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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션뷰 Mar 27. 2023

JMS 경험자가 바라본 정명석이 만든 시스템 5가지

과몰입과 딴생각 ep.4 -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를 보고,

나는 태어나서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다. 물론 보통의 사람답게 6살쯤엔 달란트 잔치하러 교회도 가봤고, 8살쯤 여름 방학엔 절 캠프 같은 곳도 다녀왔다. 아무튼 이런 자잘 자잘한 기억들을 제쳐두고서는 평생 무교로 살아왔는데, 2010년쯤이던가? 당시 17살에 정명석을 믿는 교회에 잠시 다닌 적이 있다. 잠시 다녔다고 하는 것도 말이 좀 이상한 게 나는 그곳이 JMS인 줄도 몰랐으니까? 아무튼 이때의 경험은 친구들한테 '나 이런 적도 있었다?' 정도로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로 남았는데, 최근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보며 그때의 기억들이 소름 돕게 떠오르는 것이다.

다큐에는 정말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오는데, "정명석은 메시아니까" 당시에는 그냥 믿었다는 말들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이런 사이비 종교부터 시작해서 전세대출 사기라든지, 아니면 중고나라 사기처럼 정말 작고 사소한 일이랄지도 일단 당하면 "너 바보야?"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 가해자들이 얼마나 치밀했는지와 상관없이 피해자들이 조금 더 똑똑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치부되는 인식이다. 이 다큐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어떻게 저 사람의 말을 믿었을까' 많이 생각하게 될텐데 답은 그냥 '정명석은 메시아니까'라는 문장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 같다.

그래서 JMS 살짝 발을 담궜던 경험자의 시선으로 JMS 교회는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 내가 느꼈던 정명석의 시스템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JMS 교회와의 만남]

먼저 2010년, 당시 17살의 나는 미술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아주 작은 동네여서 입시미술학원을 다니려면 근처의 도시로 갔어야 했는데, 어느 날 그 도시에서 길을 걷고 있는 와중에 어떤 여자 2명이 다가와서 길을 물었다. 나는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대답했고, 교복을 입고 있는 날 보고 학생이냐- 여기 살지 않는데 무슨 일로 왔냐-, 그러다가 미술학원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고, 대학 진학/학업/공부 등에 대해 소재가 이어져서 결국 "00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는 언니가 있는데, 부탁해서 영어과외를 시켜줄게요."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1. 영어과외를 할 장소가 마땅치 않으니 본인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하라고 했다. 실제로 교회에서 영어 과외를 몇 번 했다.

2. 영어과외가 없는 날은 내가 매일 저녁도 못 챙겨 먹고 미술학원을 다닌다고, 학원에 찾아와 먹을 것을 매번 갖다 주며 나를 챙겨주곤 했다.

3. 나한테 고마움이 많이 쌓였을 때, 교회에서 특별히 선정된 소수만 들을 수 있는 '인성교육'이 있는데 그걸 나도 같이 들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4. 알고 보니 '성경교육'이었고, 나는 이때까지도 기독교에 대한 관심은 없었지만 '고마움'에 들어주고 있었다.

5. 성경교육이 꽤 진행되었던 어느 날, 수업을 하다가 "사람들은 우리를 이단이라 부르지만-"이란 문장이 나왔다.

6. 집에 가서 바로 컴퓨터를 켜고 [정명석]이라는 검색을 해보았다. 성폭력피해자 카페가 있을 만큼 이미 피해 사실이 세상 만연에 알려진 때였다.

7. 내가 다니는 미술학원이 어딘지도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기에 나는 이때부터 미술학원을 그냥 그만두었고, 연락을 끊었다.

8. 몇 개월 뒤에 학교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웅성거림에 창밖을 보니 그 교회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 조금 섬뜩했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주러 왔다며 진짜 기도만 하고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다. 


