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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뮹뮹 Mar 11. 2017

금 간 꽃병

쉴리 프뤼돔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Le vase où meurt cette verveine

D’un coup d’éventail fut fêlé;

Le coup dut l’effleurer à peine,

Aucun bruit ne l’a révélé.


Mais la légère meurtrissure,

Mordant le cristal chaque jour,

D’une marche invisible et sûre

En a fait lentement le tour.


Son eau fraîche a fui goutte à goutte,

Le suc des fleurs s’est épuisé;

Personne encore ne s’en doute,

N’y touchez pas, il est brisé.


Souvent aussi la main qu’on aime

Effleurant le coeur, le meurtrit;

Puis le coeur se fend de lui-même,

La fleur de son amour périt;


Toujours intact aux yeux du monde,

Il sent croître et pleurer tout bas

Sa blessure fine et profonde:

Il est brisé, n’y touchez pas.


이 시를 처음 한국어로 읽고, 너무 좋아서 프랑스어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동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나서 이 시를 다시 읽었더니 생각보다 더욱 좋고 새로워서 계속 계속 시를 읊었던 기억.

손 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예쁘다고 쓰다듬는 손길도, 나에게는 자그마한 금이 되서 작지만 차근차근 내 안을 부실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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