경쟁 구도”
일본과 영국도 “공격자의 기술 수준이 급상승해 민간 단독 대응은 불가”라고 명시했습니다.
글로벌 기관들의 시각은 명확합니다.
대규모 해킹 사고는 국가적 리스크입니다.
1. 보안 인력 양성 시스템 부재
국가 차원의 장기 인재 전략이 사실상 비어 있음.
2. 공공·민간 레거시 비율이 매우 높음
20년 넘은 시스템이 여전히 핵심 업무를 담당.
3. 정책이 사건 발생 후 뒤늦게 반응하는 구조
예산·인력·법·표준이 모두 늦게 움직임.
시스템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보안이 고려되지 않은
한국 특유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국가 시스템은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스스로 면책해 왔습니다.
사고는 늘 ‘직원의 실수’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통치 구조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할 때 나오는 가장 전형적 방식입니다.
시스템적 문제에 개인 책임을 묻는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우리가 디지털에 의존하는 만큼 사이버보안은 도로·전기·군대와 같은 문명 유지 비용입니다.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안전망이죠.
따라서 대규모 해킹 사태는 절대 보안팀의 잘못이 아닙니다.
국가가 설계해야 할 시스템적 방어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결과물입니다.
장기적으로 기술·국가·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안전하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서 갈립니다.
AI 시대에는 이 간극이 더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