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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24. 2019

제주 10일 살이 네번째이야기

제주 바다

아침부터 제주바다는 요란했다. 보는 바다에서 뛰어드는 바다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여름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서핑하는 사람들, 썬텐하는 사람들, 바닷물이 밀려가고 미처  나가지 못하고 바위틈에 남은 작은 동물들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 해수욕과 모래놀이를 번갈아 가며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몇시간을 이야기하는 우정이 있고 바다를 처음와 본 사람의 첫 설레임과 어색함이 있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느 피부색이든 바다는 평등했고 즐기는 방법에 차이만 있었다.

밤이 되어도 제주바다는 사람들을 보듬고 있었다. 시끌시끌하고 요란했던 바다는 조용히 어둠을 즐기려는 사람들만 남았다. 아이들이 놀다간 자리는 웅덩이와 물길만 남았다. 함께 들리던 웃음소리와 파도소리는 이제 파도소리만 남았다. 먼바다에는 불빛을 환히 밝힌  배들이 어둠속에서 하나둘 별이 빛나듯 밝아왔다.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차분해지고 무언가가 되기위해 몸부림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두움과 하나가 되어 하나의 존재로 빛이났다. 파도소리에 목소리를 숨기며 속삭이는 대화의 달콤함은 밤새 쌓여만 갈 것이다.


검은 돌들은 씻기고 씻겨 다양한 색깔로 바다에 스며들었다. 그 바다에 제주 여인들의 눈물과 삶이 제주 사내들의 굵은 땀과 삶이 섞여 있으리라.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바다는 그렇게 제주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것이다. 때론 붉은 노을에는 제주사람들의 피와 울음도 섞여 있으리라. 


바다를 건너 온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절망을 느꼈을 것이고 바다를 건너간 사람들은 그리움을 느꼈을 것이다. 추사와 광해군은 바다를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추사는 자신을 찾는 제자 이상적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광해군은 하인에게 무시당하면서도 무슨 꿈을 꾸었을까? 저마다 바다를 건너 온 사람과 건너간 사람들은 꿈을 꾸었으리라.


저 바다위 물결따라 부모님의 그리움이 강하게 따라 들어왔다. 노을은 그리움을 칠하고 있었다. 바다를 함께 건너올 생각을 하지 못한 과거는, 이제는 건너오자고 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미래에는 그리움조차도 바다를 건너지 못할까봐 두렵다.


정호승 시인의 자기만의 바다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비슷한 문구를 본적이 있다. 자기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자기만의 비움과 채움을 할 수 있는 곳,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끼고 아껴서 보여줄 수 있는 곳  제주의 바다는 나만의 바다가 필요한 사람들이 하나씩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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