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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07. 2024

정글과 맹수 2-12 그 산, 고래 2 - 그림 제작기

한국화, 동양화, 회화, 김태연작가, 한남동, 주성동, 수묵담채화, 야경

 


산은 그들의 집이 가득하다

그 집은 이제 없어질 운명이다. 하지만, 그 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사이를 고래 한 마리가 헤엄쳐 다닌다. 미래보다 오늘이 더 중요하다는 듯이....  

내가 살았던 한남동 그곳은 하얀색의 엘이디 조명대신 노란색의 암바조명이 가득하던 산동네가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도 그 풍경을 바라보는 건 마치 알려지지 않은 숨겨져 있는 비경의 아름다운 산을 오르는 기분인데 실제로는 서울의 한 복판에 위치해 있다.

이제 그곳은 재개발이란 미명아래 몇십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들이 들어서게 된다.

그전에 내가 사랑한 그 산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그곳을 뛰어놀던 고래 같은 마을버스와 노란 수많은 달들을 같이 그려본다.

꼼꼼히 그리기보단 그 불빛과 분위기를 담으려 시도해 본다.


나의 한 시절을 뛰놀며 보낸 그 산의 아름다움과 함께...




1, 이 산은 어디서 봐도 아름다운 곳이다,

살면서 종교에 대한 두려움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이슬람 사원이 언덕 위에 있다.

다른 동네로 이사 간 후 용기 내어 들어간 그곳은 너른 풍경의 마당을 가진 나름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인도와 터키를 여행 다니면 들리던 기도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리며 노을 져가는 한남동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장면을 스케치하고 그곳의 감정을 담아 하얀 긴 순지를 바탕으로 집을 하나하나 자리 잡는다.



2, 그곳을 달리는 마을버스를 스케치하고 붓에 여러 색을 담아 농담법으로 하나하나 칠해본다.

마을버스는 이 그림을 그리는 나의 나이 50으로 박아 나의 분신 같은 고래 같은 마을버스에 나의 영혼을 녹여 바른다.




3, 먹을 녹여가며 집의 면을 하나하나 칠해 본다.

수백 개 하나하나 다른 모양의 집들은 수많은 따뜻한 기암괴석처럼 하나하나가 모여 커다란 산을 이룬다.

잘 보면 그 사이에 길이 있고 결이 있다.

그 길과 결 따라 집들을 완성해 간다.

조명을 달고 있는 전봇대는 흐릿한 색감으로 이제 없어질 그 집들을 흐릿하게 비춘다.




4, 반포대교가 보이고 한강이 보이지 않는다.

반포대교가 있으니 한강이 지나갈 것이다 그 너머로 이산의 미래의 모습인 듯한 강남의 아파트들이 같은 모습으로 줄지어 있다. 그 모습은 공기 원근법을 이용해 푸른색에 먹을 섞어 멀리 늘어 세운다.

그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아도 그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넘쳐나므로 그렇게 변해야 한다.

세상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모여 변화되고 바뀌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5, 멀리 세워 놓으니 밤 분위기가 얼추 난다.

열심히 불을 켜고 달리는 고래 같은 마을버스에 조명색을 입히고 하얀 담 한가운데 밤늦게 혼자 떨어진 앵두 같은 내 이름을 찍어 넣는다.

이렇게 그 밤을 달리는 고래 한 마리와 내 꿈속의 배경 같은 산동네를 꿈꾸듯 그려낸다.


https://youtube.com/shorts/zpYytLxu09s?si=zB2WePCPD4UWuSDG  

2024,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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