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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pr 20. 2019

벚꽃이 피었습니다

하나 둘 언제 꽃이 필까 그곳을 오갈때마다 꽃을 보면서 하루를 살았습니다.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꽃이 얼마나 폈나 고개를 들어 꽃을 보면서 하루를 행복하게 살고자 했습니다. 비가 오면 행여 지금까지 핀 벚꽃이 떨어질 새라 비가 좀 적게 왔으면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개를 숙여다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연분홍빛 벚꽃이 온 동네를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길따라 기다랗게 온 동네를 두른 벚꽃이 아니었습니다. 겨우내 조용히 숨죽여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연두색으로 물드는 산의 평범나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인공적으로 심어진 벚꽃보다 연두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숲 사이로 드문 드문 피어있는 산벚꽃이었습니다.


하루를 아둥바둥 살아가면서도 꼭 하루에 한번은 학교앞 앞산을 봅니다. 갈색 아니면 회색빛으로 가득하던 앞산이 어느덧 연두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그 속으로 산벚꽃이 듬성듬성 피어있었습니다. 사람반 자동차 반 그리고 그 속으로 질식하듯 피어있는 벚꽃보다는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 유난히 빛나는 학교 앞산에 피어있는 벚꽃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좋습니다.


산 너머 산너머 또 산너머 벚꽃이 피고 호수는 그 산너머 산을 품으며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담아 품어냅니다.


자연은 오는 듯 안오는듯, 더디게 오는 듯 빨리 오는 듯, 변하는 듯 안 변하는 듯, 내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하루를 이틀을 한달을 일년을 수많은 시간들을 지내왔습니다.

나 역시 그러하듯이 그렇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2007  청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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