[정명석이 만든 시스템]

1. 키 170cm 이상의 미모가 뛰어난 사람

정명석의 신도들. 즉, 자신의 성적 취향 타깃은 키 170cm 이상의 예쁜 사람이었다. 세상의 미의 기준은 다양하지만, 누구나 예쁜 사람들에게는 쉽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나도 그랬다. 나는 그 교회에 영어 과외를, 또 인성교육이라는 이름의 성경교육을 받으러 갈 때마다 내 또래의 여학생을 자꾸 쳐다보게 되었는데 너무 예뻐서였다. 아직도 그 아이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단정한 단발머리에 교복도 항상 깔끔하게 입고 있었는데, 눈도 크고 너무 예뻐서 자꾸만 몰래 쳐다보게 되었다. 그 아이도 키가 나만큼 커 보였고, 그 교회에는 거의 여성들만 있었는데 모두 키가 컸다. 어이없는 말이지만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의 미모 하나만으로 경계심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당시 내 나이에서는 말이다.


2. 명문대 학생 중심으로 퍼진 JMS

1번과 비슷한 맥락이다. 결국은 이런 종교 집단에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는 '우리 교회에 오라는 어른들'이 아니라 '공부잘하고 예쁜 내 또래의 아이들'인 것이다. 정명석은 처음 서울에 상경하고, 서울대 대학원생을 처음 전도했다고 한다. 이제 그 다음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학생들 중심으로 JMS가 퍼지게 된다. 사람들은 나보다 다른 사람의 판단을 믿는 경우가 많다. "쟤는 서울대인데, 쟤가 저렇게 똑똑한데 여기가 이상한 곳은 아니겠지."라는 믿음은 생각보다 쉽게 생긴다.


3. 성경이 이해가 되는 순간

사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창조론부터 성경에서 명시된 수많은 문장들을 그냥 믿기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니까. 근데 JMS는 이 성경들을 비유로 모두 해석을 해준다. "일반 교회에서는 다 너무 과학적이지 않은 그런 말들 하잖아요. 근데 이제 JMS에서는 좀 과학적으로 말이 되게 해석해주고..." 이해가 되는 순간 믿음은 더 강해지게 된다. 내가 받던 성경 교육도 이런 비유와 해석의 시간이었다. 특히 명문대생들, 공부라는 행위에 어느 정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이해를 시작으로, 조금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다[무언가를 조금 더 깊게 탐구하고 싶은 마음] 명문대생을 노린 정명석의 전략인 것이다.


4. 성폭력의 정당성을 위한 의학 공부

이제 믿음이 강해진 신도들에게 정명석은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다. 정명석은 자신이 의학 공부를 했다고 주장하며,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 모든 병이 치료된다고 한다. 이것은 정명식의 터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실제 수많은 피해자들이 정명석이 자신의 자궁에 혹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만지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런 이유로 성폭력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5. 집단 경쟁심을 부추겨 만든 연속된 성폭력

그리고 다큐에서는 '보고자'라는 개념이 나온다. 반 JMS 활동가 김도형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20대 여성들로 이루어진 현지처, 즉 정명석의 섹스 파트너이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며 정명석에게 예쁜 여자를 계속 전도해서 바친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모두 이 '언니들'에게 안내받아 정명석의 침실로 향했으며, 성폭력이 이루어진 후에도 '언니들'에게 괜찮다. 나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정명석은 이 보고자들의 집단 내에서 경쟁심을 부추겨 끊임없이 피해자들이 나오게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다큐에 나오는 메이플을 포함해서 수많은 피해자들은 처음에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 사진이 정명석에게 전달되는 프로세스이다. 어찌 보면 서류 전형인 것이다. 나도 그 교회에 나가던 어느 날에 "오늘은 선생님께 보낼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사진관 앞에서 만나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사진관 앞으로 갔는데 아마 그때 칙칙한 검은색 티셔츠를 후줄근하게 입고 갔을 것이다. 그 교회 사람은 내 모습을 보고 오늘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다음에 옷을 좀 더 예쁘게 입고 꾸며서 사진을 다시 찍자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긴 얘기지만, 사진을 찍고 전달되었다면 또 어떻게 일이 흘러갔을지 모르는 일이다.


다큐를 보는 내내 더럽고, 역겹고, 섬뜩했다. 진짜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내 경험과 계속 비교되면서 소름이 돋았다. 피해자가 이름과 얼굴까지 드러낸 만큼, 이 다큐의 조명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에게로 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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