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에서의 쉼
이제는 쉬고 싶다. 정말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누런 고름처럼 내 머릿속을 꽈악 채워버렸다.
결국 차고 차오른 고름덩어리는 가녀린 피부를 제 힘으로 뚫고 올라와 화산 폭발하듯 분출해 버렸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 정말 쉬고 싶어요. 못하겠습니다..."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그 말을 내뱉었다. 저 못하겠습니다. 포기하겠습니다. 쉬어야겠습니다.
왜 나는 스스로를 옥죄이며, 긴장하며, 자책하며, 다그치며 살아왔던 것일까...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어도 보고, 너튜브를 보며 키득거려도 봤지만, 몸과 머리는 점점 더 굳어가고 기분 나쁜 찜찜함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안 되겠다. 나오자.
전에는 스스로 제 멱살 잡고 질질 끌려 나오듯 재촉하며 나오기도 했지만, 오늘은 나를 일으켜 세워서 친절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보살피고 싶었다. 그런데 어디로 갈까. 혼자서.
문득 올림픽공원이 떠올랐다. 초록빛의 올림픽공원으로 가면 좀 나아지려나...
나의 삶의 속도는 적당한 걸까? 남들만큼 잘 가고 있는 걸까? 삶의 속도는 도대체 어떤 기준에 맞춰야 하는 걸까? 제한 속도는 누가 정하는 걸까? 고속도로, 일반도로, 공원도로마다 속도 기준이 다른 것처럼, 나도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는 다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것일까?
나는 삶에 대한 궁금증이 간절한 목마름으로 느껴지면 약수를 찾듯 도서관을 다급히 찾아간다. 마침 공원 안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름이 '지. 샘. 터'다.
크~역시는 역시다! 지샘터 도서관의 사서님은 배운 사람임이 틀림없다. 도서 큐레이션이 나의 취향저격이다. 심리와 관련된 서적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멍하니 숲을 바라보았다. 아무렴 어때. 될 일은 된다지...
문득 '쉼과 창업가의 마음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후 앞만 보고 최대한 빨리 달려 나아가야 하는 창업가들에게 '쉼'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영향을 줄까.
어떠한 틀에도 얽매이지 말고, 나의 결대로 한 마리의 나비처럼 춤추듯 살아가고 싶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본다. 과도하게 긴장해 봉긋 솟은 양 어깨를 고요히 어루만져본다.
앤, 쉬어가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