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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Mar 05. 2023

소중한 첫 임신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 이별


하루에도 몇 백번씩 요동치는 호르몬 밸런스를 잡지 못해 허둥지둥 끌려다니기만 했다. 어떻게든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야만 다음에도 똑같은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믿었다.


내 몸과 남편의 몸의 문제는 아닐까,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해볼 껄 그랬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연관이 있을까?


임신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반응이 혹시 문제는 아니었을까?


 “임신이 이렇게 쉽단 말야?“ 하며 왠지 모를 우쭐함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내가 계획했던 대로 육아휴직까지 쓰고 원하는 시기에 복직까지 할 수 있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타이밍, 나이스샷 임신이었다.


 설령 그것이 이유는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찾아온 생명보다 되려 그 타이밍에 기뻐한 우리에게 자격이 없다고 느껴서? 엄마아빠가 되기에는 아직도 철딱서니없고 준비가 덜 되어서?


  며칠 후 난, 이 괴로운 실타래를 펼쳐보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원인을 찾고 말겠다는 결심과 생각과 의문들은 내 속의 상처만 덧나게 할 뿐, 그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못했다. 원인은 없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그게 맞는 답이었다. 그저 교통사고처럼 피해갈 수 없었던 안 좋은 사고였다. 이것이 명쾌한 결론이었다.


 아니었을꺼야. 처음엔 타이밍에 더 흥분하고 그랬을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만나지도 않은 존재에 대한 사랑은 커져갔었다. 튼튼하게만 만나자고 지어준 튼튼이라는 태명도 지어주었다. 두 줄의 임신 테스트기가 아기 사진인양 보고 또 보며 보고싶어했다.


 유산은 나에게 일어날 꺼란 상상도 못했던 슬픈 일이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상황도 탓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나서야 몸도 마음도 회복해갈 수 있었다.


 정신을 좀 차리고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에게도 소식을 알렸고, 몸보신 할 수 있는 약들과 멀리서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용돈도 많이 부쳐주셨다. 안부를 자주 묻던 가까운 친구들과도 이야기하며 위로받았다.


 초기유산은 사실 실제로는 몸이 상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호르몬 밸런스만 얼른 잘 찾으면 되고, 오히려 상한 마음을 잘 다스리는게 가장 중요하다했다. 조금 더 나에게 그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특별할 것 없이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부터 다시 시작했다. 남편과 자주 가던 동네 공원 산책도, 자전거 타기도 다시 시작하며 체력을 길렀다. 해보고 싶었던 베이킹도 하기도 했다. 임신이 되며 포기했던 플로리다 여행도 다녀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아가가 와주었을 때 불안하기보단 맘껏 기뻐할 수 있게 마음의 상처를 잘 꿰매고 덧나지 않게 관리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나에게 다시 두근 거리는 첫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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