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과 딴 생각 ep.5 -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보고,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 2월에 가장 재밌게 본 콘텐츠, 넷플릭스 '피지컬: 100'이라는 프로그램 소개 글이다. 2월 21일에 마지막 화가 공개되고 1주일이 더 지난 시점에서 '결승전 재경기 조작 논란'이 생겼다. 결승전에서 2차례 경기 중단과 재경기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가 조작되었냐'라고 한다면 정해민 선수와 제작진 측의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어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조작 논란의 시시비비를 떠나 정말 기술적인 문제로 경기가 중단되었다 하더라도, 중단되고 재경기되는 상황 자체가 두 선수 모두의 경기력에 영향이 미친다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된다. 경기를 그대로 이어가느냐, 재경기하느냐의 선택에 따라 어느 선수에게는 더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 같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생각한 건 '대중의 인식'은 정말 사소한 한 장면으로도 쉽게 생기는데, 그 인식을 바꾸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A 출연자는 정말 몸도 정신도 멋져서 다른 참가자들도 존경하는구나'라고 느꼈고, 'B 출연자는 명성에 비해 언행이 좀 가볍다'라고 친구들과 얘기한 적이 있다. 또 'C 출연자는 몸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하는구나', 'D 출연자는 정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지다' 등 나만 해도 각 출연자에 대한 몇 장면으로 이 사람 자체에 대해 함부로 인식하고, 판단하고 있었다.
정해민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에 미친 듯이 힘을 쓰며 로프를 당기는 것과 비교되게 마지막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 이 선수는 좀 끈기가 없는 타입일까?' 생각했다. 잠시 스쳐 지나갔던, 나한테는 그냥 가벼운 생각이었는데 두 번의 경기 중단으로 인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절대 그리 쉽게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정해민 선수도 인터뷰에서 말하던 부분이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본인의 이미지'였다.
사람들이 왜 2등 했는지 너무 아깝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너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개인적으로 내 명예가 실추됐다고 생각한다.
그냥 수많은 사람들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라는 과정을 말하고 싶었다는 게 굉장히 억울하면서도 안타까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순간에 그가 남긴 느낌은 '포기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제작진의 조작 논란의 진실과는 별개로 정해민 선수 입장에서 나에게는 이런 상황이 있었고, 나는 결승전에서 마지막에 아무 힘도 못 쓰고 포기해버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남들이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행동 또한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 3년 전인가, 어떤 친구가 “너는 이렇잖아, 너는 원래 이래”라는 투로 자주 말하고는 했는데, 나는 이걸 정말 정말 싫어했었다. "니가 나에 대해 뭘 알아. 나는 안 그런데" 이런 마인드였다. 사실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안 쓰는 게 베스트라고 누구든지 말하지만, 사실 살면서 또 어떻게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겠는가. 평판 관리도 나의 몫인걸. 지금 와서는 내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도 나의 노력에 달렸다는 것, 그리고 남들한테 내가 그렇게 보였다면 바라보는 각자 사람의 시선/방식대로 편집이 된 것이겠지만 그것 또한 나의 모습이었다는 것. 설령 정말 그렇지 않다면 당당하게 말할 줄도 알아야 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보이기 싫은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게 보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무튼 최근에 재밌게 본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의 인기와 화제성, 그리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논란들이 잇따라 생기는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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