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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두세술 Jul 11. 2023

아무 일 없이 기분 좋은 아침

비가 콸콸 쏟아지는 날

요즘 비가 되게 많이 내린다.


어제 아침, '와 비 디게 많이 오네'라는 생각과 함께 잠에서 깼다.


잠귀가 어두운데도 빗소리에 스윽 깨서, 쏟아지는 빗소리에 기분이 좋아 혼자 히- 하고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침 6시도 채 되기 전이었다.

비 오는 날은 따릉이 일 없는 날

소리만 들어도 하늘에 구멍 난 것처럼 쏟아지는 엄청난 비였다. 지하철 타고 출근해야 하는 주제에 쏟아지는 비에 기분이 좋다니. 방학 맞은 대학생처럼 여유로운 기분 좋음이었다.


외출하는 날 비 오는 건 별로 안 좋아했는데 희한하다.


장화를 사서 신발 젖을 걱정이 없어 그런가,

알람 소리 대신에 빗소리에 스윽 깨서 그런가,

비가 미스트처럼 오던 날 기분 좋게 달렸던 기억이 감정으로 남았나,

비가 가져오는 귀찮음과 귀찮음이 가져오는 짜증에 좀 무던해졌나.


내 감정이지만 생각보다 그 감정이 어디서 출발한 감정인지는 알기가 어렵다. 그래도 하나 알겠는 건 기분 좋은 나를 보고 기분이 더 좋아졌다는 거. 기분 좋은 사람 보면 기분 좋아지듯 기분 좋은 나를 관찰하다 보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아무 일 없이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 2023. 07.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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