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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Jan 05. 2019

4학년의 겨울 방학

이 세상 어딘가엔, 나의 일이 있겠죠?

힘든 겨울이었다.


4학년을 앞둔 대학생의 겨울방학다운 힘듦이었지만, 이겨내고 버텨내는 것이 꽤나 어려웠던 겨울이었다. 누구에게라도 위로받고 싶지만 그것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될까 겁나, 위로마저 맘 편히 받지 못했다. 사실 위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편이 더 어울리겠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에 적힌 ‘잠시 쉬어가도, 조금 달라도, 서툴러도 괜찮아’라는 문구가 아니꼽게 보일 정도로 마음은 불안정했다.



괜찮지 않은 4학년은 암울과 어울리는 현실에서 ‘진짜’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끝나갈 때쯤, 내게 다시는 오지 않을 겨울방학이 끝나갈 때쯤, 그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반쯤 잠들고 반쯤 깨어 있는 그런 상태. 아직 한 학년은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학년은 시작되지 않은 그런 상태. 더없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 상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겨울방학이란 아무것도 충전할 수 없는, 그저 반쯤은 피로하고 반쯤은 쓸쓸한 시기다. 내가 황금 탄환을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럴 때다. “배고픔과 추위에 고달프면 황금 탄환을 좇아라”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말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황금 탄환을 좇으란 말을 들어야 했던 모양이다. 가장 외롭고 쓸쓸한, 뭐라도 잡고 싶지만 무엇도 잡히지 않던 나의 겨울은 이제 끝이 나고 있다. 작가는 어떤 이유로 겨울방학을 ‘외롭고 높고 쓸쓸하다’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번 겨울은 외롭고 낮고 쓸쓸했다. 좇을 것을 잃고 있었다. 꿈이 가득한 사람들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나는 꿈을 찾지 못한 작고 한심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 나에게 '좇을 것'은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다시 찾아올 나의 ‘겨울방학’에는, 좇을 것이 없어 외롭고 낮고 쓸쓸할 때에는 황금 탄환을 좇아보기로 했다.



어딘가에 있을 황금 탄환,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바라보고 기다리며, 찾을 수 있을 거라 희망하며, 가장 낮은 곳에서 그보다 조금 높은 곳을 바라보려 한다. 다만 어딘가에 있을 황금 탄환을 위해 탄환을 찾는 연습을, 달리는 연습을, 좇고자 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가던,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던, 그 겨울 방학의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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