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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miLuna Mar 21. 2022

저녁 식탁에서 홀로 부르는 '뜨거운 안녕'

피처링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 핀란드 

최근 핀란드가 5년 연속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발표되어 인스타그램에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핀란드 생활 풍자 밈들이 올라오는 걸 봤다(*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SDSN(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의 '2022 세계 행복보고서'). 올해에도 어김없이 북유럽 나라들이 상위권에 올랐는데, 아마도 평가기준이 기대수명, 국내총생산(GDP), 국가청렴도 및 신뢰도, 사회적 지지, 삶의 결정권, 커뮤니티 내 관용 등이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은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다는 관점보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고 자아실현이 가능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이 반영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매우 주관적이고 짧은 경험에 기반하여 감히 이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외국에 살면 아무래도 사회적 교류가 제한되니 외로움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는 동반자가 되곤 한다. 코로나 블루를 감안하더래도 핀란드 사회의 조용하고 혼자서도 잘 노는 비사교적 분위기는 가끔씩 깊은 심심함을 불러온다. 최근에 APAC 지역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지금은 두바이에 살고 있는)와 짧은 채팅을 하다가 둘 다 외국 생활을 하고 있는지라 어찌 지내는지 근황을 물을 일이 있었다. 내가 농담을 빙자한 실제 생활을 이야기했는데, "매일 집에서 일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건 뭐 다반사고, 강아지 데리고 숲에 산책 가서는 한국말로 개한테 혼자 크게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누가 들을까 봐 주변을 한 번씩 확인한다, 집에서 저녁 먹고 스포티파이 틀어놓고 가족의 눈총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기도 한다. 취미가 독서가 되었고 숲에서 산책하는 걸 진짜 좋아하게 되었다. 유일한 즐거움은 동네에 있는 리들(독일계 슈퍼 체인)에 마실 나가는 거다" 동료는 웃기다고 말했지만 사실 웃픈 나의 일상이다ㅠㅠ. 

어찌나 심심한지 취미 삼아 독서를 하는데 올해 들어 벌써 23권이나 읽어버렸고, 한국에서 친구들이 나이키 운동화 드로우에 참여한다고 난리법석인 와중에 물욕도 사라져 최근 생일에도 셀프로 선물하려던 마음에 장바구니에 여러 개 담아 두었으나 실질적인 구매로는 이어지지도 않았다. 다들 골프 치러 함께 나가자는 40대 친구들 카톡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 난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스키 강습을 받고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들과 언덕에서 눈썰매를 씐나게 타고 있다. 

게다가 이제 촌스러운 핀란드 스케일(5백만의 스케일이란ㅠㅠ)에도 익숙해져서 촌스럽지만 자연스러운 모든 것이 좋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텔레비젼에 나오는 배우들, 모델들 중에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데, 이를 교정하지 않아 치열이 고르지 못한 건 기본이고, 점이나 주근깨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뱃살이 좀 있어도 괜찮고 뭐 그런 식이다. 게다가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으니 생긴 것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정말 각자 개성 있게 매력 있다 (속으로는 아니 저런 외모로도 티비에 나와? 이런 생각도...). 그런가 하면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금메달의 영광을 누리던 그날 모두들 헬싱키 광장으로 모여 축하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사람들이 각자 국기 하나씩 들고 나와서 버스정류장 지붕 위로 올라가서 흔들거나 노래를 틀어 놓거나 그런 수준이라 이건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했었다. 한국이었으면 이미 어느 조직에선가 행사를 주관해서 자리를 만들고, 가수들도 오고 어쩌고 하는 큰 행사가 되었을 듯 하지만 여긴 그냥 너무 기쁘니 일단 "광장으로~" 나오긴 했는데 각자 좋은 기분을 나름대로 나누는 수준이랄까.  


어쨌거나 심심하고, 촌스럽고, 할 일은 더. 럽. 게. 없으나 짧은 2년 반 동안 살다 보니 정말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아직 스스로 멀었다고는 말하지만 성평등이나 인권,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문화(물론 여기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시스템은 왜 핀란드가 행복한 나라 1위가 될 수 있었는지 수긍할 수 있게 한다. 경쟁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기보다는 개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성공이라는 게 반드시 경제적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해 봐야 세금만 많이 낸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인력들이 유입되어 함께 하는 사회로서 무엇이 '핀란드'를 규정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크게 바라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즐길 줄 아는 그리고 자연에서의 시답지 않은 불편한! 휴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이곳의 여름 오두막집들은 화장실도 푸세식인 데다 전기, 수도 등이 가정집처럼 되어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화려한 건물이나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 있지도 않고 사람들이 그다지 사교적이지도 않지만 볼매인 핀란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보드게임을 하는 일상에도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에 기왕 살게 되었으니, 불편한 게 80이어도 20의 즐거움을 더 충만하게 느끼며 조금은 덜 외롭게 즐기며 살아봐야겠다고 다시 다짐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하면 아무도 없는 섬에 집하나 지어 개랑 살자는 남편의 꿈은 수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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