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그 정도의 힘은 있대요
누군가를 구원할 전능한 힘 같은 게 없단 건 알았지만, 알았어도 알았음에도 떨칠 수 없는 죄책감이 있다. 한참 괜찮은 일상을 보내다가도 그 죄책감과 무력감이 물밀듯이 내 안으로 쏟아져 내릴 때가 있다.
무력감.
한때 날 상담해 줬던 선생님은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위해 스스로의 한계를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럼 난 또다시 무력할 수밖에 없는 건가라는 지긋지긋한 무력함의 굴레에 빠져버린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 줄 전능한 힘 같은 건 없지만,
적어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필요했던 말은 나에게 타인을 구원해 줄 전능한 힘이 없다는 말보다, 그래도 비참하게 만들지 않을 힘 정도는 있지 않냐는 말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그 최소한의 힘은 있다고.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안녕을 위해 애써봐도 된다고. 그게 그 사람을 구원해주진 못할지라도 그 사람의 순간을 비참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고.
다른 사람의 안녕을 바라고 그 안녕을 위한 최소한의 따뜻함을 건네는 것이 영 무력하지만은 않다는 위로를 받았다. 이 말에 또 다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위로를 받기를, 또는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 하나를 건네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