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Mar 17. 2019

안개속으로 숨어들다

구름속으로 산이 숨어들었습니다.
나는 산의 푸르름과 높이와 모양을 짐작할 뿐입니다.
산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에 대한 고마움을 이제서야 느끼고 안타까워 하며 다시 산이 나에게로 왔을 때 마음껏 산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며 고마워 하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안개속으로 호수가 숨어들었습니다.
나는 호수의 물과 모양새를 짐작할 뿐입니다.
나의 답답함을 늘 풀어주던 호수가 숨어드니 내 마음까지 안개로 뒤덮이는 것 같습니다.
호수가 보이는 시원함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제가 새삼스레 호수의 고마움을 느낍니다.
다시 안개가 걷히고 호수가 나에게로 왔을 때 마음껏 호수가 주는 너른 마음을 마음에 품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둠속으로 마을이 숨어들었습니다.
그 어둠속으로 내가 숨어들고, 마을과 내가 숨박꼭질 하듯 밤을 보냅니다.
나는 어둠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호수의 물이 달빛에 일렁이고, 물은 소리내어 어딘가에 부딪치기 시작하여 온 동네에 메아리 치기 시작합니다.


조용히 숨소리를 가다듬고 가던 길을 멈춰 눈을 감고 조용히 조용히 듣노라면 호수의 물소리가 맑은 공기를 타고, 흡사 사찰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처럼 청아한 소리를 내면서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인터넷 뒤로 한 사람이 숨어들었습니다.
어딘가에 있는 그러나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가까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사이버 세상속에서 단어들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의 생각은 단어로 표현해내는 순간 굴절되고 왜곡되어 나타납니다.
단어들의 뭉치가 사람과 사람사이를 소통시키는 듯 하지만 소통의 길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걷히면 우린 서로 어떤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비추어 질까요?
아님 안개가 걷히고 나면 전혀 볼 수 없는 상태가 될까요?
 
오늘 나는 안개속으로 숨어드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독가스 방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