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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복 Nov 05. 2021

부산 알로이시오기지 1968

더불어 나누는 가치를 실현하는 곳

부산 알로이시오 기지 1968 방문기

윤광준의 [내가 사랑한 공간]에서 저자는 공간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의 수용은 외부의 자극으로만 이뤄진다. 미술관과 콘서트홀이 있어야 하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어 봐야만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 감각이 펼쳐지는 장소로서의 공간이 중요하게 떠오르게 된다."


창의성이 드러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가 사무실의 높이가3m이상이 되어야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머무는 공간이 어떠한가가 결국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에 있는 알로이시오기지1968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로이시오기지1968는 소 알로이시오(Aloysius Schwartz)신부님이 우리나라의 전쟁고아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을 새롭게 리모델링해서 만든 곳이다. 1968년 알로이시오 중고등학교로 쓰였던 건물이 50년 동안 사용되다가 문을 닫았던 곳을 '더불어 나누는 삶'이라는 가치로 새롭게 연 곳이다. 


알로이시오기지1968을 찾아간 이유는 아내와 오랫만의 부산여행을 계획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이곳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같이 도착한 때에는 짙게 낀 해무 때문에 전체적인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해무가 낀 부산을 보는 색다른 기분으로 기지에 도착했다. 


기지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우리 부부를 앞에 서 계시던 수녀님께서 반겨주셨다.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기지 투어를 시켜주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을 졸업한 졸업생들이라고 생각하셔서 안내해 주신 것이라고 하셨다(기지에는 투어 프로그램이 별도로 존재한다). 수녀님의 착각(?) 덕분에 우리 부부는 기지의 각 공간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 기지가 지어진 이유와 기지를 통해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것들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기지를 천천히 둘러보며 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50년 전에 이곳에 세워졌던 설립자의 마음이 새롭게 리모델링된 공간에도 그래도 전혀지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기지가 위치한 곳은 부산의 원도심뿐만 아니라 해운대 신시가지와도 떨어져있는 곳으로 아이들이나 지역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치 않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 아이들과 지역주님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만으로도 기지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글의 처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내가 사랑한 공간]의 저자 윤광준의 의견을 빌려왔는데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기지에서 놀고, 수업을 받고,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과 일하시는 수녀님들의 표정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지역주민들에게는 텃밭을 제공하고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신다고 하니 지역에 꼭 있어야 하는 공간으로 잘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고체험공간 / 코딩수업 / 도서관 / 밴드활동 / 식물재배 / 요리수업 / 목공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잘 만들어져 있다.

수녀님의 착각 덕분에 기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지가 아이들과 지역사회에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기지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준비가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더불어 나누는 사람'의 가치를 구현해내기 위해 애쓴 건축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한 지역의 한 공간의 변화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드는데 결코 소흘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즐겁고, 선생님이 즐겁고, 지역 주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이 즐거울 수 있을 때 이들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간의 변화는 결코 적지 않다. 이런 변화가 알로이시오기지 뿐만 아니라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가서 아이들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삶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곳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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